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대출자산 매각시 소호대출 금리 오르고, 신용대출 한도 줄어들 것"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을 청산하기 위해 직원들에게 희망퇴직금으로 최대 7억원을 제시하면서 직원 3명 중 2명이 줄사퇴 대열에 합류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잔류하는 직원들의 고용문제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이유로 청산을 반대하고 있고, 당국은 청산과정이 연착륙할 수 있도록 힘쓴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씨티은행에 여신을 이용 중인 소비자들은 타행으로 대출자산이 매각되면 금리인상과 대출한도 축소 등의 피해를 입을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씨티은행은 지난달 28일부터 10일까지 2주간 희망퇴직을 접수받았으며, 임직원 3500명 중 약 2300명이 퇴직 의사를 밝혔다. 당초 사측이 구상한 희망퇴직 목표치는 1500명 선이었다. 하지만 사측의 퇴직보상안이 파격적이었던 만큼 직원들로선 퇴직도 나쁘지 않은 선택이었다는 후문이다. 심지어 청산 대상이 아닌 기업금융과 전산 등에서도 탈출 러시가 벌어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 한국씨티은행 본점 / 사진=한국씨티은행 제공

 
씨티은행은 근속 기간이 만 3년 이상인 정규직이나 무기 전담직에게 정년까지 남은 개월 수에 기준월급(연봉을 12개월로 나눈 금액)을 곱한 값을 특별 퇴직금으로 지급할 방침이다. 퇴직금은 기준 연봉 7배를 상한으로 하며, 최대 7억원이다. 기존 퇴직금을 추가하면 10억원을 초과 수령하는 직원도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대학생 자녀 1인당 장학금 1000만원을 최대 자녀 2명까지 지급하고, 퇴직 이후 3년간 배우자까지 포함해 종합검진 기회를 준다. 희망자에 한해서는 전직 지원 서비스도 제공한다. 노사합의안에 포함되지 않았던 200만원 상당의 백화점 상품권도 지급한다. 미국 씨티그룹은 한국사업 철수 등 직원 퇴직금으로 최대 1조 8000억원을 내놓겠다고 밝힌 상태다.

직원들의 줄사퇴 러시가 이어지는 가운데, 노조는 '고용문제'와 '금융소비자 피해'를 언급하며 청산 반대를 외치고 있다. 진창근 금융노조 한국씨티은행지부 위원장은 "은행이 가장 원하는 타이밍에 금융당국이 금융 주권을 포기해 준 것이 퇴직 신청자를 급격하게 증가시키는 결정적인 기폭제 역할을 했다"며 "당국이 대규모 퇴직에 기름을 쏟아 부었다"고 일갈했다. 

당국은 고용문제가 '노사관계' 문제라며 선을 그은 상태다.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전날 지방은행장과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에게 "노사관계 문제는 금융당국이 관여하는 데 상당한 제약이 있다"면서도 "금융사의 건전한 경영을 금융당국에서 나름 관리하고 있으니 그런 차원에서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다만 씨티은행에서 대출을 일으킨 차주들을 정리하는 과정에서 금리인상과 대출한도 축소 등의 부작용이 예상돼 사업부 청산에 큰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노조에 따르면, 씨티은행의 주력상품인 소호대출은 현재 약 5조 7000억원 공급됐으며, 약 2만명이 이용 중이다. 금리는 2.5~2.8%로 타행 3.0~3.3%에 견줘 꽤 낮은 편이다. 하지만 이 대출자산이 타행으로 매각되면 차주들의 금리가 약 0.5%포인트(p) 오르게 될 것이라는 설명이다. 

개인신용대출도 문제다. 신용대출상품은 현재 약 9조원이 공급됐으며, 신용등급 7등급인 차주까지 약 16만명이 이용 중이다. 특히 고객 연봉을 초과하는 대출 비중이 3분의 2에 달하는 만큼, 대출자산을 매입한 은행은 총 대출한도를 축소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노조는 "당국이 은행별 대출 총량제를 시행 중인 만큼, 당국의 승인 없이 자산매각이 성사될 수 없다는 점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씨티은행이 끝까지 고객을 보호·관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연봉 이상의 신용대출을 받은 직장인들과 개인 및 법인사업자 대출 고객들은 대출 연장이 불가능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연일 영업점을 찾아 불만을 쏟아 내고 있다"며 "청산 절차가 본격화되면 소비자 피해는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금감원은 소비자금융 청산이 사실상 완전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전날 정 원장은 "기본적으로 금융당국 입장에서는 제일 중요한게 소비자들의 금융접근성 아니겠나. 금융소비자의 접근성이 비록 정리되는 과정이라도 큰 불편 없이 연착륙할 수 있는데 제일 관심을 쏟고 있다"며 "저희도 계속 씨티에 대한 필요한 지도를 해 나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이준수 신임 금감원 부원장보(전 은행감독국장)는 "(지난 2013년 소비자금융을 폐쇄한) HSBC의 경우 (현재) 차주가 만기가 남아있는 대출에 대해 만기까지 이용하겠다고 하면 (청산할) 방법이 없다. 지금도 HSBC는 대출을 관리 중이다"며 "대신 만기가 일찍 종료되는 것은 대환이 안 되는데 (차주에게) 무조건 상환하라 할 수 없으니 좀 갚아나가라 하던지 (강구방안을) 씨티에서 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구체적 내용은 아직 보지 못했다"고 답했다.

한편 금융노조는 금융위원회에 소비자금융 청산의 '인가 대상 아님' 결정을 재검토할 것을 요구하는 한편, 은행법 개정을 촉구한다는 입장이다. 인가 대상에 은행의 자산구성이나 영업대상 변경 등을 반영토록 한다는 구상이다. 더불어 급속한 영업점 폐쇄에 따른 고객 불편과 금융소외계층에 대응해 '점포 폐쇄 한시적 인가제'도 실시하라고 주문했다. 

이 외에도 (대출)자산 매각과 급격한 영업점 폐쇄가 소비자 피해를 양산하고 추가적인 인력감축으로 이어지는 만큼, 절대 허용하지 말 것을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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