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한국씨티 등 감원 주도…창업 지원금까지 파격혜택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은행권이 올해 역대급 호실적을 거둔 가운데, 비대면 서비스의 확대를 계기로 희망퇴직을 강화하는 모습이다. 은행들은 임직원에게 일방적인 퇴직을 요구하기 보다 만족할 만한 수준의 퇴직금과 창업·전직 지원금 등을 제공해 구조조정의 '연착륙'을 이끌겠다는 입장이다. 임직원들도 큰 반발 없이 희망퇴직을 받아들이는 모습이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은 외국계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지는 모습이다. 지난달 희망퇴직을 신청받은 SC제일은행은 특별퇴직(희망퇴직)을 실시해 약 500명이 떠났다. 지난 2015년 962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한 이래 최대치다. 지난해에는 29명이 퇴직하는 데 그쳤다. 

   
▲ 시중은행 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소비자금융부문의 단계적 폐지를 추진 중인 한국씨티은행은 이 부문에서 활동 중인 약 3400여명을 대상으로 오는 10일까지 희망퇴직을 신청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씨티은행의 희망퇴직자가 약 2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국내 시중은행도 희망퇴직에 속도를 올리는 모습이다. 대표적으로 KB국민은행은 올해 초 800여명이 희망퇴직 절차를 밟았다. 지난해의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220명, 하반기 130명의 희망퇴직을 단행해 총 350명이 떠났고, 우리은행도 올해 초 470여명이 희망퇴직 형태로 은행을 떠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574명이 떠난 하나은행은 다음달께 희망퇴직을 신청받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올해 희망퇴직자가 많아진 것을 두고 업계에서는 비대면서비스의 가속화와 더불어 퇴직에 따른 수혜조건이 대폭 개선된 영향이 크다고 보고 있다. 연공서열식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 은행권으로선 매년 급증하는 인력비용이 큰 경영과제로 다가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코로나19와 인터넷은행들의 약진을 계기로 지난해부터 비대면 금융서비스를 강화하면서 은행들로선 인력 구조조정에 대한 '니즈'가 상당했다. 다행히 올해 은행들이 역대급 호실적을 거두면서 '실탄'을 두둑히 장전하게 된 만큼, 퇴직보상조건도 상향화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업계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은 만 42~50세 이상, 근속 기간 10년 이상인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단행했으며 최대 6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하기로 했다. 

한국씨티은행은 희망퇴직 합의 조건으로 근속기간 만 3년 이상 정규직원과 무기 전담 직원에게 최대 7억원 한도에서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만큼 기본급의 100%를 특별퇴직금으로 제공하기로 했다. 퇴직자에게는 창업·전직 지원금 2500만원도 추가 지급된다. 

일부 시중은행은 위로금 차원에서 최소 2~3년치 급여는 물론 자녀 학자금과 재취업 지원금도 별도로 지원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대표적으로 국민은행은 희망퇴직 가능 연령을 1965~1973년생으로 조정해 40대 후반의 직원도 신청대상이다. 통상 시중은행의 부·지점장급이 희망퇴직을 신청하면 특별퇴직금까지 4∼5억원을 챙길 수 있어 직장생활을 정리할 가능성이 높다는 설명이다.

우호적인 희망퇴직 보상조건에 힘입어 올해 은행권의 희망퇴직자는 최소 4000명을 넘을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올 상반기 국내 5대 시중은행에서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난 직원은 2628명으로 나타났다. 

한 은행 관계자는 "현장 직원들이 희망퇴직 대상을 확대해달라는 의견이 꾸준했던 데다, 디지털금융도 강화되면서 점포·인력 조정이 불가피해진 상황이다"며 "(은행들이) 직원들의 제2의 삶을 지원하기 위해 퇴직금 외 자녀학자금, 창업지원금 등을 강화하는 모습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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