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산정체계' '신용평가 기준' 투명하게 공개돼야"
[미디어펜=백지현 기자] 금융당국이 내년부터 금융소비자가 '대출금리인하요구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제도개선에 나서겠다고 발표했지만, 효과를 거둘지는 의문이라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4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리인하권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우선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신용평가 기준'이 금융소비자에게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금융회사들이 이를 받아들이기는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 사진=연합뉴스 제공.
 

금리인하요구권은 개인이나 기업이 금융회사로부터 대출을 받은 이후 신용상태나 상환능력이 대출 실행 당시보다 크게 개선됐을 때 은행에 대출금리를 내려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다.

금융사별로 신청조건이 상이하지만 대체로 취업이나 승진, 재산 증가, 신용점수 상승 등이 해당된다. 지난 2019년 법제화됐지만, 금융사의 홍보 미비와 신청·심사절차 상 문제는 소비자의 권리 행사의 제약요인으로 꼽힌다.

실제 금리인하권 신청건수는 2017년 20만건에서 지난해 91만건으로 4.5배 증가했다. 반면 수용건수는 같은기간 12만건에서 34만건으로 2.8배에 그쳤다. 금리인하 요구가 수용된 대출 규모는 2000년 은행 기준 총 32조8000억원으로 감면이자는 약 1600억원으로 추정된다.

금융위는 신청요건과 심사기준이 모호하고, 불수용 사유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지적에 따라 적극적인 홍보와 신청·심사 절차의 합리화, 공시 및 내부관리 강화를 통해 소비자가 금리인하권을 제대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처럼 금융당국이 금리인하권을 손질하겠다고 나선 데에는 최근 가계부채 증가와 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이자 부담이 가중되자, 금리인하권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서민들을 달래기 위한 포석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일선 현장에서 금리인하권 제도를 적극적으로 실행할지 여부는 미지수다. 우선 금리인하권이 효과를 거두기 위해선 '대출금리 산정체계'와 '신용평가 기준'이 소비자에게도 투명하게 공개돼야 하는데 사실상 금융사가 이를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되면서다.

최근 은행들은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가산금리를 인상하고, 우대금리를 인하하는 방식으로 대출 문턱을 높이고 있다. 당국이 총량 관리 강화를 위해 사실상 은행의 가산금리 인상을 암묵적으로 용인하고 상황에서 이를 투명하게 공개하기란 더더욱 어려울 것이란 것이다.

금융회사의 대출금리의 경우는 '대출기준금리'에 '가산금리'를 더해 산정된다. 기준금리는 코픽스, 금융채,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등 자금조달비용을 반영하는 수치로 개별 은행에서 결정할 수 없다. 반면 가산금리는 업무원가, 목표이익률, 우대금리 등을 감안해 금융회사가 이를 결정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리인하폭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더라도 이를 제재할 법적 근거가 없어 실질적인 효과를 거둘지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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