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한국이 이란 원정 첫 승에 또 실패했다.  먼저 골을 넣고도 아쉽게 비겼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12일 밤(한국시간) 이란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에서 열린 이란과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A조 4차전에서 1-1로 비겼다. 

손흥민의 선제골로 잡은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아쉽게 무승부에 그치면서 한국은 조 1위 등극 기회를 놓쳤다. 한국은 2승 2무로 승점 8점을 기록하며 2위에 머물렀고, 이란은 3승 1무 승점 10으로 조 1위를 지켰다.

한국의 이란 원정 무승 사슬도 끊지 못했다. 아자디에서 가진 8차례 이란과 맞대결에서 3무 5패로 일방적인 열세를 면치 못했다. 이란과 통산 전적에서도 9승 10무 13패로 밀리고 있다.

벤투 감독은 이기기 위한 선발 라인업을 꾸렸다. 황의조 원톱에 손흥민, 이재성, 황희찬이 공격 2선에 배치됐다. 황인범, 정우영이 중원을 지켰고, 홍철, 김영권, 김민재, 이용이 포백 수비를 형성했다. 골문은 김승규가 지켰다. 지난 7일 시리아와 3차전 선발과 비교했을 때 송민규 대신 이재성이 선발 기용된 것만 달라졌다.

경기 시작 직후 황의조가 치고들어가 때린 슛이 옆그물을 때리긴 했으나 한국의 공격은 활기가 넘쳤다. 볼 점유율을 높여가며 이재성의 헤딩슛, 황인범의 중거리슛으로 계속 이란 골문을 노렸다. 손흥민과 황희찬은 좌우로 폭넓게 뛰어다니며 이란 수비를 교란했다.

전반 막판에는 이란의 빠른 역습이 한국 골문을 위협하기도 했다. 타레미와 아즈문의 연속 슛이 나왔고, 자한바크슈의 중거리슛은 김승규가 선방했다. 전반전은 두 팀 다 득점 없이 마쳤다.

후반 시작 후 얼마 안돼 한국의 시원한 선제골이 터져나왔다. 손흥민이 해냈다. 후반 3분 이재성의 전진 패스가 상대 수비라인을 깨고 들어간 손흥민에게 연결됐다. 손흥민은 단독 질주해 들어가다 달려나오는 골키퍼를 피해 침착한 오른발 슛으로 이란 골문을 무너뜨렸다.

손흥민은 앞선 시리아전 결승골에 이어 두 경기 연속 골을 터뜨리며 에이스의 진가를 드러냈다. 2009년 2월 열린 2010 남아공월드컵 최종예선에서 박지성이 넣은 골 이후 무려 12년 만에 이란과의 아자디 스타디움 원정경기에서 한국이 기록한 골이기도 했다. 

리드를 뺏긴 이란은 당황했고, 한국은 기세를 끌어올려 맹공을 퍼부었다. 하지만 황인범의 슈팅이 수비벽에 막히고 손흥민의 중거리슛은 골키퍼 정면으로 향하는 등 추가골은 나오지 않았다.

후반 중반으로 향하면서 한국 선수들은 고지대에서 뛰느라 체력이 많이 떨어졌다. 이란은 중원 싸움에서 우위를 잡아 거센 반격에 나섰다.

후반 22분 에자톨라히가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오른발로 때린 강슛이 골대를 맞는 아찔한 장면이 있었다. 이란의 빠른 역습에 한국 수비가 흐트러지는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동점골을 내주고 말았다.

후반 31분 페널티박스 오른쪽을 파고든 아즈문이 크로스를 올렸다. 이 볼을 자한바흐시가 다소 먼 거리이긴 하지만 정확하게 헤딩슛으로 연결했고, 한국 골문 좌측 구석으로 빨려들어갔다.

동점 추격을 하자 이란은 더욱 공격의 강도를 높였다. 후반 33분 타레미가 때린 중거리슛이 또 한 번 골대를 강타해 한국은 가슴을 쓸어내렸다.

한국은 후반 추가시간도 끝나가던 종료 직전, 이길 찬스가 있었다. 전방의 손흥민으로 연결된 볼을 손흥민이 수비와 몸싸움을 이겨내며 옆으로 흘려줬다. 황의조 대신 교체 투입된 나상호가 노 마크 찬스에서 슛을 때렸다. 하지만 몸을 날린 이라크 골키퍼의 슈퍼 세이브에 걸리며 그대로 무승부로 경기가 끝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