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예멘 관광객·2011년 소말리아 선박 피랍 안전지대 아냐
   
▲ 자유경제원 토론회 <경제기반 위협하는 테러,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한 패널들의 모습. 좌측부터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한정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지난 5일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 대사가 좌파 성향의 시민단체 대표에 의하여 무방비 상태에서 테러를 당하였다. 이 사건으로 인하여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미국과 국제 사회가 충격을 받았다.

더구나 최근 IS(Islamic State)라는 이슬람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에 의한 민간인에 대한 무차별적 무자비한 테러로 인하여 세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주한 미국 대사에 대한 테러는 치안이 어느 나라보다도 잘 되어있다고 생각한 우리나라에서 발생한 것이어서 충격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돌이켜 생각해 보면 북한과 대치하면서 예상할 수 없는 도발과 사이버테러등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우리나라가 테러의 안전지대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알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사건이 방심이 불러온 사건은 아니었는지 다시 한 번 깊이 생각해 보아야 한다.

또한 작년 세월호 사건이후 국민의 안전에 초점을 맞추고 국가조직까지 개편한 상황에서 안전사고가 여전히 빈번하게 발생하고 심지어 총기 사고까지 빈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한편으로는 이 사건을 계기로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테러방지에 관한 법과 제도적 대책과 함께 국민의 인식전환도 있어야 한다.

이미 우리나라는 외국에서 재외국민이 테러단체에 공격을 받거나 납치를 당하거나 하는 등 국제테러에 노출되어 있다. 2009년에는 예멘에서 한국관광객들이 폭탄테러로 사망하였고, 2011년에는 소말리아 해적에게 우리나라 선박이 피랍되었다가 구출되는 등 우리나라 역시 테러에서 안전할 수 없다.

그럼에도 테러에 대응하는 법과 제도는 미비하고, 국회나 정부도 테러문제와 관련하여 적극적인 대책을 수립하지 않고 대처에도 미온적이다. 더구나 국회는 테러방지에 관한 법률안이 제출될 때마다 인권보장을 이유로 무산시키거나 논의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국민 역시 사건이 발생할 때만 관심을 보였기 때문에, 테러방지법의 필요성이 제기됨에도 유야무야 되어 왔다.

테러방지법과 관련된 그동안의 논의

우리나라가 테러에 관하여 관심을 가지게 된 것은 국제적 행사의 국내 개최 때문이었다. 1988년 올림픽경기대회를 유치하면서 1980년대 초 국가적 차원에서 테러에 관한 체계적 대책을 모색하게 되었다.

이로 인하여 1982년 국가의 대테러 업무를 수행하기 위하여 대통령 훈령으로 국가대테러활동지침을 제정하였다. 특히 동 지침은 북한을 포함한 국제테러조직에 의한 올림픽과 참가 선수에 대한 위협 요인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 위하여 제정되었다. 이 이후 동 지침은 시대적 변화에 대응하여 2005년 3월 15일 전면개정 되었고, 2008년 8월 18일을 포함하여 3번에 걸쳐 부분개정 되었다.

테러방지와 관련하여 행정부 차원에서는 대통령 훈령으로 대응하고 있으나, 테러문제에는 발생된 이후의 사후조치도 중요하지만 테러발생 자체를 차단하는 예방이 더 중요하다. 국가공권력의 대테러활동은 필연적으로 국민의 기본권을 제약하는 문제를 야기한다. 그래서 테러방지를 위한 국가공권력의 작용에는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그동안 국회에는 테러방지에 관한 법률안이 여러 차례 제출되었지만 무산되었다. 2001년 제출되었던 테러방지법안은 국가인권위원회와 대한변호사협회 등의 반대 의견으로 인하여 논란을 거듭한 끝에 여야 합의로 상임위원회를 통과하였지만 제16대 국회가 만료되면서 자동폐기되었다.

2005년에는 당시 여당의 대테러활동 등에 관한 법률안과 테러예방 및 대응에 관한 법률안 및 야당의 테러방지 및 피해보전 등에 관한 법률안이 각각 제출되었고, 이 중에 테러방지 및 피해보전 등에 관한 법률안이 채택되었지만 제17대 국회의 만료로 자동폐기되었다.

제18대 국회에서도 국가대테러활동에 관한 기본법안이 제출되었지만 임기만료로 자동폐기되었다. 이렇게 국민의 대표기관이라는 국회는 그동안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하여 거의 필수적인 법이라 할 수 있는 테러방지법에 대하여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였다.

우리와 너무 다른 외국의 테러방지관련 입법 상황

테러는 반인류적 흉악범죄이고, 국가와 국민의 안전을 위협하는 범죄이며 전쟁범죄에 준하는 범죄이다. 이미 국제사회에서는 오래 전부터 테러범죄에 강력하게 대처하였고, 선진국을 비롯한 각국에서는 테러범죄를 미연에 차단하고 예방하며 사후에 신속하게 대처하기 위하여 테러방지법과 테러대처법 들을 입법화하였다.

국가기관의 권력화와 인권침해라는 이유를 제시하면서 테러방지법을 반대하여 지금까지 제정되지 못한 우리 현실과 외국 현실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다른 시각에서 본다면 그만큼 우리나라가 안전하다는 것인지, 또는 지구상에서 테러안전지역이란 확신이 있기 때문인지, 아니면 테러가 발생한다고 하여도 하나의 범죄에 불과하다는 것인지, 그 이유를 짐작하기 어렵다.

테러방지법과 관련해서 대표적인 국가는 미국이다. 미국은 1960년대부터 국제테러 조직의 표적이 되었고, 항공기 납치․폭파 등과 같은 항공기테러를 방지하기 위하여 1974년 항공기 납치 규제법(Anti-Hijacking Act of 1974)을 제정하였다. 그 후 미국은 테러방지 및 억제를 위한 포괄적인 국내법의 필요성을 인식하여 1984년 10월에 국제테러규제법(1984 Act to Combat International Terrorism)을 제정하였다.

미국은 1995년 4월 19일 발생한 오클라호마 연방 청사에 대한 테러를 계기로 1996년 4월에 종합테러방지법(Anti-terrorism and Effective Death Penalty Act of 1996)을 제정하였다. 그러나 미국은 2001년 9월 11일 테러사건을 기점으로 그동안 대테러체제의 한계를 절감하고 2001년 9월 19일 수사기관의 대테러활동을 강화하기 위한 애국법(USA Patriot Act 2001)을 제정하였다.

이 법의 중요 내용을 보면 테러범죄와 관련된 연방수사국의 감청권의 확대, 범죄수사를 위한 정보공유권, 유선·대화·전자통신 감청 및 정보공개 제한규정에 대한 광범위한 예외 규정, FBI에 테러범죄와 관련된 첩보·정보 수집등의 권한부여, 수사기관의 테러관련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기록 추적절차를 용이하게 하고, 테러관련사건 수사를 위한 수색영장 발부권과 영장의 예외규정을 신설, 테러자금의 세탁방지와 테러자금 유입 차단을 위하여 국제적 돈세탁에 대한 추적과 감시 강화, 이민국적법(Immigration and Nationality Act)의 개정을 통한 테러범과 테러혐의자에 대한 강제구금·출정영장·재심리 권한 강화 및 외국학생 감시 프로그램을 통하여 그 활동에 대한 정보 수집 강화 등이다.

프랑스 역시 미국처럼 1986년 9월 9일 테러 자금과 국가안보 침해에 관한 법(LOI 86-120 du 09 Septembre 1986 LOI relative a la lute contre le terrorisme et aux atteintes a la surete de I'Etat)을 제정하였고, 미국의 9․11테러 이후에 2004년 3월 11일 스페인 폭탄테러와 2005년 7월 7일 영국의 폭탄테러 등이 발생하자 2006년 1월 23일 테러방지 및 치안과 국경통제에 관련된 여러 규정에 관한 법률(LOI n° 2006-64 du 23 janvier 2006 relative àа la iutte contre le terrorisme et portant dispositions diverses relatives àа la securiteé et aux controles frontaliers)을 제정하였다.

영국은 2000년 2월 대테러법(Terrorism Act 2000)을 제정하여, 테러용의자의 재산 몰수, 영장 없는 체포 및 구금, 불고지죄 등을 규정하였고, 2001년 12월에는 이 법을 개정하여 대테러, 범죄 및 보안법에서 정부가 외국인 테러 용의자를 긴급 구속할 수 있는 권한과 계좌감시권을 규정하였다.

영국은 2008년 6월 이 법을 재개정하여 테러 요의자의 경우 구속영장이 없어도 6주 동안 구금할 수 있도록 하였다. 캐나다의 경우도 미국의 9·11테러사건 이후 대테러법을 제정하여 테러범죄를 처벌하고 있으며, 호주도 사이버범죄법과 정보업무법을 개정하여 테러용의자와 공안사범의 처벌을 강화하고 있다.

일본은 폭력·파괴활동에 대응하기 위하여 1952년 파괴활동금지법을 제정한 후, 1995년 3월 20일 발생한 도쿄 지하철 사린가스 살포 테러사건에 대응하여 1999년 독가스․폭발물 등을 사용하여 무차별적으로 대량 인명살상을 야기하는 단체에 대한 지정과 조사권을 규정한 무차별 대량살인행위를 행한 단체의 규제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였다.

그 후 미국의 9·11테러사건이 발생하자 테러대책특별조치법을 제정하였고 생물병기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였다. 그 외에도 일본은 2002년에 공중 등 협박목적의 범죄행위를 위한 자금 제공 등 처벌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테러자금 등의 추적을 용이하게 하도록 대책을 강구하고 있다.

이상의 국가들 외에도 러시아는 2006년부터 연방대테러법과 대테러법 시행 대통령령을 제정하여 테러에 대응하고 있다. 또한 뉴질랜드, 남아공, 키프러스 등도 테러사범이나 공안사범을 포함하는 대테러법 제정을 추진하고 있다.

테러방지를 위한 관련 법률의 필요성

테러는 폭력을 써서 적이나 상대편을 위협하거나 공포에 빠뜨리게 하는 행위를 말한다. 또한 테러리즘은 정치적인 목적을 위하여 조직적·집단적으로 행하는 폭력 행위. 또는 그것을 이용하여 정치적인 목적을 이루려는 사상이나 주의를 말한다.

테러에 관한 정의와 관련하여 과거 제16대 국회에 제출되었던 테러방지법안 제2조 제1호를 보면 “테러라 함은 정치적·종교적·이념적 또는 민족적 목적을 가진 개인이나 집단이 그 목적을 추구하거나 그 주의 또는 주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계획적으로 행하는 다음 각목의 행위로서 국가안보 또는 외교관계에 영향을 미치거나 중대한 사회적 불안을 야기하는 행위를 말한다.”라고 하고 있다.

이 규정에는 테러의 유형을 열거하고 있는데, 이를 보면 ① 대통령령이 정하는 국가요인·각계 주요인사·외국요인과 주한 외교사절에 대한 폭행·상해·약취·체포·감금·살인, ② 국가중요시설, 대한민국의 재외공관, 주한 외국정부시설 및 다중이용시설의 방화·폭파, ③ 항공기·선박·차량 등 교통수단의 납치·폭파, ④ 폭발물·총기류 그 밖의 무기에 의한 무차별한 인명살상 또는 이를 이용한 위협, ⑤ 대량으로 사람과 동물을 살상하기 위한 유해성 생화학물질 또는 방사능 물질의 누출·살포 또는 이를 이용한 위협 등이다.

테러는 폭력을 통하여 상대방을 위협하거나 피해를 입히는 행위로 헌법상의 질서를 위협하고 침해한다. 테러는 반국가적 행위이며, 반사회적 행위로 헌법질서에 반하는 것으로 헌법에 의하여 부정된다. 테러가 국가의 안전보장과 질서유지 및 공공복리에 심대한 침해를 가져오는 한 법률을 통하여 이를 규제해야 한다.

헌법재판소는 판례에서 테러에 대하여 명시적으로 이를 정의하고 입장을 밝힌 것은 없다.

단지 헌재는 대한민국과 미합중국간의 미합중국군대의 서울지역으로부터의 이전에 관한 협정 등에 관한 헌법소원에서 “오늘날 전쟁과 테러 혹은 무력행위로부터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인간의 존엄과 가치를 실현하고 행복을 추구하기 위한 기본 전제가 되는 것이므로 헌법 제10조와 제37조 제1항으로부터 평화적 생존권이라는 이름으로 이를 보호하는 것이 필요하며, 그 기본 내용은 침략전쟁에 강제되지 않고 평화적 생존을 할 수 있도록 국가에 요청할 수 있는 권리라고 볼 수 있다.”라고 하여 테러로 인한 국민의 기본권침해를 언급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자유민주적 기본질서 하에서 국가의 존립과 안전 및 국민의 기본권을 보장하고 있다. 국가는 헌법질서 하에서 안으로는 사회질서의 안정과 경제적·문화적 발전을 도모하고 밖으로는 외부의 침략으로부터 국가를 방위해야 할 책무를 가진다. 그래서 국가는 국민의 자유와 권리 및 국가의 안전보장을 위하여 자신에게 주어진 권한을 통하여 테러를 방지하거나 진압해야 한다.

테러와 관련하여 가장 심각한 문제는 국가의 안전보장문제이다. 물론 다양한 형태로 발생하는 테러는 국가의 안전보장뿐만 아니라 사회질서를 파괴하고 국민의 자유와 생명, 재산 등을 침해하는 범죄이다.

그런데 미국의 9·11 테러에서 보듯이 테러는 이제 국가의 안보시스템을 무력화시키거나 국가의 안전에 직접적인 위해를 가할 정도로 대형화되었고, 최근 테러는 무차별적으로 잔혹하게 인명을 살상하는 반인류적 범죄화하고 있다.

현행 헌법은 테러를 방지하기 위한 국가의 책무 등에 대하여 직접적인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그러나 테러는 국가의 안전,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위협하고 침해하는 범죄이다. 그렇기 때문에 테러의 위험이 날로 점증하고 있는 현실에서 이를 방지하기 위한 입법의무가 국민의 대표기관인 국회에 있다. 그런데도 국회는 테러의 심각성을 애써 무시하면서 법률의 제정을 회피하고 있다.

현재까지 우리나라는 테러와 관련하여 1982년 1월에 제정된 대통령 훈령인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 근거하여 대테러활동을 하고 있다. 동 지침은 대테러관련 국가기관 상호간의 내부지침에 불과하여 법치행정의 요구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동지침은 국제테러범죄 예방을 위한 예측가능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신종테러범죄에도 대응하기 어렵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국가의 대테러 활동과 관련하여 국민의 기본권의 제한을 가져오는 것이라면 법률의 근거가 필요하다. 또한 국가의 정당한 권한행사를 위해서라도 법률상의 근거가 있어야만 한다. 테러방지법 제정과 관련하여 국가기관의 권한남용의 문제와 국민의 기본권 침해문제는 법률의 내용에서 해결할 수 있는 문제이다.

이를 이유로 테러방지법 제정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면 헌법이 부여한 입법중심기관으로서 국회의 책무를 다하지 않는 것이다. 헌법이 규정한 국익우선의 의무를 잊지 않고 자신의 책무를 다하는 국회를 기대한다. /김상겸 동국대학교 법학과 교수

(이 글은 자유경제원에서 개최한 <경제기반 위협하는 테러, 이대로 좋은가?> 토론회에서 김상겸 교수가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