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감사 이어가지만, 사전감독 강화…평가기준 재정립 시사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1일 지방은행장과의 간담회에서 지방은행의 특수성을 고려해 경영실태평가 기준을 시중은행과 차등화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수도권에 견줘 상대적으로 지역경제가 취약한 데다, 빅테크·인터넷은행 등의 출연으로 디지털화에도 뒤처지는 등 지방은행이 여러모로 경영적 어려움에 놓여 있다는 게 원인이다.  

정 원장은 이날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지방은행의 경영환경이 많이 어렵다. (인터넷은행들이 출연하면서) 지방은행의 경영적 어려움을 감안하는 유연한 감독이 필요하지 않겠느냐는 이야기다"라며 "경영실태평가에서도 그런 부분을 세심하게 평가해야 한다"고 말했다. 

   
▲ 사진 왼쪽부터 서현주 제주은행장, 임성훈 대구은행장, 서한국 전북은행장,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안감찬 부산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최홍영 경남은행장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정 원장의 발언에 따르면, 지방은행의 경영실태평가 항목을 사실상 기존보다 완화할 것임을 시사한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경영실태평가에 항목이 여러 개가 있다. 그 중 지방은행이 느끼는 경영상 어려운 점들이 어떤 것인지, 환경적 어려움에 비춰 좀 더 경감해줘야 할 부분이 어떤 것인지 (등을) 자세하게 검토해서 최종적인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이날 동석한 이준수 금감원 은행감독국장은 "경영실태평가 중 자본적정성, 수익성 관련 여러 (계량) 등급기준이 있다. 예를 들어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체력 차이가 있고 규모 차이가 있다보니 비율 차이가 많이 난다"며 "비율 차이가 나면 시중은행은 항상 높고 지방은행은 (계량)등급이 낮다. (지방은행의) 절대적 기준은 최소자본비율보다 높다"고 전했다. 

규모에서 큰 격차를 보이는 시중은행과 지방은행이 '리그'가 다른 만큼, 계량등급 기준에서 차이가 날 수밖에 없는 현실인데, 이 격차로 지방은행은 늘 저평가되면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국장에 따르면, 바젤위원회에서도 '비례성의 원칙'을 들어 은행들의 기본적인 특성이나 규모가 다르면 금융사의 특성에 따라 기준을 차등화할 것을 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지방은행들이 최소한의 건전성을 유지하도록 하는 한편, 현행 실태평가 기준보다 합리적으로 개편해 불이익을 받지 않도록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국장은 "자본적정성과 수익성에 대해서는 (시중은행과의) 큰 편차를 고려해 계량등급이 있는데, 그 계량등급기준을 시중은행과 지방은행 간 이미 차등화했고, 유동성도 조절하려고 한다. 리스크평가도 그렇다"고 말했다. 

다만 개편시기는 미정이다. 이 국장은 "당장 내년부터 (경감한다고) 얘기하기는 어렵다"며 "항목들 중 각각의 지표들로 차등화하는 방법을 검토하고 있으니, 준비되는 대로 (경감)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금감원이 감독을 완화함으로써 금융소비자 보호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사전에 검사를 강화함으로써 대규모 금융피해를 방지하겠다"고 밝혔다. 정 원장이 '친시장적 감독당국'을 표방하면서, 일각에서는 정 원장이 사실상 종합감사를 폐지하는 것이라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이를 두고 금감원은 "법과 원칙에서 벗어나 과도하게 재량적인 검사를 정상화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임 윤석헌 금감원장이 재임 당시 이른바 '먼지털이'식 수사로 금융권을 바짝 긴장하게 만든 것보다, '사전적 검사'를 강화함으로써 대규모 금융사고를 미연에 방지하겠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정 원장은 "우선 사후적 검사 감독의 핵심인 종합감사에 대해서는 폐지를 고려하지 않고 있다. 다만 현재 법이나 원칙에 비춰 과도하게 재량적인 검사에 대해서는 정상화해 나갈 계획이다"며 "사전적 검사는 더 강화할 계획이다. 거시경제적으로 여러 불확실성이 있고 금융회사들이 건전한 경영을 유지하도록 하기 위한 상시적인 감독이나 회사들의 경영에 대한 지도적 검사 등을 확대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소비자들과 관련해서는 상품의 설계나 제조나 판매 등 전 과정에 걸쳐 사전적 감독, 예방적 검사는 확충함으로써 소비자 피해가 사전적으로 예방될 수 있도록 중점을 둘 생각이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당국의 대출규제 여파로 불거진 예대금리 격차 확대에 대해서는 "관여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융당국이 대출규제를 강화하면서 최근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6%를 목전에 둔 반면, 예금금리는 과거보다 소폭 오르는 수준에 그쳐 격차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이에 대해 정 원장은 "정부가 총량규제에 대해 금융당국으로부터 협조를 구하고 있다. 그런 과정에서 영향은 있다고 생각한다"면서도 "기본적인 가격에 대해 당국이 과도하게 관여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을 뿐더러 상당한 제약이 있다"고 밝혔다. 이어 "금리추이 등은 신중하게 모니터링하고 있다. 혹시나 필요한 시기에 필요한 역할이 있다면 반드시 (관여)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날 간담회에는 정 원장을 비롯해 김광수 은행연합회장, 임성훈 대구은행장, 안감찬 부산은행장, 최홍영 경남은행장, 송종욱 광주은행장, 서한국 전북은행장, 서현주 제주은행장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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