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것은 비현실적인 주장...기업에게 고용유연성을 보장해야
   
▲ 조성일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

“결국은 계약직으로 가야지 평생고용은 힘들다. 기업들에게 고용유연성을 줘야 한다”

“사대보험을 모두 보장하고 비정규직에게 정규직보다 높은 프리미엄을 줘야 한다. 비슷한 능력을 가지고 동일한 노동을 하는 데 현재 비정규직은 차별을 받고 있다. 이것은 부당하다. 기업이 새로운 공장을 만들 때부터 시범적으로 전원 계약제 고용을 시행하는 방안도 생각해봐야 한다”

이지순 서울대교수가 한 토론회에서 비정규직 문제 해결을 위해 제시한 방안이다. 평범할 것 같은 주장은 예상 밖의 극렬한 반발을 낳았다. 좌파언론에서 포문을 열고 포털과 SNS는 비난하을 쏟아냈다. 대부분 “너부터 비정규직으로”, “교수 임금도 최저임금 기반으로” 등으로 비정규직의 이해를 대변하지 않았다는 반응이다.

사실 비정규직에게 차별 없이 높은 임금을 줘야 한다는 주장은 좌파들이 목 놓아 외치던 노동의 아젠다였다. 비정규직이 원하던 일이기도 하다. 그러나 모든 주장은 문장 안에 있는 “전원 계약제“란 한 단어의 임펙트에 묻혀버렸다. 일반인에게 계약직은 ”저임금에 4대보험혜택도 받지 못하고 해고도 쉬운 열악한 근로형태“가 상식처럼 돼있고 때문에 비정규직을 늘리자는 말은 노동자의 권익을 해치자는 말로 받아들여졌다. 뒷부분에 나온 처우개선 등의 담론은 비난여론에 밀려 전광석화처럼 쓸려갔다. 오직 비정규직을 정규직화하라는 비현실적인 주장만 전가의보도로 남았다.

첫 단추 잘못 꿴 비정규직 논의

우리사회의 비정규직에 대한 논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어졌다. 정규직은 좋은 것, 비정규직은 나쁜 것이라는 이분법에 포위됐다. 사실 비정규직과 정규직은 선악과 무관한 선택의 문제지만 이를 논의의 대상으로 올리기도 쉽지 않다.

필자가 근무하는 IT업계는 기술등급별로 정규직과 비정규직의 임금테이블이 존재한다. 회사는 효율이 떨어지는 정규직보다 적재적소에 넣기 편한 비정규직을 선호하고 계약직들에게 30%정도 많은 임금을 주고 있다. 그래서 계약직들도 굳이 정규직이 되려하지 않는다. 정규직의 안정성과 비정규직의 고임금 사이에서 적절한 수준으로 선택하고 있다.

   
▲ 여의도 새누리당사 앞에서 시위하고 있는 공무원노조. ‘공무원’은 정규직 철밥통의 대표적 직종이다. /사진=연합뉴스 

비정규직이 정규직보다 낮은 임금을 받는 현실을 보라는 반박도 있다. 고용노동부의 집계한 2014년 비정규직의 임금이 정규직의 64.2% 수준이라는 통계가 그렇다. 그러나 이는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저임금직에 몰려 있어 나타난 착시현상이다. 한국노동연구원이 발표한 <2013 비정규직 노동통계>를 보면 비정규직의 대부분이 학력이 낮고 저연령(19~25세) 혹은 60이상의 노년층에 몰려있다. 업종 역시 저임금직의 서비스, 판매, 단순노무직이 대부분이다. 동일 조건, 동일 노동력에서 놓고 보면 비정규직의 임금은 정규직보다 높다. 다만 비정규직은 으레 적게 받는다는 인식에 편승해 동일노동, 동일조건에도 비정규직을 차별하는 일부 사례가 있고 이 교수도 이런 부분을 지적한 것이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문제의 근원

함께 제안된 노동시장구조에 대한 지적도 귀 기울여야 한다. 경직된 노동시장이 문제의 근원이라는 지적이다. 고용불안이 문제라고 하지만 근본은 한번 해고되면 재취업하기 어려운 구조에 있다. 그래서 구직자는 적성이나 선호도보다 안정성을 우선시한다. 어렵게 입사한 회사가 뒤늦게 적성에 안 맞음을 알아도 이직결심은 쉽지 않다. 재취업자리는 적고 자칫 생계도 곤란하게 된다. 특히 고용이 불안한 계약직에게 계약만료일은 공포로 다가온다. 그래서 “해고는 살인이다”는 과격한 구호가 나온다.

노동시장 유연화로 인해 기업이 마음대로 해고할 수 있어 고용불안을 심화시킨다는 지적은 꼭 그렇지도 않다. 해고가 늘어나는 만큼 일자리의 트레이드가 활성화되어 재취업이 쉬워진다. 구인이 늘어나 적성에 맞는 일자리를 고를 선택지도 많아진다. 이직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완화하는 정도만 제도적으로 보완한다면 마다할 이유가 없다.

   
▲ 미디어펜/자유경제원이 2014년 11월 24일 공동주최했던 <오락가락 노동현안, 어떻게 풀어야 하나> 토론회에서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국가가 개입해 2년 비정규직으로 쓰고 나서 정규직으로 전환하는 것은 위험한 발상이다. 국가가 개입하면 세대 간 충돌이 생긴다. 행복 추구권은 개인마다 다르다”고 말했다. 

노동시장 유연화는 실업해소에도 기여한다. 현대사회는 정보화와 기계화로 노동력의 수요가 갈수록 줄어들고 있다. 일자리는 적고 구직자는 많다. 모두가 일하려면 근로시간을 줄이고 일자리를 나누면 생산성도 유지하면서 삶의 질도 높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인력의 유연한 배치가 필수다. 필요한 만큼 시간제나 기간제로 근로자를 배치하는 식이다. 정규직만으로는 어려운 대안이다.

이제 비정규직 문제에 대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지금처럼 말조차 꺼내기 어려워서는 누구도 합리적인 대안을 내기 어렵다. 이제 진실을 마주해야 한다. 우리 사회가 비정규직과 정규직이라는 이분법에서 벗어나 정확한 이해와 편견 없는 자세로 논의하길 바란다. /조성일 경제진화연구회 청년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