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전주에서 열린 '동해안 더비'의 승자는 포항 스틸러스였다. 포항이 디펜딩 챔피언 울산을 꺾고 12년만에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결승에 올랐다.

포항은 20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2021 ACL 4강전에서 연장 혈전을 벌인 끝에 1-1로 비겼고, 승부차기에서 5-4로 이겨 결승 진출의 감격을 누렸다.

포항이 ACL 결승에 진출한 것은 대회 첫 우승을 차지했던 2009년 이후 12년만이다. 지난해 우승팀 울산은 2년 연속 아시아 정상을 노렸으나 숙적 포항에 또 발목을 잡혀 준결승에서 탈락하고 말았다. 

   
▲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포항은 오는 11월 23일 알 힐랄(사우디아라비아)과 결승전에서 만나 우승을 놓고 격돌하게 됐다. 알 힐랄은 국가대표 수비수 출신 장현수가 뛰고 있는 팀이다.

올 시즌 K리그1에서 포항에 2승1무로 압도적 우위를 보였던 울산은 이날 오세훈 원톱에 바코와 윤일록을 측면 공격수로 내세웠다. 윤빛가람 이동경 원두재가 중원에 포진했고 설영우 불투이스 김기희 김태환으로 포백을 꾸렸다. 골문은 조현우가 지켰다.

포항은 팔라시오스와 이승모가 전방에, 임상협과 크베시치가 측면에서 공격을 이끌었다. 이수빈과 신광훈이 허리를 받치고 강상우 그랜트 권완규 박승욱이 수비를 맡았다. 골키퍼 장갑은 이준이 꼈다.

전반에는 두 팀 다 득점하지 못했다. 포항이 전반 6분 임상협의 크로스를 이승모가 헤딩슛한 것이 왼쪽 골대를 맞으며 선제골 기회를 아깝게 놓쳤다. 울산은 이동경과 오세훈의 연이은 슛이 골대를 벗어났다. 포항 팔라시오스의 슛은 골키퍼 쪽으로 갔고, 울산 오세훈의 슛은 수비의 육탄방어에 걸렸다.

후반 들어 7분만에 울산이 선제골을 뽑아냈다. 설영우가 내준 볼을 받은 윤빛가람이 페넬티지역 왼쪽으로 파고들다 문전으로 낮게 크로스했다. 이 볼을 골키퍼 이준이 일단 막았으나 완전히 킵하지 못해 볼이 옆으로 흐르자 달려들어간 윤일록이 골문 안으로 차넣었다.

울산은 후반 15분 윤빛가람이 페널티지역 정면에서 날린 오른발 슛이 골포스트를 맞아 탄식을 터뜨렸다.

한 골 앞서가던 울산에 악재가 생겼다. 후반 23분 원두재가 임상협에게 거친 태클을 해 다이렉트 퇴장 명령을 받았다.

수적 열세에 몰린 울산은 윤빛가람 대신 박용우를 투입했다. 이후에도 윤일록, 바코, 이동경, 오세훈을 줄줄이 빼고 이청용, 신형민, 홍철, 김지현을 투입해 수비를 강화하면서 지키기에 치중했다.

수적 우위에도 울산 골문을 열지 못하고 초조한 시간을 보내던 포항이 후반 44분 극적인 동점골을 뽑아냈다. 프리킥 상황에서 올라온 ㅗㄹ을 그랜트가 다소 먼 거리에서 헤딩슛했다. 볼이 반대편 골대 모서리 쪽으로 날아들어갔다.

1-1로 전후반을 마친 두 팀은 연장전에 돌입했다. 포항이 유리한 상황이었지만, 선수들이 이미 많이 지쳐 빠른 공격 전개를 못했다. 울산은 불투이스를 중심으로 사력을 다한 수비를 하며 버텼다. 연장 후반에는 울산이 오히려 역습으로 몇 차례 찬스를 엮어냈으나 골로 마무리하지는 못했다.

결국 두 팀은 승부차기로 결승행 운명을 결정지어야 했다. 승부차기 1번 키커에서 희비가 갈렸다. 울산의 첫 번째 키커로 나선 불투이스가 실축해 볼이 골대 위로 날아갔다. 포항은 임상협이 침착하게 골을 성공시켰다.

이후 두 팀은 집중력을 발휘하며 2~5번 키커가 모두 골을 넣었다. 결국 포항의 마지막 키커 강상우의 킥이 골문 안으로 빨려들어가 포항이 승부차기 5-4 승리로 결승행 티켓을 손에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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