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삼성 라이온즈가 1차전에서 두산 베어스에 역전패를 당했다. 패배 자체도 아쉽지만 경기 내용에서 충격적인 일이 많았다. 삼성으로서는 충격파를 극복하지 못하면 6년만에 참가한 가을야구를 조기 마감할 수도 있다.

삼성은 9일 안방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1 플레이오프(3전2선승제) 1차전에서 4-6으로 졌다. 1회 먼저 2점을 내고도 역전패를 당했다.

그 과정에서 아쉬움이 많았다. 선발투수 뷰캐넌은 호투했지만 수비 실책이 빌미가 돼 패전을 안았다. 해결사 역할을 기대했던 오재일은 친정팀을 상대로 침묵했다. '끝판왕' 오승환은 최악의 피칭으로 마지막 추격 희망조차 날려버렸다.

   
▲ 오승환이 아웃키운트 하나 못잡고 2실점한 후 교체되고 있다. /삼성 라이온즈


뷰캐넌은 7이닝이나 던졌고 5피안타 3실점(2자책점)으로 선발로서 역할은 충분히 해냈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2-0으로 리드를 잡은 직후인 2회초 한꺼번에 3실점하며 역전을 허용한 것이 아쉬웠다.

상황이 좀 꼬였다. 선두타자 김재환에게 좌전안타를 내줬는데, 뷰캐넌이 잘못 던졌다기보다 수비 시프트로 생긴 허점을 공략당했다. 1사 후 허경민이 2루타를 쳤다. 이 타구도 빗맞아 우익선상에 떨어지는, 두산에는 행운이 따른 안타였다. 단타로 막을 수도 있었는데 우익수 구자욱이 회전이 걸린 볼을 뒤로 흘려 2루타를 만들어줬다.

흔들린 뷰캐넌은 박세혁을 볼넷 출루시켜 1사 만루로 몰린 뒤 박계범을 1루 땅볼 유도해 3루주자 김재환을 홈에서 아웃시켰다. 이어진 2사 만루에서 강승호에게 중전 적시타를 맞고 2점을 내줘 2-2 동점을 허용한 것까지는 어쩔 수 없었다. 다음 정수빈의 타구 때 실책이 나온 것이 문제였다. 3루쪽 강습 타구이긴 했으나 이원석이 충분히 처리할 수 있었는데 뒤로 흘리는 실책을 범하면서 역전 점수를 내줬다. 이후 삼성이 끝내 동점 추격을 못해 이 점수가 결승점이 됐다.

오재일의 타격 침묵도 삼성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5번타자로 나선 오재일은 4타수 무안타에 볼넷 1개를 얻어내는데 그쳤다. 한 경기 안타를 못칠 수도 있다지만, 이번 플레이오프는 '오재일 시리즈'로 불리기도 한다. 올 시즌을 앞두고 삼성이 FA 계약을 하며 두산에서 데려온 선수이기 때문이다.

   
▲ 오재일은 친정팀 두산과 플레이오프 1차전에서 무안타로 침묵했다. /사진=삼성 라이온즈


오재일은 단순히 무안타에 그친 것이 아니라 5회말 잡은 1사 만루 찬스에서 병살타를 쳐 더욱 아쉬움을 자아냈다. 최소 동점 추격을 했어야 할 결정적 기회를 날리면서 삼성의 팀 분위기는 가라앉았다. 오재일의 부진은 삼성의 사기에 미치는 영향이 클 수밖에 없어 1차전처럼 침묵이 이어지면 곤란하다.

'끝판왕' 오승환이 난타 당한 것은 가장 충격적이었다. 삼성이 8회말 모처럼 1점을 내 3-4로 따라붙은 후인 9회초 수비. 세번째 투수로 등판해 있던 우규민이 2아웃까지 잘 잡자 삼성 벤치는 오승환을 마운드에 올렸다.

한 점 뒤지고 있는 상황에서 마무리 오승환을 투입한 삼성 벤치의 의도는 명확했다. 오승환이 깔끔하게 남은 아웃카운트 하나를 마무리하고, 분위기를 끌어올려 9회말 마지막 공격에서 반격을 시도해보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오승환은 첫 타자 박세혁에게 홈런을 두들겨맞아 3-5로 점수 차가 벌어졌다.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김재호와 강승호에게 연속 안타를 허용하더니 정수빈에게 좌익선상 2루타를 맏고 추가 실점까지 했다. 결국 오승환은 홈런 포함 4연속 안타를 맞고 아웃카운트 하나 잡지 못한 채 최채흥에게 마운드를 넘기고 강판되는 수모를 겪었다.

삼성이 9회말 구자욱의 솔로포로 한 점을 만회했으니, 오승환이 무너진 것은 결과적으로 막판 패착이 되고 말았다. 더군다나 남은 시리즈에서 마무리 상황이 벌어졌을 때 오승환이 등판해야 할 경우를 감안하면 걱정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벼랑 끝으로 몰린 삼성은 10일 잠실구장에서 열리는 2차전에서 반격에 성공할 수 있을까. 1차전에서 있었던 잇따른 충격파를 극복해야 승부를 3차전으로 끌고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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