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성세대와 신세대 연합해 젊은 활동가 키워낼 '시스템' 절실
   
▲ 배진영 월간조선팀장

오늘날 한국 언론은 좌우(左右)를 막론하고 심각한 문제들을 안고 있다. 좌파언론의 문제점이 이념적 편향성과 극렬한 선동이라면, 우파언론의 문제점은 정체성(正體性)을 상실한 기회주의적·상업주의적 행태라고 할 수 있다.

1990년대 초반 등장한 이른바 언론개혁운동은 김대중-노무현 정권 시절을 거치면서 정권의 홍위병(紅衛兵)이자 좌파세력의 변혁운동으로 변질되었다. 이제 자유주의적 관점에서 좌우파를 막론하고 언론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새로운 언론개혁운동이 필요할 때다.

이러한 언론개혁운동을 자유주의·보수주의 청년(대학생)운동과 결합시킨다면, 젊은 세대 우파 운동가를 양성하고 더 나아가 우파 생태계(生態系)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한국언론의 문제점

'기레기’라는 말이 있다. 기자와 쓰레기의 합성어이다. 언론계의 말석을 차지하고 있는 기자의 한 명으로 입에 올리기도 민망한 말이다. 하지만 이 말 속에서 우리는 오늘날 한국 언론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차가운 시선을 느낄 수 있다.

왜 이렇게 됐을까? 물론 한 시절 '진보’를 외치다가 좌파세력의 나팔수로 전락해 버린 자칭 진보언론이나, 일부 공중파 방송의 탓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게 전부일까? 그들 말고 이른바 우파언론, 보수언론, 주류(主流)언론에게는 잘못이 없을까?

오늘날 국민들이 언론에 차가운 시선을 던지게 된 데에는 그들의 잘못도 없지 않다. 특히 지적하고 싶은 것은 일부 주류 언론의 행태다. 재벌기업에 뿌리를 둔 모 언론사는 스스로 '열린 보수’를 자처하면서 이른바 진보세력을 향해 끊임없이 구애를 해 왔다. 보수언론의 대명사로 여겨져 온 한 언론사는 지난 수년 간 중도(中道)쪽으로 클릭이동을 해 왔다.

왜 그러는 것일까? 여기에는 대략 세 가지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첫째는 오너십의 교체다. 광복 이후 전쟁과 가난, 권위주의 시절을 거치면서 신문을 키워온 1세대 오너들(일제시대로 뿌리를 거슬러 올라가는 신문들도 있지만, 여기서는 광복 이후의 역사를 기준으로 세대 구분을 하기로 한다)이 물러나고 2세대 오너들에게 경영권이 넘어간 것이 벌써 10여년 전의 일이다.

이제 조만간 3세대로 경영권이 넘어가게 될 것이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윗세대에 비해 '기업’으로서의 언론사의 수성(守成)이나 발전에 더 관심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둘째는 언론인(기자)들의 세대교체다. 1990년대 후반~2000년대 초반 사이에 1930년대에 출생한 언론인들이 일선에서 은퇴했다. 그 후 수차례 세대교체를 거쳐 이제는 '386세대’(이제 486,586세대가 된)가 언론사 부장~국장급으로 활약하고 있다.

이들의 내면에는 386세대적인 정서가 내면에 깔려 있는 경우가 많다. 이른바 보수언론사 소속 기자들 중에도, '합리적 보수’를 자처하면서 전통적 보수세력, 윗세대 보수언론인들을 경원시하는 이들이 없지 않다.

세 번째는 활자매체에서 영상매체, 디지털매체로의 지각변동이다. 이건 거의 문명사적 전환이라고 해야 할 정도의 혁명적 변화다. 이런 환경 속에서 전통적인 매체간의 경계선마저 무너지고 있다.

신문·잡지 같은 활자매체가 다른 신문·잡지가 아니라, 인터넷, 모바일, 공중파TV, 종편 등 다른 성격의 매체들과 독자와 광고시장을 놓고 경쟁해야 하는 상황이다. 언론사 오너, 경영진, 기자들이 이러한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들을 모색하고는 있지만, 솔직히 아직은 오리무중(五里霧中)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그나마 갖고 있는 자기 매체의 몫을 지키거나 조금이라도 확장하면서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체력을 기르기 위해, 언론사들은 세상을 향해 자기 목소리를 내는 걸 삼가고 있는 것이다.

새로운 언론감시·개혁운동이 필요하다

변화의 시기에 생존을 위해 몸부림치는 언론사들의 노력 자체를 비판할 수는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언론으로서의 정도(正道)에서 일탈하거나,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는 대한민국의 정체성(正體性)을 훼손하는 경우가 생긴다면, 이에 대해서는 외부에서 따끔한 지적을 해 줘야 한다. 새로운 의미에서의 언론감시·개혁운동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 때문이다.

새로운 언론감시·개혁운동은 과거 한때 유행했던 좌파성향의 '언론개혁’운동과는 달라야 한다. 그들은 태동 단계부터 이념적 편향성과 선동성향을 분명하게 드러냈었다. 때로는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에는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홍위병으로 복무하게 되면서, 시민운동으로서의 최소한의 신뢰성마저 상실하고 말았다. 이제는 그들과는 다른 새로운 언론감시·개혁운동이 필요하다.

새로운 언론감시·개혁운동은 대한민국의 정체성에 이념적 바탕을 두되, 그야말로 좌우를 넘어 성역 없는 활동을 벌여야 한다. 좌파언론의 이념적 편향성이나 선동성은 당연히 1차적 감시대상이 될 것이다.

좌(左)편향적-반(反)대한민국적 역사인식이나 반(反)시장적-반자유주의적 사고방식이 담긴 보도나 교양물, '가진 자’들이나 기업에 대한 반감을 부채질하는 보도나 드라마도 마찬가지다. 언론사 노조(勞組)가 언론의 공정성이나 독립성을 빙자해 경영에 간섭하거나 정치투쟁을 벌이는 행위도 당연히 감시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또 민영 언론사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외부세력이나 노조의 압력 때문에 경영권이나 편집권 등을 부당하게 내주는 일이나, 자사이기주의(自社利己主義)를 바탕에 깐 보도도 비판의 대상이 될 수 있겠다.

언론감시 운동과 우파 청년운동의 결합

전쟁을 하려면 군대가 필요하고, 운동을 하려면 운동가가 필요하다. 과거 좌파 언론개혁운동을 1980년대 이래 운동권으로부터 인적 자원을 충원해 왔다. 그렇다면 새로운 언론개혁운동은 어디서 인력을 충원해야 할까?

충원할 곳이 있다. 근래 자생적인 보수주의 대학생운동 단체나 자유주의 스터디 그룹들이 바로 그곳이다. 현재 이들은 인터넷이나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면서 안보나 복지 등과 관련된 주요한 현안이 있을 때마다 성명을 내거나 1인 시위를 벌이기도 하고, 뜻이 맞는 사람들끼리 모여 자유주의나 보수주의 이념을 공부하기도 한다.

아쉬운 점도 있다. 아직은 활동력이 약하고, 중심세력이 없으며, 이들의 존재 자체가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무엇보다도 그러한 이념적 정체성을 가지고 사회에 나와 활동할 수 있는 길이 막혀 있고, 그 때문에 운동을 계속할 후속세력이 이어지기 어렵다.

새로운 언론감시·개혁운동과 보수주의·자유주의 청년(대학생)운동의 결합은 이런 상황에 돌파구가 될 수 있다.

이들에 과거에 언론모니터링 교육을 한 경험이 있는 언론계 인사나 언론학자들이 담당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배출된 청년(대학생)들은 언론감시운동에 참여함으로써 훈련받고, 단련될 수 있다. 무릇 모든 사회운동은 구체적인 활동과 투쟁을 통해 활성화되는 법이다.

1980년대 운동권 학생들은 가투(街鬪)를 통해 신입생들에게 권위주의 정권에 대한 적개심을 길러주고, 투쟁성 강한 후배들을 발굴해 냈다.

   
▲ 2014년 11월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통진당 해산문제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적확한 판결을 촉구하는 시위와 퍼포먼스를 펼친 청년단체의 모습.

언론감시활동도 이런 의미에서 청년·대학생단체에게 적합한 운동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예를 들어 자유주의 성향의 청년/대학생단체들은 언론의 반시장적-반자유주의적 보도행태를, 안보문제나 좌파세력 척결에 관심이 많은 보수주의 성향의 청년·대학생 단체들은 언론의 좌편향적 역사인식이나 반대한민국-반미적인 보도행태를, 북한인권 관련 청년·대학생 단체들은 언론의 친북적 보도 행태를 집중적으로 감시할 수 있을 것이다.

이미 언론의 반자유주의적-좌편향적 보도행태에 대해 모니터링을 하고 있는 자유경제원 같은 곳에서 이들을 인턴의 형태로 모니터링 요원으로 활용해도 좋을 것이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이들의 활동을 세상에 널리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 인터넷 뉴스레터, 페이스북 등 SNS, 자유경제원 홈페이지, <미디어와치> 같은 매체 비평지 등을 활용하면, 큰 비용을 들이지 않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적절한 보도자료를 내면 주류 언론에서도 관심을 가질 수 있다.

능력이 된다면 새로운 오프라인 매체비평지를 만드는 방법도 있다. 자신들의 활동이 보도되거나 피드백이 오는 것을 경험하면서 이들은 보람과 존재 의미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은 다음 단계로 운동이 발전할 수 있는 활력소가 될 것이다.

우파 생태계를 건설하자

이러한 운동에서 두각을 나타낸 청년(대학생)들을 격려하고, 더 나은 활동가로 키워내는 노력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서는 기성 우파세력들이 모두 나서줘야 한다.

우수한 활동가들에게는 미국의 리더십인스티튜트나 헤리티지재단, 케이토연구소 같은 보수주의/자유주의 단체 견학하거나 연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시민단체 활동가, 정당이나 청와대 인턴, 국회의원 비서진 등으로 진출할 수 있는 길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언론 비판운동을 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매체분석능력, 정치감각은 특히 정치인의 인턴이나 비서진에게는 상당히 유용한 자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를 통해 젊은 우파 운동가들이 지속적으로 양성해 내고, 이들이 사회에 진출해 새로운 우파 활동가, 정치인으로 성장하며, 서로 밀어주고 끌어주는 거대한 '우파 생태계(生態系)’를 건설해야 한다.

사실 현실 사회주의의 실패나 김대중-노무현 정권의 실패에도 불구하고 좌파세력이 건재한 것은, 비록 이념적 순수성은 많이 퇴색했더라도 '생활공동체’로서 좌파생태계가 유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시민단체나 정당, 운동권 출신 자치단체장 등을 통해 생존을 유지하면서, 호시탐탐 정권 탈환의 기회를 노리고 있다.

이들에 맞서 대한민국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우파생태계를 만들어내야 한다. 다행히 보수주의·자유주의 청년(대학생) 단체나 스터디 그룹 등 운동의 맹아(싹)는 보인다. 이 맹아를 실질적인 운동을 통해 키워나가는 것이 관건이다. 언론감시운동이라는 구체적 운동은 그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를 통해 젊은 활동가들을 키워내고, 단련하고, 그들의 사회진출을 도와줌으로서 궁극적으로 우파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면, 대한민국을 위해 크게 다행한 일이 될 것이다. /배진영 월간조선 팀장 

(이 글은 자유경제원 홈페이지(www.cfe.org) '현안해부' 게시판에서도 읽으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