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간시설 의무화 위헌소지...국공립 확충, 교사처우 개선 해법

   
▲ 이은경 큰하늘 어린이집 출연자
지난 1월 인천 모 어린이집에서 발생한 영유아 폭행 사건은 있을 수 없는 일이며 두 번 다시 일어나서 안 된다. 가해 교사는 단순 영 유아 폭행이 아니라 살인미수죄를 적용받아야 마땅하다고 생각한다. 더구나 영상을 보고 큰 충격에 빠진 부모 입장도, CCTV 카메라를 의지하고 싶은 그 마음엔 백 번, 천 번 동의한다.

CCTV 카메라가 ‘영 유아 폭행 근절’ 근본 대책은 아니다.  공산국가처럼 약 4만 5천여 개 어린이집, 약 8,000여 개 유치원 전체에  CCTV 를 의무적으로 설치하는 것이 맞는가? 그 비용을 전액 국고로 지원함이 타당한가? CCTV가 설치된 곳이든, CCTV가 설치되어 있지 않은 어린이집이든 학부모한테 선택받으면 운영하고 선택 못 받으면 퇴출당하는 게 맞다.  영 유아 폭행 근절 해법이 이상한 방향으로 흐르고 있다.

폭행사건이 터지고 부모들의 분노가 하늘을 찌르니 보건복지부가 발 빠르게 영 유아 폭행 근절 대안으로 CCTV 설치 의무화를 발표했다. 야당, 여당 할 것 없이 국회의원은 ‘아동학대 예방 추진위원회’를 꾸려 법 통과를 기정사실로 하였다. 부모와 전 국민을 ‘CCTV 설치 의무화’라는 프레임에 가둬놓았다. 그리곤 부결시켰다. 영 유아 폭행 근절 ‘최소한의 장치’라고 주장하고 여야 합의 사항이라고 호언장담하면서 부결시켰다.

부모들의 원망과 분노가 지금 정치권을 향하고 있다. 당연한 결과다. 처음부터 법안 통과가 쉽지 않은 사안에 너무도 가볍게 접근한 경솔함의 극치다. 적폐, 비정상의 정상화 0순위인 어린이집 문제를 간과했다. 적어도 정부와 국회는 현상이 아닌 본질적 측면에서 접근해야 했다. 영 유아 보육 정책 자체가 첫 단추를 잘못 끼운 상태인데 그 해결책만큼은 첫 단추 끼움에 더 신중해야 했다. 안타까운 현실이다.

CCTV 설치 의무화 법안은 왜? 맥없이 부결되었나?
이 안건은 이미 노무현정부 때 대구 서구에서 24시간 어린이집에서 보육 받던 자매 폭행사건을 계기로 처음 법안이 발의되었다. 여성시민단체가 ‘보육교사의 인권침해’ 문제를 제기하면서 이 법안은 무산됐다. 부모와 원장과 교사가 합의해서 설치하도록 권고사항으로 바뀌었다.  2013년 6월 임시국회 때도 발의가 되었다가 무산됐다. 이번이 세 번째다.

표면상으로는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의지 부족이 문제였나?
첫째 비영리 국가목적 사업이라도 95% 개인 자본인 어린이집을 상대로 국공립위탁 어린이집처럼 의무를 강행하기엔 무리가 있다.

둘째는 20년 동안 내버려둔 보육교사 처우 관련 예산이 막대하다 보니 보건복지부, 기재부, 교육부, 국회가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했다. 보육교사 인권침해 반대 이유는 이미 여러 번 써먹었다. 영유아가 풀스윙으로 폭행을 당한 영상을 본 사람은 ‘보육교사 인권 침해 주장 명분이 얼마나 초라한 것인지도 안다. 결국 막대한 예산 마련이 부결된 가장 큰 이유라고 본다.

처벌과 감시 위주 CCTV만 있는 것이 아니라고? 처우개선 있다고?
법안에는 급여 현실화 같은 절실한 처우 개선대책은 없다. 보육교사 근무교대를 원칙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을 뿐이다. 현재 4만 5천여 개 어린이집 현장에 있는 25만 명 정교사의 급여도 비정상적으로 지급하는 현실에서 근무교대라면 한 어린이집당 근무교사가 1명만 추가되어도 4만 5천여 명, 2명이 추가되어도 9만 명이다.

   
▲ 어린이집에 CCTV를 설치하는 법안이 부결된 것에 대해 어린이집단체 로비의혹을 제기하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영유아 폭력문제는 전국 민간 어린이집을 국공립수준으로 개선하고, 교사 처우개선, 민간 투자자들의 퇴로 허용 등이 수반돼야 가능하다. /MBC화면 캡처

그 예산은 어디서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1인, 2인 추가 투입해서 될 일이 아니다. 25만 명이 추가로 투입되어야 교대 근무가 가능하다. 앞으로 만들 교대 근무 교사 급여 예산보다 현재 근무하고 있는 교사 급여 예산부터 확보하는 것이 급선무다.

보육교사와 원장 보수교육에 인성함양 내용을 포함시키겠다고 한다. 보수교육은 3년마다 받는다, 집단교육이다, 3년마다 한두 시간 강의를 듣고 인성이 함양된다는 발상이 슬프다. 인성이든 자질이든 어린이집 교사로 부적격자가 처음부터 유입되지 않게 차단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또 현재 부적격자를 퇴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보호자 상담시간도 수업 연구, 평가시간도 근무시간에 포함하겠단다. 어린이집 교사의 근무환경이든 어린이집 구조를 전혀 모르는 사람이 만든 법안이다.

공립어린이집 원장이나 단체의 힘으로 법안 통과가 무산되었나?
법안 통과를 기정사실로 하며 큰소리친 국회의 유치한 변명이다. 두 번이나 무산된 법안이었지만 이번엔 통과된다고 여겼다. 그 인천사건의 동영상 자체가 너무 충격적이라 어린이집 원장과 교사는 모두 같은 죄인이었다. 아무도 ‘표준적인 이야기’조차도 말하지 못했다. 작은 의견이라도 몰매 맞을까 봐 숨죽이고 있었다. 그런 상황에서 4만 5천여 명 원장과 25만 명 교사 중에 "억울하다. 이건 아니다" 의견을 전달했을 수는 있다. 그 정도개인의 활동은 보장받아야 한다.

여야가 관련단체의 힘에 굴복해서 합의안을 부결시켰다는 변명은 궁색하다. 아님, 단체의 힘에 굴복했다고 자인하는 것인가? 그게 사실이라면 국회는 자진 해산감이다.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이 그렇게 어리석다고 생각지 않는다. CCTV만으로는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음을 알고 개인자본에 의존, 근무조건은 열악, 많은 요구 등 보육현장의 실태를 적나라하게 알기 때문에 찬성도 반대도 못 한 채 기권과 미 참석이라는 위치에 섰다고 본다.

교사의 인권보다 아이의 인권이 중요하다?
당연하다. 어른들 인권보다 보호받아야 할 아이들 인권은 0순위다. 여기에 이의를 달 사람도 토를 달 사람도 없다. 이걸 부정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다. 그 최우선으로 보호받아야 할 영 유아 권리 확보가 가장 최소한의 장치라는 CCTV로 접근했다는 것이 잘못되었다. 근본 문제 해결로 접근해야 했다. 최소한의 장치로 접근해서는 안 되었다는 거다. CCTV 카메라로는 영 유아 폭행 근절 안 된다.

범죄자는 더 영악하다. 범죄자는 다 빠져나가고 선량한 교사만 고통 받는 결과 초래하고 영 유아 폭행은 앞으로 더 미궁으로 빠진다. 이번 경찰 전수조사 결과에 나왔듯이 CCTV로는 단 한 건도 못 잡아냈다. 0%였다. 폭행 의심 부모의 신고와 주변인들 제보로 그나마 잡아냈다. 추상적인 말이지만 교사를 위해주는 것이 결국 아이들 위함과 같다.

교사가 행복하면 아이가 행복하다. 아이가 행복하면 부모가 행복하다. 예산이 넉넉해서 처우와 감시가 동시에 진행되면 좋겠지만 순서에서 20년 동안 방치한 교사들 처우개선과 교육수준향상이 우선됨이 바람직하다. 물론 이런 부분이 개선된다면 영 유아 폭행 문제가 더 이상 발생하지 않는가? 안 일어나는가? 하고 물을 수 있다. 100% 사라진다, 발생 없다고 말하면 거짓말쟁이지만, 감소한다. 줄어든다. 반드시.

4월 국회에서는 통과된다? 반드시?
개인적인 소견으론 이번처럼 하면 또 부결이다. 아니 본회의에도 못 올라갈지도 모른다. 설령 4월에 통과가 된다고 해도 헌법재판소로 넘어간다고 조심스럽게 예측해본다. 한 가지 궁금한 것은? 본회의에 올라가 찬성, 반대로 부결이 된 법안이 다시 상정될 수 있는지? 법안은 일사부재리 원칙이 적용받지 않는지? 묻고 싶다. 참여정부 때 한번, 2013년 6월에 한번 이렇게 두 차례 무산된 것은 발의만 되고 본회의에 올라가 찬반 표결에 부쳐진 적은 없었다. 그냥 발의된 상태에서 무산된 경우다. 본회의에서 표결서 부결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다.

결론적으로 영 유아 폭행 근절 해법으로 제시된 CCTV 프레임이 잘못되었다. 헌법 제34조 2항 국가는 사회보장․사회복지의 증진에 노력할 의무를 진다고 명시하고 있다. 사회복지 차원에서 접근했든 저 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접근했든 워킹 맘을 위한 일환이든 정책의 일차적 책임은 보건복지부다. 왜? 보건복지부가 제삼자 입장인가? 주 의무자가 현장을 누벼야한다. 원장이든 교사든 부모든 공감할 수 있는 ‘국민적 합의’ 도출하라. 부모는 찬성, 어린이집은 반대 이런 식의 혼란을 야기하고 뒷짐 지고 뒤에 있음 안 된다.

어떻게 해야 영 유아 폭행이 근절될 것인가?

첫째 적폐, 비정상의 정상화 0순위 어린이집 인정하고, 둘째 정책 실패 결과물이 영 유아 폭행이고 어린이집 운영 비리임을 선포하고, 셋째 원점에서 전면 재검토하는 합동대책 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민간이 주도하고, 당정청은 협조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넷째 국회 어린이집 수준을 기준 삼아 국공립어린이집 30% 확충하여 차상위계층 및 저소득층 자녀들 상대로 제대로 된 무상보육 실시해야 한다. 어린이집 교사 급여 수준도 국공립병설, 단설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현실화해야 한다. 급여 현실화로 우수한 인력이 유입되고 우수한 교사가 떠나지 않게 해야 한다.

다섯째 비영리 국가 목적사업 민간 파트너로서 부적격자 사업 파트너는 퇴로를 만들어주어 합법적으로 나가게 해야 한다. 여섯째 국가 목적사업의 취지와 성격 등 바르게 알리고 충분히 공감하여 자발적으로 비영리 국가 목적사업 돕겠다는 ‘선한 자선 사업가’의 유입도 허용해야 한다.

일곱째 너무 오래 내버려두어 막대한 예산을 단기간에 확보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점을 국민께 호소해야 한다. 대국민켐페인을 통해 영 유아 양육기금센터를 설립하고, 양육비용을 마련해야 한다.

돌아가면 세월만 낭비한다. 첫 단추를 풀어서 원점에서 함이 엄두도 안 나고 용기도 안 나겠지만, 그것이 시간이 걸려도, 비용이 들어도 지금 시도해야 할 가장 바람직한 방향이다. 또 미루면 시간도 두 배 이상 들고 예산도 서너 배 확보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사실은 다음 세대가 감당할 수 없는, 해결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다는 거다. 영 유아 보육정책 실패를 인정하는 것이 정답이다.  보건복지부의  용기있는 결단을 촉구한다. /이은경 어린이집 출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