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증권사 등 업계 애로사항 개편 및 검사주기 탄력적 조정 시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금융감독원의 새로운 선장을 맡은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국내 금융지주그룹의 글로벌화를 돕기 위해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로 개편할 것이라는 입장을 피력했다. 또 지주사 계열 은행과 증권사들의 수익이 개선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감독주기를 완화해 금융사들의 숨통을 트여줄 것이라는 의견을 내놨다. 

과거 개입 중심의 직접적인 감독에서 시장친화적 금융환경을 조성할 것이라고 입장을 선회한 점에서 금융권의 반응이 주목된다. 

   
▲ (사진 왼쪽부터) 김태오 회장(DGB지주), 김기홍 회장(JB지주), 김정태 회장(하나지주), 정은보 금융감독원장(금감원), 윤종규 회장(KB지주), 손태승 회장(우리지주), 손병환 회장(NH지주), 김지완 회장(BNK 지주)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정 원장은 3일 은행회관에서 열린 금융지주사 회장단과의 간담회에서 "금융지주그룹은 국내 금융산업의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크고 영향력 있게 발전해 왔다"면서도 "글로벌 금융회사와 견줘 볼 때 자산규모, 수익 원천, 시장가치, 글로벌 경쟁력 등에서 아직 그 격차가 큰 상황이다"고 평가했다. 

금감원은 이를 위해 △감독·검사 방향 개편 △지주사의 경쟁력 제고 △금융소비자 보호의 내실화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대비 등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정 원장이 밝힌 인사말에 따르면, 금감원 검사업무는 위규 사항 적발이나 사후적 처벌을 하기 보다 위험의 선제적 파악과 사전적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검사체계'로 개편된다. 

현행 종합·부문검사 등으로 구분되는 검사방식을 금융환경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고, 검사자원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겠다는 계획이다. 특히 검사 현장 및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권과의 소통채널을 확대해 검사처리 체계를 정비할 것임을 시사했다. 

또 금융사의 규모, 업무의 복잡성 등 금융권역별 특성에 맞게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을 합리적으로 조정할 것이라고 전했다. 저축은행 등 지주 산하 소규모 계열사를 대상으로 행하던 검사주기는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주사의 자체적인 관리능력을 믿겠다는 의견이다. 

지주사의 경쟁력을 제고하기 위해 당국으로서 정보공유를 돕는 한편, 지주 산하 은행과 증권사 등의 수익 개선에 일조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룹 시너지 제고'가 금융지주사제도의 도입 목적인 만큼, 지주 계열사 간 정보공유가 수월하도록 돕겠다는 입장이다. 

대표적으로 은행의 경우, 그동안 영업 목적을 위한 고객정보 공유가 어려웠지만, 은행법의 적극적 해석 등을 통해 고객의 동의가 있으면, 정보 공유를 허가한다. 또 은행의 유동성커버리지비율(LCR) 산정 방식을 전향적으로 개선해 과도한 고유동성자산 보유 부담을 줄이고 자금공급기능과 수익성 개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지주 산하 증권사에게는 탄소배출권 및 상장리츠 업무와 관련된 자본보유의무를 덜어준다. 이로써 계열 증권사들이 수익성 다변화를 꽤 하고 ESG경영과 상장리츠 시장을 활성화하는 데 돕겠다는 입장이다.

   
▲ 간담회에 참석하고 있는 금융감독원장 및 금융지주사 회장단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당국이 '금융소비자 보호'라는 명목으로 직접 간섭하던 과거의 감독체계 대신 지주사가 계열사 등을 자체 감독하도록 한다는 입장도 내놨다. 이를 위해 금감원이 시행하는 '금융소비자보호 실태평가' 실시주기를 1년에서 3년으로 완화하되, 나머지 기간에는 금융사가 자체 점검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연말까지는 계도 위주의 감독을 이어갈 예정이라고 전했다. 

정 원장은 "금융상품의 제조, 판매, 사후관리 등 전 과정에서 고객의 이익을 보호하는 금융상품 관리체계를 확대해 현재의 고난도금융상품 뿐만 아니라 여타 금융상품까지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해 주기 바란다"고 말했다. 

또 대내외 금융불안 요인에 따른 '퍼펙트 스톰' 우려에 대비해 지주사를 대상으로 리스크 요인을 면밀히 점검하고 손실흡수능력을 확충해줄 것을 요구했다. 이 외에도 지난달 발표한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에 지주사들이 동참해 가계부채의 연착륙을 이끌어달라고 전했다. 

한편 이날 정은보 금감원장은 취임 후 처음으로 지주사 회장과의 간담회를 가졌다. 간담회에는 정은보 금감원장, 김동성 금감원 전략감독부원장보 외 윤종규 KB금융그룹 회장,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 손병환 농협금융그룹 회장, 손태승 우리금융그룹 회장, 김지완 BNK금융그룹 회장, 김태오 DGB금융그룹 회장, 김기홍 JB금융그룹 회장 등이 참석했다.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