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중도금 대출 풀어달라' 청원글 다수 올라와
[미디어펜=이다빈 기자]#30대 직장인 A씨는 올해 초 간절히 바라던 수도권 아파트 청약에 당첨됐지만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투명해지자 막막한 심정이다. 시중은행에서 대출 상담을 받아봤지만 대출 상품 자체도 줄었고 대출이 가능하더라도 한도가 적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는 상황이다. A씨는 "중도금을 납부하지 못해 계약을 포기하게 될 경우 겨우 마련한 계약금까지 날리게 될까 참담한 심경"이라고 전했다.

정부의 금융권 압박으로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공급하는 공공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 대출까지 어려워지며 실수요자들의 시름이 늘고 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1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난달 인천광역시 서구 검단지구 AA13-2블록에 공급한 '검단신도시 안단테'는 입주자모집공고문을 통해 "금융권의 중도금 집단대출규제로 인하여 중도금 대출이 현재 불투명한 상황이며, 중도금 집단대출이 불가할 경우 수분양자 자력으로 중도금을 납부해야 함을 알려드립니다"라고 밝혔다.

정부는 지난 2016년 7월 분양시장 과열을 방지하겠다는 취지로 9억원 초과 고가 아파트에 대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중도금 대출 보증을 제한했다. 고가 아파트의 기준이 되는 분양가 9억원 이상 아파트의 중도금 대출이 제한된 것과 함께 최근들어 정부의 금융권 압박이 강화되며 개인이 받는 시중은행의 중도금 대출, 건설사가 알선하는 중도금 집단대출 등도 잇따라 막히고 있다. 

'검단신도시 안단테' 등 LH가 공급한 공공분양 아파트의 중도금 집단대출까지 불투명해지자 수요자들은 "무주택자에게 분양하는 공공분양의 중도금 대출까지 막는 것은 서민들의 내 집 마련을 지원하겠다는 취지에 어긋난다"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의 금융권 옥죄기 기조가 지속되면 대출길이 막히고 현금으로 중도금을 납부할 수 없는 실수요자들은 분양권을 포기하는 사태까지 이를 수 있다는 설명이다.

LH는 검단신도시 안단테 외에도 '경기 화성능동 B-1', '화성봉담 A-2 신혼희망타운', '시흥 장현 A-3', '파주운정 A-17블록' 등 공공분양에서도 중도금 대출이 불가할 수 있음을 안내한 바 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이와 같은 상황을 호소하는 청원글들이 다수 올라왔다. 한 청원인은 '무주택 실수요자 중도금 대출·잔금 대출 규제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며 "무주택자를 위해 신혼부부특별공급 등의 공공분양이 있는게 아니냐"며 "그렇게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온 사람들이 그 큰 돈을 어떻게 마련하냐"고 지적했다. 이 청원인은 이어 "현금 부자인 사람들이 아닌 이상 덜컥 현금을 주고 아파트를 들어갈 수는 없다"며 "무주택 실거주자만 이라도 대출 규제를 풀어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의 '집단대출 규제 풀어주세요'라는 제목의 청원글을 올린 다른 청원인은 "중도금 집단대출이 막히자 분양권을 버려야 할 지 해결책이 막막하다"라며 "신규 청약을 받은 아파트 수분양자들은 입주 한 달, 두 달을 앞두고 대출 동향에 따라 속 썩이며 고민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더욱이 집값이 고공행진하며 중도금 대출이 불가능한 분양가 9억원 초과 아파트가 3년 사이 2배 이상 증가한 것으로 나타나 수요자들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HUG가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에 제출한 '중도금 대출 보증 현황' 자료에 따르면 분양가가 9억원이 넘어 중도금 대출 보증이 제한된 아파트가 지난해 기준 45개 단지, 6103가구로 조사됐다. 현 정부 출범 당시인 2017년 20개 단지, 2620가구와 비교해 가구 수 기준 2.3배 증가한 것이다.

정부는 최근 가계부채의 증가가 부동산 가격 거품을 부풀리고 있다고 판단, 가계부채 연착륙을 통한 부동산 시장 안정화를 위해 전방위적으로 대출 규제를 강화하고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와 같은 규제가 시장 안정화에 미칠 영향은 미미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부동산114 여경희 수석연구원은 "유동성이 많이 풀리며 현재도 중도금 대출 없이 높은 가격의 주택을 현금으로 분양 받을 수 있는 수요자들이 많다고는 본다"라면서도 "그 과정에서 서민, 실수요자들에게서 나오는 부작용이 있어 부동산 시장에 미칠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대출 규제 등 수요 억제 책이 작용하는 동시에 공급도 서둘러 속도를 내야 과열 진정 효과를 가져올 수 있다"라며 "가격 구간 별로 대출이 규제되고 대출이 불가능한 주택이 늘어나는 만큼 가격 안정화가 우선될 필요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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