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G20 회의 때 대책 주문 안 해...이후에도 서한 발송 뿐
[미디어펜=구태경 기자] 정부가 요소수 구하기에 속도를 내면서도, 정작 이번 요소수 수급난의 발원지인 중국을 상대로는 소극적인 대처로 일관해 비난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요소수 수급난이 가시화되기 시작했던 지난달 29일 정의용 외교부 장관은 이탈리아 로마에서 개최된 주요 20국(G20) 정상회의에 참석한 왕이 중국 외교부장에게, 요소수와 관련해 대책 마련을 주문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면서다.

   
▲ 문재인 대통령이 9일 청와대 영상회의실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사진=청와대


외교부에 따르면, 30여 분 진행된 이날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는 종전선언에 관한 논의뿐으로, 정 장관은 요소 공급난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지 않았다.

이번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핵심 어젠다가 ‘종전선언’인 만큼, 이에 대한 논의는 합당하다고 볼 수 있지만, 요소수 공급 문제와 관련해 최소한의 언급이 있어야 했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중국이 요소 수출 전 검사 의무화를 조치한 시점이 지난달 15일이라는 점과 지난해 말 기준 톤(t)당 274 달러였던 국제요소 가격이 올해 6월 431달러로 급등하는 등 조짐을 보인 것을 고려할 때, 외교부가 이에 대한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

정부는 ‘요소수 대란’이 터지자, 중국의 수출제한 조치 21일만에 청와대를 컨트럴타워로 요소수 전담대응반(TF)를 구성, 호주로부터 2만ℓ의 요소수를 군용기까지 동원해 긴급 수입키로 하고, 부처 합동 요소수불법 유통 단속에 나서는 등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9일 국무회의에서 “요소수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며 “지나친 불안감을 갖지 마시길 바란다”고 국민을 향해 당부했다.

하지만 이러한 상황 속에서도, 중국에 대한 소극적인 태도에는 변화가 없는 모양새다.

같은 날 정부는 문 대통령 명의가 아닌, 부총리 명의로 중국 발전개혁위원회에 서한을 발송하고, 산업통상자원부장관 명의로 중국 상무부 서한을 발송한 것이 고작이다.

   
▲ 경기도-시군 요소수 관련 긴급 상황점검 영상회의 장면./사진=경기도 제공


그러나 국내 대처에서는 속도를 내고 있다.

9일 합동단속반은 민간 수입업체가 생산과정에 투입하지 않고 보유 중인 요소 3000t을 적발해, 이 중 700t을 생산업체로 이송하고 이번 주 중으로 요소수 생산을 완료해 우선 급한 땜질을 한 후, 나머지 물량도 조속히 생산공정에 투입해 요소수 시장에 공급하겠다는 방침이다.

이에 대해 김정숙 전북은행 기업금융부장은 “지난번 중국의 사드보복과 일본의 수출규제 등, 특정 국가 의존도가 높은 품목의 수입제한으로 두 차례나 곤혹을 치렀으면서도, 같은 일이 반복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일본의 수출규제의 경우엔 외교적 마찰로 인한 이유로 대응에 어려움이 있었겠지만, 그동안 중국에 ‘저자세’라는 비판까지 감수하면서도 외교적 노력을 해 온 만큼, 보다 더 적극적인 주문을 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한편 이번 요소수 품귀현상으로 인해 개인간 개인 거래(P2P) 등에서 관련 사기 신고가 잇따르자, 중고나라·당근마켓 등 플랫폼에서는 일시적으로 요소수 거래를 제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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