미·중 갈등 확대로 반도체 등 국내 산업 피해 최대 3조 5000억 원 발생 가능성 지적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최근 미국과 중국간 정상회담 개최 합의로 미중관계 회복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는데도 불구, 미국의 대(對)중국 규제가 더욱 심화되면서 한국 산업에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는 주장이 제기됐다. 

이러한 가운데 정부가 미국과의 협력 전략과 상충되는 중국 ‘일대일로’에 협력 강화 기조를 유지하면서, 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대일로(一带一路)’는 ‘하나의 띠, 하나의 길’이라는 뜻으로 중국이 서부 진출을 위해 제시한 국책사업을 말하며, 150년 기간을 들여 동남아시아·중앙아시아·서아시아·아프리카·유럽 등 62개국을 육해공으로 잇는 인프라·무역·금융·문화 교류의 경제벨트를 구축할 계획이다.

   
▲ 중국의 일대일로 정책 구상도./그림=바이두 백과


산업통상자원부 연구용역에 따르면, 바이든 행정부 들어 대중국 경제 갈등은 더욱 심각해질 것이며, 상호 추가관세 정책에 따라 국내 산업생산에 1조 9024억원에서 3조 5846억원의 피해가 발생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연구보고서에서는 중국의 일대일로 전략에 대해서도 ‘중국의 경제적 의존도를 높여 비경제적 영향력을 확대하는 전략’이며, ‘한국과 중국은 일대일로의 주요 협력분야에서 이미 다양한 협력을 추진해 오고 있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특히 ‘한국의 수출에서 중국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기 때문에 수출시장 다변화와 중요 핵심시설의 국내복귀 정책 등을 통해, 중국에 대한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정책적 지원책이 시급하다’는 주장도 담고있다.

이같은 내용은 산업부가 국정감사를 위해 구자근 의원(국민의힘, 경북구미갑)에게 제출한 ‘미·중 통상분쟁에 따른 한중 통상구조 변화(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용역 자료를 통해 밝혀졌다.

보고서는 바이든 행정부 역시 트럼프 행정부와 마찬가지로 중국에 대한 강경입장을 유지하는 가운데, 중국에 대한 압박 방식은 양자 협상과 다자주의와 다자체제를 통한 압박 방식으로 전환하고, 중점적으로 다룰 쟁점은 트럼프 행정부 보다 더 광범위해 질 것으로 예상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미·중 1단계 무역협정은 보조금, 국유기업 문제, 불공정 무역행위 등에서 중국으로부터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하고, 미국의 카드만 낭비했다”고 비판한 바 있다. 

보고서는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한국 수출에 미치는 영향 분석에서, 상호 추가관세 부과로 인한 한국의 대미·대중 수출 감소액은 미국의 대중 부과 관세율(10%~25%)에 따라, 7억 6000만 달러에서 13억 6000만 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또한 미국의 중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에 따른 영향으로, 국내 산업생산에 미치는 영향은 추가관세율(10%~25%)에 따라, 1조 9024억원에서 3조 584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반면 지난 2019년 미·중 간 '관세전쟁'으로 중국 수입시장에서 미국산 제품과 경쟁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우리 제품의 대중국 수출이 증대될 것으로 기대되었으나, 실제 효과는 미미했던 것으로 분석했다.

특히 5G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하는 미·중 기술 분쟁이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대중국 수출의 47%를 차지하고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한중 무역에 영향을 미칠 것이며, 중국에 진출한 한국계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업체의 경우에도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산업부의 연구용역 결과에도 불구, 정부는 중국의 ‘일대일로’ 협력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2019년 12월 중국 시진핑 주석과의 정상회담에서 신북방정책과 일대일로 구상의 연계를 강조하며 “제3국에 공동진출해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는 다양한 협력 사업들이 조속히 실행되길 기대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한 문 정부는 지난해를 ‘신북방 협력의 해’로 강조하고, 중국과의 사업 연계를 주문하며 ‘일대일로(一帶一路)’ 정책 참여를 본격화하고 있다.

하지만 산업부의 연구보고서에서는 ‘미국은 일대일로 전략이 미국의 경제적 도전인 동시에 안보 분야 도전의 하나라고 인식하고, 동 사업의 부정적 효과를 들어 비판하고 있으며, 일대일로 전략에 대한 대응으로 인도·태평양전략을 추구함으로써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어 미·중 마찰은 미국과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에게는 직.간접 영향이 크며, 미·중 마찰이 장기화 돼가는 과정에서 한국 경제와 기업에 대한 실질적 피해를 야기할 가능성과, 사안에 따라서는 미국과 중국으로부터 선택 압박을 받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국 수출의존도는 1992년 수교 당시 3.5%에 불과했으나, 2000년 10.7%, 2005년 21.8%, 2020년에는 25.8%로 높아졌다.

   
▲ 구자근 의원./사진=국회인터넷의사중계 캡쳐


이러한 산업부 보고서 분석을 바탕으로 구 의원은 “산업부 보고서는 정부의 일대일로 정책협력 강화는 미국의 반대·대응전략과 대립되고 있다고 해석된다”며 “한국 수출이 지나치게 중국에 의존하고 있어, 미·중 통상마찰은 물론 경제외적 요인에 의한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는 점에서 수출시장의 다변화는 매우 급박한 과제”라고 주장했다. 

이어 “미국과 중국의 무역분쟁과 기술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대중국 경제정책 수립이 시급하다”며 “한국의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업체에 대한 지원과, 대중국 의존도를 낮추기 위한 중요 생산시설의 국내복귀 정책 마련을 적극적으로 펼쳐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우리나라는 지난 2018년 2월 ‘일대일로와 신북방·신남방 정책 연계 양해각서’를 중국과 교환하고, 제3국 시장 협력 진출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 제3국 공동 진출 비즈니스 포럼, 아시아인프라 투자은행(AIIB) 창립회원 가입 등 다양한 협력 프로그램을 운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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