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 ‘DMZ 철조망 십자가’ 선물…바이든도 교황 면담
‘김정은 친서’ 있나…종전선언 제안과 함께 마지막 카드로 떠올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바티칸 교황궁을 3년만에 다시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하고 교황의 방북에 대한 기대를 다시 표명했다. 프란치스코 교황 역시 지난 2018년 이후 두 번째 북한의 초청장을 바란다고 말한 만큼 단순히 한반도 평화를 염원하는 덕담 수준이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문 대통령은 교황궁에서 통역을 담당한 한국인 신부 한명만 배석한 단독 면담 자리에서 “교황님께서 기회가 되어 북한을 방문해 주신다면, 한반도 평화의 모멘텀이 될 것이다. 한국인들이 큰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프란치스코 교황은 “초청장을 보내주면 여러분들을 도와주기 위해, 평화를 위해 나는 기꺼이 가겠다”고 답했다. 

면담 이후 문 대통령은 수행원들이 배석한 자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에게 DMZ 철조망을 녹여서 만든 십자가를 선물하면서 한반도 평화를 위한 강렬한 열망의 기도를 담아 만든 것이라고 설명해 간절함을 다시 표했다.
 
이번 바티칸 방문 계기에 산티냐시오 성당에서 열리는 ‘철조망, 평화가 되다’ 전시회에 대해서도 문 대통령은 설명을 이어갔다. 이번에 전시되는 십자가 136개는 1953년 휴전 후 서로 떨어져 살아온 남과 북의 68년을 더한 것이란 말과 함께 십자가 제작 과정을 담은 USB를 전달했으며, 프란치스코 교황은 “꼭 보겠다”고 답한 것으로 전해졌다. 

교황청의 외교 프로토콜상 교황이 외국을 방문하려면 반드시 그 나라 정부의 초청장이 있어야 한다. 따라서 교황의 이번 방북 의지 표명으로 공이 다시 북한으로 넘어간 셈이다. 즉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가 프란치스코 교황을 초청하는 결단이 필요하고, 이 결단은 결국 남북관계 개선은 물론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의 진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 문재인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유럽 순방 첫 일정으로 바티칸 교황청을 공식방문해 프란치스코 교황을 단독 면담하기 위해 만나고 있다. 2021.10.29.사진=청와대

그러나 문 대통령이 이번 교황청 방문 이전에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의 교황 초청 의지를 미리 타진했거나 만약에 교황에게 전달하는 친서라도 미리 받은 것이 아니라면 지금으로선 프란치스코 교황의 방북 가능성을 좀처럼 예측하기 어렵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 이후 한미가 북한에 꾸준하게 대화 제의를 하고 있는 상황에서도 북한은 유난히 유연성 없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은 2019년 2월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내건 ‘대화의 조건’을 고수하면서 이중잣대 철폐 요구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종전선언 논의 조건으로 유엔 안보리가 결의한 대북제재를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은 지금 협상에서 주도권을 쥐기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으며, 이는 대미 전략 구사 외에 북한이 다른 시도를 할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상국가를 지향하는 김정은 총비서가 교황을 전격 초청해 추후 협상에서 유리한 국면을 만들려할 가능성도 아예 없지 않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는 “만약 문 대통령 임기 내 남북미중 종전선언이 이뤄지고, 교황이 방북하게 되면 판문점에서 남북미 정상과 교황 간의 한반도 평화선언도 가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문 대통령이 교황을 면담한 직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연이어 프란치스코 교황을 만난 일도 변수가 될 수 있다. 바이든 대통령이 교황청에 들어설 시간 문 대통령은 피에트로 파롤린 교황청 국무원장과 면담 중에 있어서 한미 정상간 조우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청와대 관계자는 관련 질문에 “이번에 교황님께서 G20 정상 중에서 두분(한미 정상)을 연이어 만나셨기 때문에 의미 있는 역할을 해 주실 것이란 기대감을 가져 본다”고 밝혔다.
 
지금으로선 문 대통령이 김 총비서의 친서 등을 갖고 교황을 예방했을지 알 수가 없다. 청와대 관계자는 김 총비서의 친서 등이 전달됐을 가능성을 묻는 기자의 질문에 “(관련된 말을)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답했다. 다만 문 대통령과 면담한 파롤린 국무원장은 “대북 인도적 지원을 할 준비가 돼있다”고 언급했다. 문 대통령의 종전선언 제안과 교황 방북은 이제 한반도에서 ‘평화 시계’를 움직일 마지막 카드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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