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 제공 기능 활용하고도 제한 조치…"AI와 인력 동원해 필터링"
불완전한 AI 탓 일부 이용자 골탕…"코로나 탓 검토 불가" 답변도
"자의적 판단 따라 이용 제재…페북, 대체재 생기면 팽 당할 것"
페북 코리아 "캡처본만으로는 무슨 문제있었는지 판단 어렵다"
[미디어펜=박규빈 기자]"회원님의 댓글이 스팸에 관한 Facebook 커뮤니티 규정을 위반합니다"

   
▲ 페이스북 규정 위반 사례./사진=독자 제공

최근 고등학생 윤모(16) 군은 페이스북 이용 중에 황당한 일을 겪었다. 댓글 창에 "?"라고 물음표 하나를 남겼더니 위와 같은 경고 메시지가 떴다는 것이다. 서울대학교 대학원 물리천문학부에 재학 중인 30대 남성 정모 씨는 포유동물 '쥐'를 묘사한 게시물을 공유해 "쥐"라고 댓글을 남겼다가 1개월간 계정이 잠기는 피해를 겪고 있다.

이처럼 최근 일부 페이스북 이용자들 사이에서 납득하기 어려운 이유로 계정 이용 제한 조치가 부과되는 대상이 생겨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에 저촉되지 않을만한 활동에 대해서도 정지 사례가 속출하는 등 해당 회원들이 황당해 하고 있다. 이에 대해 페이스북 측은 기술적인 문제라면서도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듯한 모습이다.

13일 본지 취재에 따르면 최근 페이스북은 자사 플랫폼 이용자들에 대해 전방위적인 계정 제재를 가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 페이스북 규정 위반 사례./사진=독자 제공

권모(20) 씨는 페이스북 페이지 '밀덕 잡담' 관리자가 1939년 11월 18일자 국제 정세에 관한 만평을 올리자 아돌프 히틀러가 프랑스 파리 에펠탑 앞에 서있는 사진과 함께 "이건 도쿄 타워인가?"라고 코멘트를 남겨 댓글이 비공개 처리되는 수모를 겪었다. 또한 군사 조직원의 사진과 함께 '밀덕) 팔레스타인 무장단체 하마스 근황.jpg', '개인 무장은 이스라엘 정규군 못지않음.'이라고 글을 올리고 2개월이 지나서야 30일 간 활동이나 광고 행위를 할 수 없다며 'You can`t go live or advertise 30일 동안'이라는 메시지를 받았다.

   
▲ 페이스북 규정 위반 사례./사진=백튜브 캡처

유튜브 채널 '백튜브'를 운영하고 있는 치과 의사 백정수 씨도 2019년 6월 12일자 '페이스북에서 억울하게 계정 정지를 당합니다.' 제하의 영상을 통해서 "최근이 아닌 2012년에 쓴 글로도 정지를 먹게 됐다"고 토로한 바 있다. 당시 백 씨는 남성 누드 모델 사진으로 인해 커뮤니티 규정 위반' 처분을 받았다. 하지만 그는 직접 올린 게 아니라 '공유하기' 버튼을 통해 간접 게시했을 뿐이다.

   
▲ 페이스북 규정 위반 사례./사진=독자 제공

이와 비슷하게 유튜버 '왕자'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배우자 이름을 태그했을 뿐인데도 이용 제한 조치를 받았다. 페이스북이 제공하는 기능을 정상적으로 활용하고도 제한 조치가 걸린 것이다.

일본군 위안부 사태와 관련, '이를 이용해 자기 잇속을 챙기는 것을 구분하지 못하는 국민들은 바보'라는 댓글에 대해서는 혐오에 관한 규정 위반이라며 3일짜리 정지가 이뤄지기도 했다. 우리말 단어 중에 '모가지'는 직장인과 관련되면 '해고'를 의미한다. 백 씨는 "이 단어를 썼던 적이 있는데, 굉장히 상투적인 표현임에도 불구하고 AI는 사전적 의미로 '참수'를 뜻한다고 받아들인 듯 하다"며 "검토 요청을 해봤음에도 그대로 정지를 먹게됐다"고 말했다.

페이스북 코리아 측은 인력과 인공지능(AI)를 동원해 콘텐츠를 걸러낸다고 밝힌 바 있다. 때문에 특정 단어 자체에 필터링을 걸어두고, 항의하면 직원이 보고 판단해 풀어주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된다.

   
▲ 페이스북 규정 위반 사례./사진=독자 제공

문제는 페이스북 AI가 완벽하지 않아 실수로 정지 처분을 하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다. 글이나 댓글을 많이 쓰는 사람의 글을 누군가가 악의적으로 가계정을 여러 개 만들어서 올리는 글마다 신고하면 AI 오류로 몇개 정도는 실제 정지 판정이 내려진다는 문제가 있다. 가령 신고 대비 정지 비율이 1%라 해도 100개를 검토해서 1개만 잘못 판정이 난다면 마땅한 해결책이 없어 당하는 사람은 속수무책으로 당해야 하는 불합리한 시스템에 이용자들은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이모(34) 씨는 "검토 요청을 해서 풀면 되긴 하나, 그 시간 동안은 어쨌거나 이용할 수 없는 것 아니냐"며 "피해 보상도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서는 "우선 AI의 처분이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것 아니냐"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에 "개가 사람을 물면 주인이 책임을 져야지, 사람이 문 게 아니라 개가 물었으니 주인은 책임 없다는 게 말이나 되느냐"며 'AI 면죄부론'에 반발하는 이들도 있다. 결국 AI와 시스템 관리 책임은 페이스북 직원에게 있다는 이야기다.

   
▲ 페이스북 규정 위반 사례./사진=독자 제공

한편 인력 부족을 이유로 정지 기간을 명시하지 않은 경우도 존재했다. 박모(29) 씨는 화장실에서 바지 속에 손을 넣고 옷 매무새를 단정히 하려는 남성 2인의 사진을 올리고 '성적 행위에 관한 규정 위반'이라며 이용 정지를 당했다. 그는 결정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항의했지만 페이스북 측은 "전 세계의 많은 사람과 단체가 코로나19 팬데믹의 영향을 받았고, 당사도 마찬가지"라며 "회원님의 게시물을 다시 검토할 수 없다"는 답변을 내놨다.

이처럼 명확한 기준 없는 마구잡이식 계정 이용 제한 조치는 이용자들로 하여금 자기검열의 늪에 빠지게 만들어 아무 말도 못하게 만들게 될 공산이 크다. 이는 평소 표현의 자유를 강조해온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의 발언과 배치되는 부분이다.

기본적으로 페이스북 플랫폼과 페이스북 이용자는 가입할 때 약관으로 맺어진 계약관계다. 봉사활동을 하면서 공짜로 나눠주는 식사에도 식품위생법이 적용돼야 하는 것처럼 페이스북이 아무리 사기업이고, 공짜 플랫폼이라고는 하나 이 같은 횡포를 부리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게 이용자들의 중론이다.

안모(31) 씨는 "페이스북이 판단하는 혐오 발언은 기준은 굉장히 애매모호해 가늠할 수가 없다"며 "자의적인 판단에 따라 이용자들을 제재하는 페북은 대체될만한 서비스가 생기면 바로 팽 당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 페이스북 로고./사진=페이스북 제공

이에 페이스북 코리아 관계자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당사 커뮤니티 이용 규정이 바뀌어온 만큼 기존 대비 제재 수위가 좀 더 빡빡해졌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을 수는 있다"며 "캡처본만으로는 어떤 조치가 내려졌는지 정확히 조사할 수 없고, 개별 사안마다 각기 다른 이유 등 여러 가능성이 있을 수 있어 답변도, 판단도 해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답변했다. 이와 관련, "크로스 레퍼런스 차원에서 원문이나 해당 회원 프로필 링크를 보내달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와 같은 사례가 굉장히 빈번하게 발생하면 페이스북은 원인 규명에 착수할 것"이라면서도 "제보 받은 건과 같이 해당 이용자들의 건에 대해서만 알아봐줄 경우, 불편을 겪고 있을 타 이용자들에 대한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부연했다.

시스템 개편이 필요한 것 아니냐는 질문에는 "데이터를 취합해주면 기술팀에 전달하겠지만 답변이 무조건 온다는 보장은 없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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