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차종 혼류생산, 탄력적 수요대응 압도적 경쟁력
300% 이상 검수, 그룹 내 가장 적은 출하 불량수
수익성·미래 프로젝트에 유리···지속가능성과 직결
[미디어펜=김태우 기자]르노삼성자동차가 XM3(수출명:르노 뉴 아르카나)의 수출물량 확대를 통해 점차 예전의 모습을 찾고 있다. 닛산 로그물량의 계약종료로 일감이 부족해 어려운 시기를 겪어왔던 르노삼성에 새로운 활력소가 되고 있는 것이다. 

이를 통해 경영정상화에 집중하고 있는 르노삼성의 본거지 부산공장을 지난 9일 방문했다. 이번 공장방문은 한국자동차기자협회(KAJA) 자동차 산업 탐방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날 5만 번째 수출용 르노 뉴 아르카나를 생산한 르노삼성은 이례적으로 기자들에게 현장 사진과 영상 촬영을 허용하는 등 공장 내부를 공개했다.

   
▲ 5만번째 수출되는 르노 뉴 아르카나. /사진=미디어펜

최근 몇 년 사이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 일을 해왔을 근로자들이지만 생동감 있는 표정에는 단호한 각오와 작은 미소가 엿보였다.

상반기 XM3의 수출을 시작하며 새롭게 활력을 얻고 있는 회사에 대한 새로운 희망 때문이다. 사뭇 지난 2016년 SM6를 통해 국내 중형세단시장을 뒤흔들었던 당시의 활력이 감돈다. 

르노삼성은 상반기 XM3의 수출물량을 차근차근 소화하며 반등하고 있다. 더욱이 국내에서도 인기를 끌고 있는 XM3는 유럽물량과 함께 과거의 르노삼성으로 복귀를 가능하게 할 것으로 예상된다. 

XM3는 현재 가장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소형SUV이다. 쿠페형태의 프리미엄 디자인을 통해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다. 또 이미 유럽시장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는 만큼 친환경모델까지 추가해 국내에서도 반등이 전망되고 있다.

르노-닛산 얼라이언스에서 이 같이 중요한 모델을 책임지고 있는 생산기지가 바로 르노삼성 부산공장이다. 이곳은 하나의 생산리인에서 8개 차종까지 혼류생산이 가능한 곳이다. 

날로 치열해지는 자동차 시장의 경쟁상황과 전동화‧공유경제 등 자동차 산업 패러다임 변화로 수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으로 우려되고 있지만, 르노삼성은 혼류생산과 품질에 대한 자신감으로 지속성장을 확신하고 있다. 

르노삼성의 생산 부문을 책임지고 있는 이해진 르노삼성 제조본부장은 "르노삼성은 품질에 있어서는 결코 타협하지 않는다는 SM5의 품질 DNA를 계승했고, 지금은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그때의 SM5보다 더 뛰어난 품질의 제품이 만들어지고 있다"며 부산공장의 경쟁력에 대해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실제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지난해 르노그룹 내 전세계 20개 완성차 공장 중 최고 수준의 품질 평가를 받았다. 조립공장 기준 대당 불량 수는 0.15건으로 올해 9월 조사에서 그룹 내 최저였다. 르노그룹은 공장별로 전문평가원을 파견해 상주시키며 제조품질지표를 평가하고 있다.

평가 범위를 전 세계 공장으로 넓혀도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톱 레벨이다. 세계 자동차 공장 생산성 지표인 '2019년 하버 리포트(Harbour Report)' 평가에서 전세계 126개 공장 중 종합 순위 6위에 오른 바 있다.

좋은 성과를 내고 있는 만큼 르노그룹 내에서의 대접도 남다르다. 세계적인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국내 자동차 공장들의 가동률이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르노삼성 부산공장은 르노그룹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생산차질을 최소화하며 바쁘게 돌아가고 있다.

르노삼성의 생산기지 부산공장은 50만평의 규모다. 이곳에는 모듈 조립 공정부터 알루미늄 주조공정 등 생산과 조립공장이 공존하는 곳으로 생산성을 높였다. 

부산공장의 혼류생산방식은 1개의 공정라인에서 다양한 차량을 번갈아 가며 생산해내는 방식으로 차량의 수주가 편중돼도 공장라인을 멈추지 않고 꾸준히 생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효율성을 높이는데 큰 도움이 된다.

   
▲ 르노삼성자동차 부산공장의 품질자신감의 시작점인 프레스 공장. /사진=미디어펜

쌍용차의 경우도 이 방식을 통해 2~3종류의 차량을 혼류생산하고 있지만 르노삼성처럼 전 차종을 1라인에서 생산하는 곳은 국내에서 유일하다.

공장내부에 들어서자 시끄러운 자동화 설비를 비롯한 기계 돌아가는 소리와 용접냄새가 가득했다. 하지만 누구하나 지쳐있는 사람은 없었고 맡은바 자리에서 최선을 다하며 구슬땀을 흘리며 일사분란하게 움직이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주문서에 따라 순번대로 완성돼가는 차량중 눈길을 끈 것은 지난해 7월 칠레 출시를 시작으로 유럽진출까지 성공적으로 마친 르노 뉴 아르카나였다. 이미 국내시장에서 XM3로 큰 인기를 구가하고 있는 모델인 만큼 친숙한 느낌에 르장주 마크의 낮섦이 설레게 했다. 

이렇게 뉴 아르카나를 생산하고 있는 근로자들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물량에 고객과의 의리인 완벽한 품질을 달성하기 위해 여념이 없었다.

사실 르노 뉴 아르카나의 성공적인 시장안착은 장담하기 힘들었다. 앞서 닛산로그의 물량을 위탁받아 생산할 당시에는 고정된 물량이 확보돼 있던 만큼 큰 부담이 없었지만 새로운 신차물량을 배정받아 출시하는 만큼 성공을 가늠하기 힘들었다. 

또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완성차 시장의 상황은 이같은 불안감을 더하게 했다. 이에 올해 뉴 아르카나의 수출 물량을 3만대에서 5만대 수준으로 조심스럽게 예측한 바 있다. 

하지만 이미 5만대 생산을 넘어서는 대반전에 성공했다. 이에 따라 올해 뉴 아르카나의 수출 대수는 약 6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내년에는 10만대 이상 수출도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를 통해 르노삼성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밑작업이 차근차근 다져지고 있다.

이런 과정의 시작은 포스코에서 들여온 냉연코일이 자동차로 만들어지는 과정은 프레스 공장에서부터 시작된다.

400t급 블랭킹(Blanking) 라인에서 강판을 차체 부품 사이즈에 맞게 절단하면 1기의 5200t급 탠덤 라인과 2기의 3200t급 트랜스퍼 라인에서 차체, 후드, 펜더, 루프, 도어 등의 형상으로 찍어낸다. 특히 탠덤 라인은 스틸 강판 뿐 아니라 알루미늄도 동시에 작업할 수 있다고 한다.

프레스공장에서 만들어진 부품을 용접으로 이어붙이는 차체공장은 여느 자동차 회사들과 마찬가지로 작업 인원이 거의 없이 로봇 팔만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만들어진 부품을 옮겨주는 것도, 부품간 용접 작업을 수행하는 것도 전부 로봇이었다.

자동화율 100%를 자랑하는 이 공장에서는 474대의 용접 로봇과 205대의 이송로봇을 포함 총 679대의 로봇이 작업에 투입된다. 시간당 생산능력은 60대로, 현재는 50대 수준으로 생산을 진행하고 있다고 한다.

   
▲ 프레스 기계에 철판을 넣기 전 정렬을 하고 있는 근로자. /사진=미디어펜

특히 루프와 좌우 뼈대를 용접한 뒤 플라즈마로 녹여 한 덩어리가 되도록 채우는 과정이 인상적이었다. 통상 플라스틱 루프랙으로 덮는 이음새 부분까지 꼼꼼히 마감함으로써 차체 강성을 높이는 것이다.

조립된 차체는 언더바디와 어퍼바디, 그리고 이를 합체한 빌드까지 각 과정별로 불량 여부를 체크하고 완벽하게 품질이 검증된 차체만 도장 공장으로 보낸다.

도장 공장은 작업 과정에서 외부의 오물 유입을 철저히 차단하는 방진 공정의 특성상 시간적인 제약이 있어 공장 개요에 대한 설명만 이뤄졌다. 

현재는 XM3와 QM6, SM6 등 3개 차종 12개 컬러에 대한 작업이 이뤄지고 있지만, 최대 21개 컬러까지 도장이 가능하다고 한다. XM3의 경우 국내 최초로 틴티드 컬러 도장이 적용된 차종이다.

차체에 물이 유입되지 않도록 하는 실링 작업도 도장공장에서 이뤄진다. 보통은 한 면만 실링하지만 르노삼성은 내·외부 양 면을 실링해 혹시 모를 누수를 이중으로 방지한다. 판넬 사이 빈 공간에는 왁스를 도포해 방청, 방수 성능을 강화하기도 한다.

가장 시선을 끄는 곳은 역시 자동차 공장의 경쟁력을 좌우하는 조립 공장이었다. 부산공장 내에서 가장 많은 853명의 직원들이 근무하는 조립 공장은 설계상 연간 30만대의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으며, 11월 현재 하루 750대 규모로 생산이 이뤄지고 있다.

르노삼성이 최대 경쟁력으로 내세우는 다차종 혼류생산 장면도 이곳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하나의 생산라인에서 XM3, QM6, SM6가 뒤섞인 상태로 컨베이어벨트를 타고 움직이는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이에 따른 작업자에게 혼란이 오지는 않을까하는 우려가 생기지만 이는 AGV(무인운반차)들이 해결해준다. 

공장 내부에는 224대의 AGV들이 각종 부품을 싣고 쉴 새 없이 돌아다니고 있다. 최종 종착지는 직원들이 작업하고 있는 컨베이어 벨트 옆이다.

르노삼성 부산공장에서 조립 1,2팀을 이끌고 있는 이호식 팀장은 "차량 한 대에 필요한 부품을 한 대의 대차에 키트로 만들어놓으면 AGV가 싣고 작업자의 옆으로 공급해준다"며 " 이품장착(잘못된 부품을 장착하는 것)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시스템이다. 다차종 혼류생산을 하더라도 높은 품질을 유지할 수 있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고 설명했다.

AGV를 활용한 물류공급 자동화율은 95%에 달한다. 바닥에 깔린 신호를 따라 AGV가 사실상 전자동으로 부품을 작업자에게 공급하기 때문에 효율적이고 정확도도 높다.

   
▲ 조립라인에서 XM3를 만들고 있는 근로자. /사진=르노삼성 제공

특히 AGV 활용 전에는 조립 라인 옆에 부품을 쌓아놓고 작업하는 방식이었지만 현재는 필요한 만큼의 부품만 적기에 공급되며 공간 활용도까지 좋아졌다.

숙련도가 높은 직원들도 르노삼성 부산공장의 경쟁력을 끌어올리는 주요 요인 중 하나다.

이해진 본부장은 "현장의 힘은 국내 어느 공장보다 뛰어나다"며 "부산공장 직원들은 철저한 품질 교육 및 여러 공정 작업을 통해 숙련된 다기능공으로, 2~3시간마다 공정을 순환해 다기능화 라인 운영을 가능토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정 순환은 동일한 작업 반복에 따른 근골격계 질환 등을 예방하는 데도 일조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조립라인에서도 시트와 같은 무거운 부품을 장착하는 로봇 팔이 대신해준다. 시트를 들어 올린 커다란 로봇 팔은 컨베이어 벨트가 움직이는 상황에서 타이밍을 맞춰 차체 내로 시트를 집어넣는 고난도 기술을 선보였다.

르노삼성이 생산과정 못지않게 철저하게 챙기는 부분이 품질 검사다. 조립 라인에서 로봇에 달린 카메라를 통해 구석구석 살피며 오류 여부를 검사해 르노삼성의 품질을 향한 집념을 보여주고 있다. 

르노삼성은 프레스, 차체, 도장, 조립 등 각 과정에서도 각종 검사를 진행해 불량을 최소화하지만, 조립까지 마무리된 차량은 또 다시 외관검사, 성능‧기능검사, 주행성능검사, 누수검사, 최종 외관 검사, 최종 기능 검사, 고객 출하 전 최종 검사 등 8단계의 검사 라인을 거쳐야 한다.

이 본부장은 "모든 차량이 7개의 품질 검사 라인을 최소 300%, 즉 전 과정 세 번 이상씩 통과해야만 고객에게 인도될 수 있다"며 "불량 차량이 절대 나갈 수 없는 철저한 품질 관리를 하고 있다"고 자신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