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일인 2세 보유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사익편취, 49억 원 과징금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기업집단 하림 소속 계열회사들이 자회사 ㈜올품을 부당하게 지원하고, 올품에게 부당한 이익을 제공한 행위에 대해 제재를 가했다.

육성권 기업집단국장은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브리핑을 열고 “올품은 하림그룹 동일인 김홍국의 장남인 김준영이 100%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회사로, 하림 소속 계열사들의 부당지원을 통한 사익을 편취했다”며 “이에 대해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8억 8800만원을 부과키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 서울 강남구 신사동 하림 사옥 전경./사진=하림그룹 제공


공정위는 하림 소속 계열회사 팜스코, 선진, 제일사료, 하림지주,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 등 지원주체 8개사에게는 총 38억 900만원, 지원객체인 올품에 대해서는 10억 790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공정위 조사 결과, 하림그룹 동일인 김홍국은 지난 2012년 1월 장남 김준영에게 하림그룹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한 (주)한국썸벧판매(2013년 3월 올품으로 사명 변경) 지분 100%를 증여했고, 이후 하림그룹 계열회사들은 동일인과 그룹본부의 개입 하에 올품에게 과다한 경제상 이익을 제공한 사실이 밝혀졌다.
 
이들이 올품에게 부당지원한 방법으로는 크게 3가지로 ▲고가 매입 ▲통행세 거래 ▲주식 저가 매각 등이다.

   
▲ 하림그룹 계열사들의 지원행위 구조도./자료=공정위

구체적으로는 먼저, 국내 최대 양돈용 동물약품 수요자인 계열 양돈농장들(팜스코, 팜스코바이오인티, 포크랜드, 선진한마을, 대성축산)은 동물약품 구매방식을 종전 계열농장 각자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서만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2012년 1월부터 2017년 2월까지 올품으로부터 동물약품을 높은 가격으로 구매했다.

또한 계열 사료회사들(선진, 제일사료, 팜스코)은 기능성 사료첨가제 구매방식을 종전의 각사별 구매에서 올품을 통해 통합구매하는 것으로 변경하면서, 2012년 2월부터 2017년 2월까지 거래상 역할이 사실상 없는 올품에게 구매대금의 약 3%를 중간마진으로 수취하게 했다.

이밖에도 제일홀딩스(2018년 7월 하림지주로 사명 변경)는 2013년 1월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구(舊)올품 주식 100%를 한국썸벧판매에 낮은 가격으로 매각했다.

육 국장은 “이러한 3가지 행위를 통해 올품이 부당 지원받은 금액은 약 70억 원에 달한다”며 “이 사건 지원행위는 하림그룹 내에서 동일인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중심으로 한 소유집중 및 자신의 경쟁력과 무관하게 올품의 사업상 지위를 강화하는 시장집중을 발생시킬 우려를 초래했다”고 언급했다. 

또한 올품은 계열사 내부시장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이 사건 지원행위를 통해 강화된 협상력을 기반으로 핵심 대리점별로 한국썸벧 제품(올품 자회사 생산 제품, 이하 자사 제품) 판매목표를 설정하고, 목표 달성을 조건으로 내부시장에 대한 높은 판매마진을 보장해주는 전략(충성 리베이트)을 사용함으로써, 자사 제품의 외부시장 매출을 증대시킨 것으로 드러났다.

   
▲ 주요 계열농장들의 올품 약품 사용 비중 추이./자료=공정위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경쟁 제조사 제품의 대리점 유통을 어렵게 하고 대리점들이 올품 제품만 거래하도록 유인하는 봉쇄효과를 발생시킴으로써, 이 사건 지원행위의 효과가 한국썸벧의 주력 제품인 항균항생제 시장으로까지 전이되는 결과를 발생시켰다고 보고 있다.

육 국장은 “이번 조치는 동일인 2세 지배회사에 대한 지원행위를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하고, 그룹 지배권을 유지·강화할 수 있는 유인구조가 확립된 후 행해진 계열사들의 지원행위를 적발한 것”이라며 “계열사들의 지원금액을 기반으로, 자회사가 속한 시장에까지 지원행위 효과를 전이시킨 행위를 제재한 점에 의의가 있다”고 평가했다.

이어 “이 사건은 하림그룹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올품을 지원하기 위한 일련의 지원행위”라며 “올품을 기업집단 지배구조의 정점에 위치시키고, 지원을 통해 승계자금을 마련해 그룹 지배권을 강화할 수 있는 유인구조가 확립된 후 시작됐다”고 설명했다. 

   
▲ 육성권 기업집단국장이 27일 세종정부청사에서 하림그룹의 자회사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관련 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또 “동일인과 그룹 차원의 지시·개입에 의해 조직적으로 추진됐으며, 거래를 통해 발생한 이익이 일방적으로 올품에게만 귀속되도록 거래조건 내지 평가방법이 결정됐다”면서 “각 거래별 참여 계열사들은 자신들의 행위가 갖는 의미를 명확히 인식하면서 실행에 가담했다”고 강조했다. 

육 국장은 제재 수위가 다소 약하다는 의견에는 “부당지원이 발생한 기간 대부분이 하림이 대기업집단으로 지정되지 않았던 중견기업 시점이었으며, 70억 원에 달하는 지원행위가 8개 계열사가 5년에 걸쳐 이뤄졌다”면서 “이를 지원 주체 개별 회사와 연도별로 나눠보니, 그리 크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면서 “주식 저가매각 역시 NS쇼핑의 주식은 올품 자산의 일부분을 차지하고, 정상가격과 실거래가격의 차이가 39원 차이에 그친 점들이 고려됐다”고 덧붙였다.

또한 개인 검찰고발 관련 질문에는 “하림그룹 동일인이 통합구매에 관여한 직접증거는 확보했지만, 고가매입 및 과다 중간마진 지급 등에 관여한 증거는 확보하지 못해, 고발조치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한편 이에 대해 하림측은 심의과정에서 올품에 대한 부당지원이 없었다는 점을 충분히 소명했음에도, 과도한 제재가 이뤄졌다며 유감을 표했다.

하림 관계자는 “계열사들은 동일인 2세가 지배하는 올품을 지원한 바가 없고, 통합구매 등을 통해 오히려 경영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이익을 얻었다”며 “거래 가격은 거래 당사자들간의 협상을 거쳐 결정된, 정상적인 가격이었다”고 주장했다.

덧붙여 “올품이 보유하고 있던 NS쇼핑의 주식가치 평가는 상증여법에 따른 적법평가였다는 점 등을 객관적 자료와 사실관계 입증을 통해 명확히 소명한 바 있다”며 “해당 처분에 대한 향후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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