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치페이 강요민간 선택과 자유 침해 명백한 과잉입법
   
▲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

김영란법이 왜 주목을 받게 되었나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김영란법이 계속 정치 이슈 한복판에 있다. 위헌 소지에 대한 지적이 이어지는 가운데 10일 김영란 서강대 교수는 기자간담회를 열어 본인의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김영란 교수는 “김영란법에 위헌 요소는 없으며, 기자 언론인 사립교원 등 민간영역에 대한 법적용 확대는 장차 확대되어야 하는 것이 일찍 확대된 것이다”라며 본인의 입장을 밝혔다. 과잉입법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여기서 하나, 다들 뭔가 오해하고 있거나 잊어버린 사안이 있다. 왜 김영란법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되었냐는 점이다.

   
▲ 지난 3일 국회가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법조계 일각에선 위헌이라 지적하며 박근혜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국회 법사위 이상민위원장이 여야의원들과 협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영란법은 2014년 5월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직접 언급해 세간의 주목을 받게 된 법이다. 박근혜 대통령은 5월 19일 세월호 참사 대국민담화에서 “전현직 관료들의 유착 고리를 끊는 것이 중요한데 지금 정부가 제출한 일명 '김영란법'으로 불리는 '부정청탁금지법'이 국회에 제출돼 있다”며 “국회의 조속한 통과를 부탁드린다”고 밝혔다.

전국민이 주목하던 세월호 사고, 그 사후 조치에 대한 대국민담화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언급한 것이라 그 파급효과는 컸다. 거의 대부분이 국민이 김영란법에 대하여 환영의 뜻을 표했으며, 새누리당 또한 김영란법 도입을 적극 약속했다. 당시 새누리당은 '김영란법'과 '유병언법'을 함께 언급하면서, 해경 해체를 위한 정부조직법 개편에 박차를 가하고 세월호에 대한 특별검사제 도입을 강조할 정도였다.

김영란법은 세월호 사고가 아니었다면 묻혔을 법

김영란법은 세월호 사고가 아니었으면 ‘묻혔을’ 법이다. 김영란법은 국회에 발의된지 시간이 지나 묻혀있던 법이었지만, 세월호 사고에 대한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으로 말미암아 살아났다.

민관유착은 세월호 사고를 야기한 해운분야 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수십 년간 쌓이고 지속해온 고질적인 병폐다. 박근혜 대통령은 민관유착, 관피아라는 적폐를 해소하기 위해 김영란법을 언급한 것이다.

   
▲ 세월호 대국민담화에서 김영란법을 언급했던 박근혜 대통령. 박근혜 대통령의 언급으로 인해 김영란법은 정계의 화두로 등장했다. /사진=연합뉴스 

독점 허가나 다름없는 민관유착, 가격통제 관피아, 선장과 선원의 안전의식 미비로 인해 세월호는 침몰했다. 나라의 비정상이 표면으로 드러난 상징이었다. 김영란법은 여기서 태어난 것이나 마찬가지다. 소위 ‘비정상의 정상화’를 이뤄내서 국민 생명을 담보로 끼리끼리 서로 봐주고, 공무원이 이를 눈감아주는 민관유착의 고리를 끊어 내기 위해 필요한 법이 김영란법인 것이다.

김영란법, 위헌이 아니라고?

김영란 교수는 10일 기자간담회를 통해 김영란법에 대한 본인의 의견을 밝혔다.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김영란 교수는 “김영란법은 위헌이 아니다. 잘못되었다고 비판만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장차 확대될 부분으로 일찍 확대한 것”이라는 입장을 언급했다.

김영란 교수는 “공직분야의 변화를 추진한 다음에 다음 단계로 민간분야로 확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자신의 내심을 밝혔다.

이어 김영란 교수는 “공직사회에서 시도해보고 차츰 민간분야로 확산하는 것이 원래 취지였지만, 민간분야의 반부패 대책도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애초의 김영란법 원안대로 하면 법적용 처벌 대상으로 되는 당사자는 150만 명이다. 민법상 가족을 준용하면 1500만 명으로 커진다. 여기에 사립학교와 언론 종사자까지 포함하면 당사자는 186만 명으로 늘어난다. 이들의 가족까지 포함하면 1900만명으로 확대된다.

   
▲ 김영란 전 국민권익위원장이 김영란법에 대해 입장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TV 캡처 

김영란법, 참 멋진 법이다. 온 국민의 5분의 2를 모두 감시하고 규율하려는 법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가히 세상의 모든 부정부패를 없애겠다는 김영란법이다.

원래의 김영란법은 2012년 8월 입법 예고된 뒤로 계속 난항을 겪어왔다. 김영란법은 고위 공직자의 청탁 수수행위를 뿌리뽑기 위한 입법 의도만을 가지고 시작한 법이다. 지난 2년 간 펼쳐진 입법 공청회에서도 민간 영역에 대한 법적용, 처벌 대상 확대는 전혀 다루어지지 않았다.

김영란법으로 인해, 법적용 대상이 되는 공직자/언론인/사립교원과 그 가족 등 국민 1900만명은 직무연관성이 있는 사람들과의 자리에서 시행령이 정하는 한도 이상의 대접을 받을 수 없다.

김영란법의 세상, 부정부패 하나 없는 깨끗한 세상

"김영란법은 위헌일까 아닐까"라는 의문을 제쳐두고, 이제는 김영란법의 세상이다. 한반도에는 부정부패 하나 없는 유토피아가 도래할 것이다.

현 공직자윤리 강령은 식사나 선물은 3만원, 경조사는 5만원을 한도로 한다. 이에 따라 김영란법 대상자가 누군가를 만나 둘이서 1인당 1만 원짜리 밥 한끼를 먹고 5500원짜리 커피까지 마시면 법에 저촉된다. 담배 한보루를 선물해도 법의 제재를 받는다. 담배는 2015년 새해부터 한 갑당 2000원이 올라 4500원으로 한 보루면 4만 5000원이다.

공무원 언론인 사립교사는 이제부터 누군가에게 밥 한끼 제대로 살 수 없다. 궁금한 것이 하나 있다. 공무원과 기자가 함께 밥을 먹는다면 이제부터 비싼 것을 먹고 싶어도 비싼 것을 못 먹는다. 1인당 3만원 이상의 코스요리는 꿈에도 못 꾼다.

   
▲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김영란법을 통과시켰다. 공직자 부정부패 일소를 취지로 시작했던 입법이 기자 언론인, 사립교원 교직자 등 민간인에게까지 적용되는 악법으로 바뀌었다. /사진=연합뉴스 

사적으로 친밀한 사이라 경조사비를 10만원, 20만원 내고 싶어도 이제는 내지 못한다. 김영란법은 정말 대단하다. 사람들의 경조사 봉투 두께도 결정한다.

김영란법 세상은 밥 한끼, 담배 선물에 경조사비까지 눈치를 봐야 하는 현실이다. 이것이 입법 취지는 누구나 동의하지만, 김영란법이 과잉을 넘어 위헌이라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세상의 온갖 부정부패 없애겠다는 김영란 교수의 착각

김영란 교수는 김영란법을 더치페이법이라 일컬으며, 민간영역에 대한 법적용 확대에 대하여 “장차 확대될 부분으로 일찍 확대한 것”이라고 언급했다. 민간의 부정부패까지 일소하겠다는 외침이다.

그런데 김영란 교수가 착각하고 있는 것이 몇 가지 있다. 더치페이는 의무가 아니다. 더치페이는 개인의 선택이며 자유다. 김영란 교수는 김영란법을 통해 더치페이를 강요하고 있는 것이다.

김영란 교수의 더 큰 착각이 하나 있다. 세상의 온갖 부정부패를 법 ‘하나’로 없앨 수 있다는 내심 말이다.

일단 2년간 공청회를 허다하게 겪으며 공적 영역에 대한 부정부패 해소에 대한 국회 논의는 이루어졌다. 그렇다 하더라도 김영란법이 올해부터 공공 영역에 적용되어 어떤 상황이 연출될 지는 앞으로 지켜봐야 한다. 김영란법이 발동될 것이고, 이제야 비로소 공공 영역, 공직자들의 부정부패에 대한 모니터링이 시작되는 것이다.

민간 영역 적용에 대한 국민 공론은 이제 시작이다. 민간에 대해서는 아무 논의도 이루어진 바 없다.

법 하나로 사람들의 관습 문화를 어떻게 규정지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 관습적으로 누구나 즐겨 하던 서로 ‘사는’ 문화와 사소한 선물 주고 받음에 대하여 김영란 교수는 어찌 생각할지 궁금하다. 경조사비도 마찬가지다. 누구나 자신이 진심으로 아끼고 친밀하다고 여기는 사람에게는 경조사비를 많이 주고 싶어 한다. 부정부패, 관직, 공공 업무를 떠나서 인간적으로 존경하는 이가 슬퍼하고 즐거울 때 누구나 그 사람에게 더 주고 싶어 한다.

더치페이, 경조사비, 선물, 모두 개인의 사적이고 자유로운 선택에 따른 것이다. 공직은 제외하더라도 민간은 더욱 그러하다. 굳이 이에 대한 제한을 내리고 법으로 처벌하려고 할 경우에는 엄격한 법적용과 집행이 필요하다. 김영란법은 이를 모두 놓치고 있다.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 또는 공공복리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할 수 없다.”

위 문구는 헌법 제37조 2항이다. 판사 생활 22년만에 40대 대법관, 사상 최초의 여성 대법관 자리에 올랐던 김영란 교수가 모를 리 없는 법조항이다.

법은 만능이 아니지만 헌법은 국민이라면 누구나 지켜야 하는 법이다. 대통령의 거부권 발동이든 국회에서의 재개정이든 부디 상식과 관습을 파괴하지 않는 김영란법이 되기를 바란다. /김규태 재산권센터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