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감독 방향 대전환 예고
업계 안팎 긍정적 평가 높아
[미디어펜=김하늘 기자] '관록'의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이 12일 취임 100일을 맞았다. 업계 안팎에선 정 원장이 취임 이후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과의 관계, 금융당국과 업계와의 긴장 완화에 큰 공을 세우며 금감원 안정화에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 정은보 금융감독원장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정 원장은 취임 이후 앞서 윤석헌 전 금융감독원장이 고수했던 강력한 시장 규제 정책 지우기에 나섰다. 정 원장은 금융지주 회장과 시중 은행장, 지방은행장들을 차례로 만나며 금감원 감독 방향을 전환을 예고했다. 

우선 정 원장의 감독 방향 전환 계획은 취임사에서부터 명확하게 드러났다. 그는 취임사를 통해 "금융감독의 본분은 규제가 아닌 지원에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민간에 대해 금융감독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급자로서 사후 교정뿐만 아니라 사전 예방에도 역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지주 회장들과 만난 자리에서는 "검사 체계를 사전 예방에 중점을 두는 세련되고 균형잡힌 체계로 개편할 예정"이라며 종합검사를 포함한 금융사 감독 체계 변화를 약속했다.

그는 "현행 종합검사와 부문검사로 구분되는 검사 방식을 개선하겠다"며 "실제 검사 현장과 제재심의 과정에서 금융사와 소통채널을 확대해 검사의 주기, 범위, 방식 등도 합리적으로 조정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를 통해 그는 시장과 금융사를 압박하던 종합검사에서 벗어나 시장의 자율성을 존중하며 자율적인 검사를 강화하는 방향의 감독 기조를 명확히 했다.  

이와 같은 감독 기조를 바탕에 둔 정 원장의 첫 행보는 우리금융지주, 우리은행의 종합검사 보류다. 이달 중순 예고됐던 종합검사 대신 금감원은 사전 컨설팅식 검사를 도입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앞서 금융지주 회장들에게 "금융지주회사제도의 도입 목적인 시너지 제고를 위해 금융지주그룹 내 정보공유가 더 원활하게 이뤄질 방안을 검토해보겠다"며 금융 규제보단 지원에 방점을 두겠다는 입장을 확고히 했다.

감독당국의 규제를 받던 금융시장과 업계에선 정 원장의 행보를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다. 불안성이 높은 시장 분위기 속 엄격한 감독과 규제를 벗어난 친시장적인 정책은 시장 발전에 더 큰 도움이 될 것이란 평가다. 

금감원 내부에서도 정 원장이 금융당국간, 업계 안팎간 활발한 소통을 이어가는 방식에 높은 평가를 내리고 있다. 

한 금감원 관계자는 "정통 경제관료답게 조직을 안정적으로 이끌고 있어 내부적인 평가가 좋다"며 "올해 국정감사 등 외부 활동에서 차분하고 노련한 모습 등을 엿볼 수 있어 직원들 사이에서도 존경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다만 정 원장의 친시장적 행보가 모든 곳에서 환영받진 못하고 있다. 금융 시민단체 금융정의연대는 정 원장의 금융사 종합검사 개편 예고에 금융소비자 보호에 역행하는 조치라고 비판했다.

금융소비자연대회의는 "금감원의 수장이 금융감독 기조에서 후퇴하고 있어 자질이 의심되는 만큼 소비자 이익을 최우선으로 하는 본연의 업무에 맞게 처신하라"고 강조했다. 

정 원장이 향후 해결해야 할 과제도 산적해있다. 아직 진행 중인 라임·옵티머스펀드 등 사모펀드 사태에 대한 금융사 제재와 해외금리연계 집합투자증권(DLF) 행정 소송 등이 진행되고 있으며 가계부채 증가, 미국 테이퍼링 등 시장 불확실성에 대한 대응 과제도 우선 순위로 꼽힌다. 

금융업계 관계자는 "친시장적 행보로 업계 안팎의 지지를 받고 있긴 하지만 금융 피해자 입장에선 지지를 받지 못할 수도 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에도 소홀하지 않은 정책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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