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소정 기자]제이크 설리번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26일(현지시간) 한반도 종전선언에 대해 순서와 시기, 조건 등에 대한 미국의 관점이 다를 수 있다고 밝혔다. 

미 정부 고위관계자가 종전선언에 대한 구체적인 입장을 밝힌 것은 처음으로 사실상 신중론에 무게를 실었다.

설리번 보좌관은 이날 백악관 브리핑에서 종전선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을 묻는 질문에 “우리는 각 단계별로 정확한 순서나 시기, 조건에 관해 다소 다른 관점(different perspective)을 갖고 있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어 “외교는 실질적으로 억지(deterrence)와 병행돼야 한다”고도 말해 현재 대북제재는 유지돼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는 “우리는 핵심적인 전략 이니셔티브에 대해서는 근본적으로 (한국 측과) 뜻을 같이하고 있고, 외교를 통해서만 효과적인 진전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믿음도 공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또 최근 워싱턴과 서울에서 연쇄적으로 이뤄진 한미 북핵 수석대표간 협의에 대해 “매우 생산적이고 건설적이었다”고 평가했다.

그동안 청와대와 백악관, 외교부와 국무부 간 각급에서 잇달아 종전선언에 대한 한미 협의가 진행됐지만 미국이 당장 이에 호응할 뜻이 없다는 것을 사실상 확인한 셈이다.

조 바이든 행정부는 종전선언이 가져올 파급 효과를 우려하고 있으며, 백악관과 국무부의 법률팀을 통해 종전선언과 관련한 세부 사항들을 세밀히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정부는 종전선언이 법률적으로 구속되지 않는 상징적이고 정치적인 선언이라는 설명하고 있지만, 미국측은 유엔사 해체와 주한미군 철수 요구 등 현재의 안보 지형을 흔들 수 있는 상황을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