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수급난 지속…연말 성수기 앞두고 비상
부가가치 높은 친환경차ㆍ수출에 주력, 판매 줄어도 매출은 증가세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지난달 완성차 업계가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두 자릿 수 감소를 기록했다. 다만 전월대비 판매가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되며 수급난이 점차 완화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완성차 업계는 남은 하반기에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는 한편, 수익성 회복에 주력할 계획이다.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차와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판매를 확대하면서 이윤이 큰 수출 시장에 대응한다는 전략이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사진=미디어펜


2일 업계에 따르면 완성차 5사의 10월 내수 판매실적은 총 10만6424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5% 감소했다. 반도체 수급난에 따른 생산차질이 판매감소로 이어졌다. 다만 전월에 비해서는 15.9% 증가해 반도체 수급난이 점차 완화되고 있음을 보여줬다.

현대차의 경우 10월 국내 시장에서 5만7813대를 판매하며 전년 동월 대비 12.0%의 마이너스 성장을 나타냈다. 낙폭은 가장 적어 현대차의 완성차 5사 내 점유율은 54.3%까지 확대됐다.

인기모델 그랜저 판매량이 9448대까지 확대됐고, 10월 들어 본격 판매가 시작된 광주글로벌모터스(GGM) 위탁생산 차종인 경형 SUV 캐스퍼도 2506대가 팔렸다.

기아의 10월 국내 판매대수는 3만7837대로 전년 동월 대비 21.2% 감소했다. 기아의 최고 인기모델 쏘렌토 판매가 5363대에 그쳤을 정도로 생산차질 여파가 컸다.

같은 기간 르노삼성은 30.0% 감소한 5002대의 내수 판매량을 기록했다. QM6 판매량이 3487대로 버텨주고 있지만 XM3(792대)는 수요만큼 생산이 받쳐주지 못하고 있다. XM3의 대기 물량은 1300대에 달한다.

회사측은 11월부터는 XM3를 비롯한 부산공장에서 생산하는 내수 차량의 정상 생산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기존 대기물량은 물론, 11월 중 계약 고객들 차량에 대해서도 개소세 인하 혜택 종료 전인 연내에 출고할 것을 약속했다.

쌍용차는 10월 국내 시장에서 3279대를 판매했다. 전년 동월 대비 56.9% 감소한 물량이다. 회사측은 인기 모델인 더 뉴 렉스턴 스포츠&칸 약 5000여대를 포함, 내수에서만 총 7000여대의 출고 적체를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GM의 10월 내수판매는 2493대로 완성차 5사 중 가장 적었다. 전년 동월 대비 감소폭도 64.7%로 가장 크다.

한국GM은 주력 수출차종인 트레일블레이저를 생산하는 한국GM 부평 1공장이 반도체 부족으로 10월 중 2주간 가동을 멈췄었다. 트레일블레이저는 수출 수요가 많은 차종이라 국내 판매는 697대에 그쳤다.

수출 및 해외 현지 생산 판매 역시 르노삼성을 제외하고는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현대차는 10월 해외 시장에서 24만9226대를 판매하며 국내보다 더 큰 22.5%의 낙폭을 보였고, 기아는 18.9% 감소한 18만35대의 해외 판매실적을 올렸다.

한국GM은 10월 수출이 전년 동월 대비 무려 82.0%나 감소한 4382대에 그쳤고, 같은 기간 쌍용차도 42.0% 감소한 1500대를 수출하는 데 머물렀다.

반면, 르노삼성은 전년 동월 대비 무려 1590.1%나 증가한 6625대의 10월 수출 실적을 올렸다. 지난해 10월 수출이 닛산 로그 수탁생산 계약 종료로 워낙 부진했던 기저효과도 있지만, 르노그룹이 XM3 수출 차량(르노 아르카나)에 대한 부품 우선 공급 정책으로 생산 정상화를 지원해준 덕이 컸다.

업계에서는 반도체 수급난이 9월을 피크로 점차 완화되고 있지만 최소 내년 1분기기까지는 완성차 생산에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11월 현재, 국내 반도체 수급은 현대차와 기아, 르노삼성을 중심으로 회복세로 전환했다.

하지만 한국지엠과 쌍용차는 여전히 공급 부족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완성차 업계는 불가피한 생산 차질을 최소화하기 위해 수익성에 집중한다는 계획이다.

현대차와 기아는 10월까지 이어진 생산 차질을 만회하기 위해 남은 하반기 수익성 회복에 총력을 다한다. 이를 위해 상대적으로 부가가치가 높은 친환경 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끌어올린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수출 시장 회복에도 주력한다. 판매가 감소해도 수익성을 지키겠다는 전략이다.

실제로 현대차의 3분기 판매(89만8906대)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9.9%(9만8908대) 감소했음에도 매출은 전년 대비 4.7% 증가했다.

기아의 3분기 판매(68만4413대)도 사정은 마찬가지였다. 지난해 3분기보다 판매가 2.1%(1만4989대) 감소했지만, 매출은 8.8% 끌어올렸다. 수익성이 높은 친환경 차를 비롯해 RV와 SUV 판매에 집중한 결과다.

현대차와 기아 모두 작년보다 차가 덜 팔렸음에도 매출은 오히려 증가한 셈이다. 이에 불가피한 생산 차질을 받아들이면서 고부가가치 차종에 집중하는 등 수익성 개선에 나서겠다는 전략을 보이고 있다.

르노삼성 역시 남은 하반기 수출에 집중한다. 지난달 수출 물량에 적극적으로 대응한 덕에 내수 5002대, 수출 6625대 등 총 1만1627대를 기록했다.

특히 전년 10월(392대) 대비 무려 1590%나 증가한 수출 실적을 주목할 만하다. 총 4819대가 선적된 XM3가 15배 넘는 수출 실적을 견인했다. 르노 그룹의 ‘부품 우선 공급 전략’에 힘입은 결과다.

전통적인 성수기인 4분기를 맞아 수출에 주력하면서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게 완성차 업계의 공통된 전략이다.

완성차 업계 한 관계자는 "수요가 있어서 부품이 없어 못 만들어 파는 답답한 상황이 지속되고 있는 가운데 수급난이 장기화되며 부품가격 상승까지 완성차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며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악재가 겹쳐 고민이지만 친환경차와 SUV 등 수익성이 높은 모델에 집중해 내실을 기하는 전략을 펼칠 것이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