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직접 ‘이중잣대’ 철회 제시 이후 또다시 추이 관망 모드
번스 美CIA국장, 문대통령 면담…헤인스 美정보수장 내일 방한
북핵외교 4강 모두 접촉…18일 한미·19일 한미일 및 한일 협의
비건 전 대북특별대표 “북 대외메시지 발신, 한미 재관여 시사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간 외교장관 회동에 이어 청와대와 백악관 안보 책임자 간 협의가 이뤄지고, 미국의 중앙정보국(CIA) 국장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잇달아 한국을 찾는다.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총회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이후 북미 협상 재개를 위한 물밑 움직임이 가시화되는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오는 가운데 북한은 다시 공식 언급을 자제하며 추이를 관망하는 모양새다. 

앞서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에 대해 두 번의 북한 ‘김여정 담화’가 나온 이후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가 직접 ‘적대시정책’과 ‘이중잣대’를 철회하라는 선결 조건을 제시한 바 있다.   
  
미국 CIA국장이 한국을 공식 방문한 것은 2017년 4월 마이크 폼페이오 국장 이후 처음이다. 이후 폼페이오 국장은 북한을 방문해 김정은 총비서를 만났고, 2018년 6월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됐다.

지난 9월21일(미국 뉴욕 현지시간)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북한이 10월4일 남북통신연락선을 복원시킨 것은 사실상 대화 가능성을 열어놓은 것이다. 이에 따라 한미는 북핵 외교라인이 총출동해서 각각 회동에 나섰다. 

먼저 정의용 외교부 장관이 지난 5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각료이사회에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과 약식회담을 갖고 정부의 종전선언 입장과 구상을 설명했다. 서훈 청와대 국가안보실장도 지난 12일 워싱턴DC에서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을 만났다. 

노규덕 외교부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13~16일 러시아 모스크바를 방문해 고리 모르굴로프 외무차관과 한·러 북핵수석대표 회담을 가진 뒤 귀국하지 않고 곧바로 미국 워싱턴DC를 방문했다.

노 본부장은 16~19일 3박4일 일정으로 워싱턴에 머물면서 18일 성김 미국 국무부 대북특별대표와 한미 북핵수석협의, 19일 김 대표와 후나코시 다케히로 일본 외무성 아시아·대양주 국장과 함께 한미일 및 한일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진다.  

   
▲ 남북미중 종전선언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앞서 노 본부장은 지난달 29일 화상으로 한·중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고, 30일엔 인도네시아에서 한·미 북핵수석대표 협의를 가졌다. 이로써 한국의 북핵수석대표가 한달동안 한반도 주변 4강 모두와 협의를 진행시킨 것이다.

이런 가운데 미국의 최고위 정보당국자가 비공개로 방한한 것은 특히 주목된다. 윌리엄 번스 CIA 국장은 15일 문재인 대통령과 전격 면담했다. 청와대는 “문 대통령과 번스 국장은 한미 정보협력 강화, 한반도 정세 등에 대해 폭넓고 심도 있는 의견을 교환했다”고 전했다.

다음주엔 애브릴 헤인스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도 한국을 찾을 예정으로 알려졌다. DNI는 CIA와 연방수사국(FBI) 등 미국 17개 정보기관을 총괄하는 기관으로 미국 정보기관의 최고위 당국자가 연이어 한국을 찾는 것은 이례적인 행보이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에서 대북특별대표를 지낸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은 북한이 한국은 물론 미국과의 대화 재개를 고려하고 있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놨다. 

비건 전 부장관은 이날 조지워싱턴대 한국학연구소 주최 화상 북한경제포럼에서 북한이 최근 일련의 대미(對美) 성명을 내놓고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등을 배경으로 한 김정은 총비서의 사진을 공개한 것 등을 거론하며 “북한이 외부에 메시지를 보내기 시작했다는 것은 최소한의 조건들을 고려하고 있고 그 조건 하에서 세계와 다시 관여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그는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한반도 신뢰구축에 도움이 될 수 있다는 데 동의를 표하면서 “모멘텀 구축을 시작할 수 있는 일련의 단계나 조치들에 대한 조합의 일부라면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종전선언은 법적 구속력이 없는 정치적 성명”이라고 말하고, 일각의 부정적인 시각에 대해 과장 해석할 필요가 없다는 취지로 언급했다.

비건 전 부장관은 “바이든 정부가 조건 없는 만남을 말하고 있지만 북한은 그런 제안을 싫어한다”면서 “우리가 할 일은 별도가 아닌 패키지의 부분이 될 수 있는 종전선언 가능성을 포함해 양측이 취할 수 있는 조치를 조용히 작업하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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