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국내 은행권 4대 대응방안 제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지난 9월 국회에서 탄소중립기본법이 제정된 데 이어,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가 상향 조정되면서 전 산업계가 탄소중립에 몰두하는 가운데, 국내 은행들도 정부 방침에 발맞춰 기민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규제를 이행하는 데 따른 내부리스크의 평가와 통계 체계를 갖추고,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계획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또 목표와 계획을 실행하는 데 적합한 지배구조를 확립하고 대외적으로 정보공개 체계를 투명화해야 한다는 평가다.

   
▲ 시중은행 창구 / 사진=연합뉴스 제공


14일 이시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국가 탄소중립 목표 추진 가속화에 따른 은행권의 대응과제'라는 보고서에서 국내 은행들이 국가 환경정책 기조에 발맞춰 현 상황을 점검하고 구체적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우선 기후 관련 이행리스크가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지속적으로 측정하고 통제할 수 있는 내부 리스크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들은 저탄소·순환 경제를 이행하면서 △탄소중립·감축 등의 기후변화 완화책 △기술발전 △투자자나 소비자의 선호·기대 등의 금융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특히 은행들이 저탄소 경제를 이행하면서 고탄소 배출 관련 대출의 자산가치는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이 연구위원에 따르면,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 포트폴리오는 고탄소 제조업 분야에 집중돼 있다. 지난 2019년 말 기준 국내 은행들의 기업대출에서 35%가 제조업 대출이었고, 대출액 상위 10개 업종이 제조업 탄소배출량 상위 10개 업종과 대부분 일치했다는 설명이다. 정부가 저탄소 경제를 급진적으로 강행하면 자연스레 대출자산의 가치도 급락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이 연구위원은 이러한 리스크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은행들이 주기적으로 시나리오를 분석하고 스트레스 테스트를 거치는 등 리스크 지배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은행들이 자체적으로 '유엔 넷제로 뱅킹 얼라이언스' 등에 가입하고 있는 만큼,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전략도 구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내놨다. 금융기관을 통한 직·간접 탄소배출량을 포괄적으로 측정하고 기간별로 감축 목표와 이행계획을 정량적으로 명확하게 제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목표와 계획을 구체화하는 과정이 은행으로선 궁극적으로 고탄소 관련 대출자산의 익스포저를 감축하게 된다는 분석이다.

이 연구위원은 은행 지배구조도 탄소중립 목표와 이행전략 등을 실행할 수 있도록 변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현재 국내 주요 은행들은 기후·녹색금융 전담조직을 설치하거나 이사회에 ESG위원회를 구축하는 등 조직변화를 꾀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이 세운 목표와 이행전략을 실천하려면 여신 실행 등 은행의 자산운용 절차가 고려될 수 있도록 전반적으로 지배구조에도 변화를 줘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목표와 계획 달성은 경영진의 임기나 시계(時界) 불일치 문제가 있는 만큼, 장기투자자, 이해관계자들의 지속적인 모니터링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탄소중립 관련 목표와 이행상황에 대한 공시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제기됐다. 이 연구위원은 현재 국내 소수 대형 은행과 그 외 은행 간 탄소중립 관련 목표, 이행전략, 성과 등의 정보에서 양과 수준이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치러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국제회계기준(IFRS) 재단은 국제 지속가능성 보고 표준을 통일하기 위한 국제지속가능성표준위원회(ISSB)를 설립해 기존 TCFD 체제에 기반한 표준안을 마련하기로 발표했다. 우리나라가 이 표준안을 지지하기로 한 만큼, 곧 국내에서도 은행들의 정보 양이나 수준을 일관되게 상향 표준화하는 등 공시 규제가 강화될 것이라는 게 이 연구위원의 설명이다. 

이 연구위원은 "국내 은행은 자산 포트폴리오를 통한 탄소배출량 측정으로 주기적으로 자산포트폴리오의 리스크, 탄소중립 관련 이행 수준을 점검해야 한다"며 "이해관계자들에게 투명하게 공개할 수 있는 체계를 선제적으로 마련하거나 보완해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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