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미·종북 노림수…반대기업·재벌 정서 차단 포퓰리즘 막아야
   
▲ 자유경제원 토론회 <경제기반 위협하는 테러, 이대로 좋은가?>에 참석한 패널들의 모습. 좌측부터 김상겸 동국대 법학과 교수, 이춘근 한국해양전략연구소 선임연구위원, 현진권 자유경제원 원장, 한정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이번 김기종의 주한 미대사 테러는 한미동맹의 상징인 국가 사절에 대한 사상초유의 사건이라는 점에서 큰 파장을 몰고 왔다. 국내 테러 관련 방지법이 없다보니 테러범을 일반 형사범으로 다뤄야 하는 사법기관의 태도에서 적지 않은 문제점들이 드러난 것도 사실이다.

이에 테러관련법을 제정해야 한다는 여론이 고조되고 있는 현실이며, 법전문가가 아닌 토론자는 구체적인 테러관련법에 대해 논하기 보다는 이 사건이 함의하고 있는 시의적인 문제, 그리고 본질적인 문제를 시론의 차원에서 파악해 보고자 한다. 그러한 문제의 본질을 인식한다면 테러관련법의 방향을 논의하는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 사료된다.

모든 테러는 궁극적으로 경제에 대한 테러다

2001년 9.11 테러가 미국을 강타했을 때, 90세의 원로가 된 경제학자 밀튼 프리드만은 부시 대통령의 천문학적인 뉴욕시 재건예산투입과 보복전쟁 예산에 반대했다. 프리드만은 후버연구소와의 대담에서 ‘9.11테러는 미국 경제에 대한 테러’이며 ‘이를 위한 정부예산의 거대한 증액은 미국 경제를 불황의 늪으로 몰고 가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대담에서 “다시 한번 말하지만, 부시 대통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예산을 늘려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프리드만은 “무너진 뉴욕시는 시장(market)이 복구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지만 프리드만의 경고를 진지하게 받아들인 정부 인사들과 국민들은 없었다.

후버연구소는 9.11테러 10주년이 되던 2011년, 밀튼 프리드만의 경고를 회상하며, ‘그가 옳았다’라는 평가를 내렸다. 미국은 9.11을 계기로 BC911, AD911로 서력을 다시 써야 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규제강화와 거대정부로 변모해 갔다. 그리고 불황의 연속이었다.

9.11테러가 궁극적으로는 ‘미국 경제에 대한 테러’라고 봤던 프리드만의 경고를 지금 우리는 김기종의 한미동맹에 대한 테러와 관련해 생각해 볼 수 있다. 모든 국내의 정치적, 사회적 위기는 궁극적으로 경제상황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 위기의 고리가 악순환되면 국가 리스크가 높아지고 기업의 투자가 회피된다.

反美주의는 ‘시장경제’ ‘자본주의’ 공세로 전환될 것

결론부터 말하자면, 김기종의 미 대사 테러로 인한 향후 정치권, 특히 야당과 야권의 대응전략은 자신들의 불리한 전선을 돌파하려는 과정에서 ‘시장경제와 대기업에 대한 공세 강화’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태도는 ‘아젠다 변경’이라는 전선이동 전략과 함께 ‘자신의 강점을 상대의 약점에 퍼붓는’ SWOT 전략의 당연한 요청이다.

종북 논란이 부담스러운 야권으로서는 미국으로 상징되는 자본주의와 시장경제를 타깃으로 국내 노동세력과 연대한 ‘불평등’의 아젠다를 모토로 세팅해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한 다음, 이 모멘텀을 이용해 김기종의 테러에 대한 여권의 대응을 ‘안보장사’, ‘메카시즘’으로 몰아가려 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러한 과정에서 국내 경제는 더 한층 어려워질 수 있다. 따라서 진보와 야권 세력은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그러한 전략을 택해서는 안된다.

박근혜 정부 역시, ‘안보와 경제’라는 두 개의 아젠다에서 국민들이 모두 공감할 수 있는 철학을 가져야 한다. 튼튼한 안보가 경제적 성공을 불러온다는 사실과 함께, 대기업과 재벌에 대한 부당한 여론과 포퓰리즘 공세를 미리 차단하는 지혜를 가져야 한다.

여권, 안일하게 대응하면 더 큰 위기 초래할 것

우려되는 것은 여권에서 정치적,외교적 부담으로 이번 테러 사건을 북한과 연계해 파악하려는 노력을 중도에 포기할 가능성이다. 정부는 이 사건에 과잉대응할 이유도 없지만 안일한 대응은 더 큰 위기를 불러올 수 있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특히 최근 대북 5.24조치의 해제를 통한 남북경협재개와 정상회담을 물밑에서 추진하는 정부로서는 이를 이용하려는 북한의 계략에 엮이지 않도록 신중하고도 현명한 처리가 요구된다.

이를 위해 이 사건의 배경과 배후에 대한 검토는 매우 중요하다. 김씨의 테러행위는 단순한 개인 일탈의 행동이 아님은 이미 밝혀졌다. 테러 전날 새벽, 북한의 선전 기관지 ‘우리민족끼리’가 한미연합 군사훈련을 비난하는 과정에서 북한에 대해 강경한 입장을 표명하던 러퍼트 주한 미대사를 겨냥해 ‘제 명에 살지 못할 것’이라며 ‘적(러퍼트대사)의 명줄을 끊어 놓아야 한다’는 주장을 했고, 그 다음 날 김씨는 러퍼트대사를 대상으로 테러를 자행했다.

테러 범행자 김기종은 종북진영의 본진에서 이미 10여년간 종북 선전활동과 조직활동을 해온 사람이고, 그러한 행위는 종북진영의 특성상 개인의 자유의지에 의해 할 수 있는 성격이 아니다.

토론자는 이미 전향한 종북인사들로부터 종북진영에는 ‘오르그’(Org)라고 불리는 조직행동의 준칙이 있으며, 어느 개인도 그러한 오르그의 집단 결정에서 벗어나 행동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는 것을 여러차례 복수의 인물들을 통해 확인했다. 오르그의 최종 심의는 그들이 ‘민주기지’라 불리는 북한 대남공작 부서에서 결정된다.

그렇기에 우리는 김기종의 행위를 북한과 연계해서 생각해야 하며, 북한이 현 시점에서 대남전술로 포지션한 ‘당면과제’가 무엇인지를 파악해야 한다. 김기종의 테러행위는 이후, 북이 도발하려는 다음 단계에 대한 포석이자 동시에 전조(前兆)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토론자는 일단 북의 의도가 ‘한미동맹의 균열’과 ‘전술핵 정치위협’의 과정에서 남남갈등과 국론분열을 노린 통일전선의 구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동시에 이석기 RO사태와 통진당 위헌 해산을 계기로 야권에서 종북과 일정한 선을 그으려는 움직임에 대한 경고성 메시지인 것으로도 판단하고 있다. 아울러 잔존하는 종북 NL진영에 재건의 메시지를 함께 보내는 것으로도 판단된다.

안보와 시장경제 두 개의 아젠다를 확실히 해야

국내 진보 정치세력은 반자본 노동주의자들과 연대해 여전히 미국을 ‘신자유주의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으며 민족공산주의자들의 주도적 담론을 수용해 역시 미국을 ‘분단의 원흉’이자 ‘반민족적 통일방해 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다.

통진당은 그러한 이니셔티브를 합법적 공간에서 획득하고 있었으며 이는 북한의 입장에서는 ‘민주노동당’으로 표상되는 합법적 종북세력의 국내 원내정치 입성이라는 오랜 숙원에 부응하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근혜정권의 통진당 위헌 정당 해산제소와 헌재의 판결로 북한은 합법적, 대중적 통일전선의 기반을 잃게 되었고, 그 손실은 막대한 것이었다. 더구나 헌재 판결 이후, 기존의 중도좌파 성향의 국민들과 정치세력이 종북과 선을 긋기 시작하고, 종북과 거리를 두려는 노동주의 PD계열에 이니셔티브가 주어지면서 북한의 입장에서는 남한 진보세력에 보다 강력한 메시지를 보낼 필요가 등장했다고 판단된다.

종북 NL 계열로 다시 야권 정치 세력의 구심점이 모여지지 않으면 북한으로서는 미국이 추진하는 고고도 미사일 방어망(Thaad)의 한국 참가를 막을 남한내 동력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종북의 영향력에서 완전히 탈피하지 못했거나, 과거 통진당과 연대의 과오를 갖고 있던 야권으로서는 김기종의 테러 행위를 마냥 비난할 수만은 없는 입장에 있다.

만일 야권이 북한과 실질적인 결별 수순을 밟는다면 북한의 대남전략 부서로서는 배신자들에 대한 비밀보호 미련을 가질 이유가 없으며, 이는 순망치한의 파탄적 관계로 가는 길이기에 어떻든지 야권내에서는 이 문제에 대한 북한입장이 관철되는 아젠다를 만들 수밖에 없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분석으로부터 김기종의 테러 행위는 향후 전개될 야권의 행태에 다음과 같은 전망을 낳게 한다.

첫째, 한국의 진보와 야권은 여권에 대한 이니셔티브를 확보하기 위해 ‘아젠다 변경’의 전술차원에서 ‘재벌기업’에 대한 규제 강화와 반자본, 반시장적 논리를 더욱 강화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러한 투쟁으로 자신들이야 말로 ‘정의 세력’이라는 프로파간다를 강화하면서, 이를 반미와 연계하고자 할 것이다.

둘째, 종북세력이 여전히 영향력을 갖고 있는 노동세력내 급진주의자들은 정부가 경제정책 실패를 안보주의로 가리려 한다는 주장으로 파업투쟁을 선동할 것으로 예상된다.

셋째, 김기종의 테러를 북한과 연계해 파악하려는 여권내 움직임은 북한과의 정상회담에 대한 미련, 미국의 싸드참여에 대한 부담과 야권의 재벌개혁 공세에 밀려 기회주의적인 태도를 노정하게 되고 원칙을 져버림으로써 북한의 다음 도발에 빌미를 제공할 가능성도 높다고 예상된다.

따라서 향후 테러관련법이 제정되더라도 그러한 법안은 궁극적으로 우리의 번영을 담보하는 자유시장경제를 보호하려 한다는 취지가 명백해야 한다. 그런 정신이 없는 테러방지법은 자칫 이념의 논쟁 한가운데에 빠질 수도 있다. /한정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

(이 글은 자유경제원에서 개최한 토론회 <경제기반 위협하는 테러, 이대로 좋은가?>에서 한정석 바른사회시민회의 운영위원이 발표한 토론문 전문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