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0만 한국 거주 외국인 고객 대응, 여성의 세심한 관심이 외국인 고객 마음 끌어 

[미디어펜=김은영 기자] #송계지(우리은행 안산시 원곡동 지점 대리, 중국)씨는 얼마 전 계약직 직원에서 무기계약직 직원이 됐다. 지난 2011년에 한국에 온 그는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한국어 등 교육을 받았다. 그 때 우리은행에서 외국인 채용공고가 뜨자 여성인력개발센터의 한 교사의 도움으로 우리은행 입사지원서를 작성했다. 마침내 우리은행의 파트타임제로 은행업무의 첫발을 내딛었다. 그는 외국인 고객이 오면 명함에 적힌 핸드폰으로 전화를 해도 된다며 영업활동에 적극적으로 임했고 소문이 퍼지자 지인을 통한 여러 중국인들이 그를 찾기 시작했다. 은행 업무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일까지도 스스럼없이 도와주면서 고객과의 네트워크 형성을 탄탄히 구축했다. 이로 그는 카카오톡에 친구가 3700여명이 있을 정도이고 약 70%가 그의 고객이다.

#씨에샤오링(경남은행 울산 영업부 지점, 중국)씨는 경남은행에서 4년째 외국인근로자금융지원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그는 지방에 살고 있는 중국인 고객들을 만나기만 하면 경남은행을 소개하면서 영업활동을 한다. 특히 중국인이면서 연세 지긋한 어르신들에게 적극 홍보를 하고 있다. 또 한국말이 서투르고 은행 업무에 가기 힘든 분들을 대상으로 통역과 금융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어 찾는 고객이 많다고 전했다.

   
▲ 4일 은행권에 따르면 한국에 거주하는 외국인 170만여명을 고객으로 맞이하기 위해 외국인을 채용을 실시해 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경기도 안신시 원곡동 지점에만 외국인 4명이 채용돼 있다/사진제공=우리은행
낯선 한국 땅에서 벽이 높다는 은행권에 취업한 외국인 여성들의 '우먼파워'가 거세다. 언어와 복잡한 은행 업무에 어려움을 겪는 외국인 고객을 위해 맞춤형 전략이 통한 것이다. 더불어 여성의 섬세하고 꼼꼼한 고객대응과 친절이 더욱 빛을 발하고 있다.

4일 은행권에 따르면,신한, 우리, 외환, 국민, 기업, 농협 등 시중은행 6곳의 외국인 고객 수는 작년 11월말 현재 437만명 정도로 2013말 대비 10.7% 증가했다. 또 이들 은행의 외국인 전용 정기예금 계좌수도 55만5227개, 잔고 1693억8000만원으로 지난 한 해만에 각각 48.6%(10만8543개), 79%(747억4400만원) 급증했다. 

은행권은 날로 늘어나는 한국 거주 외국인 170만여명을 고객으로 맞이하기 위해 외국인을 채용을 실시해 오고 있다.

지난해 외환은행에는 외국인 여성 직원 4명으로 포함한 총 6명이 있으며, 경남은행은 총 9명의 외국인 근로자가 업무 중이다. 우리은행은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지점에만 4명이 외국인이다.

이들 가운데 외국인 여성 근로자들이 자신들의 역량으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특히 우리은행 경기도 안산시 원곡동 지점의 외국인 여성 3명이 대표적이다.

그들 모두 지난 2012년 우리은행 지점이 개점 할 때 함께 일을 시작해 6개월간 파트타임 형식으로 일을 했다.

그들은 한국에서 살고 있는 외국인들은 대부분이 시내와 떨어진 공장에서 단순 노무로 일을 하고 있는 여건을 잘 알고 있어 업무시간이 끝났음에도 자택 금융 서비스를 자청했다. 24시간 서비스 업무를 했던 그들은 그간의 수고에  계약직 근로자에서 무기계약직으로 전환됐다.

멜다(우리은행 원고동지점 대리, 인도네시아)씨는 "외국인 근로자의 여건은 누구보다도 한국에서 외국인인 내가 제일 잘 알 수 밖에 없다"며 "늦은 시간에만 은행 업무를 볼 수밖에 없는 고객을 위해 조금 더 일을 한 것뿐이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타 은행을 사용하는 고객에게도 똑같이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며 "혹시 우리은행과 다른 시스템으로 시행될 경우 직접 알아보고 그 고객에게 설명해 주는 방식이었다. 그러다 보니 나를 찾는 고객이 많아졌고 지금은 다 나의 고객이자 친구다"고 말했다.

이 밖에 지방은행 가운데 경남은행에서도 9명의 외국이 여성 근로자는 저마다의 방법으로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제공하며 은행원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냈다.

추아령(경남은행 창원 팔용동지점, 직원)씨는 "경남은행에서 일을 시작한지 약 1년이 다 됐다. 외국에서 일하는 보람과 함께 한국에 살고 있는 사람들에게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것이 보람찬 일이다"며 즐거워했다.

이와 관련해 은행권 관계자는 "외국인 채용이 공채처럼 반드시 있다고 할 수는 없지만 수요가 많은 만큼 채용은 열려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