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만 옥죄면서 대출금리 폭등…세대·수요별 핀셋지원하고 '메기' 육성해야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대출금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

지난 16일 국회 정무위원회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금융권의 대출금리 급등에 이같이 밝혔다. 시장금리가 오르고 은행권의 우대금리가 축소되는 상황에서, 당국이 직접 개입하지 않고 모니터링을 하는 수준에 머물겠다는 입장이다. 

은행권과 학계는 당국이 가계부채의 양적·질적 관리를 책임져야 하는 만큼 '부채다이어트' 의지에 공감을 표하고 있다. 다만 서민층과 실수요자들이 수혜를 누리지 못하게 된 만큼 강경한 정책 스탠스를 한층 유연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을 내놨다.

   
▲ 시중은행 대출창구 모습 / 사진=연합뉴스 제공


17일 금융권에 따르면, 고 위원장은 "대출금리 상승이 지나쳐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의 질의에 "직접 개입하기 어렵다"는 입장을 재차 강조했다. 예금금리와 대출금리 간 마진 격차를 뜻하는 '예대마진'에 대해서도 "은행의 예대마진이 과도하다는 지적도 있다"며 "시장금리가 오르고 우대금리가 축소되는 추세인데, 정부가 직접 개입하긴 어렵지만 계속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세간에서는 당국이 가계부채 총량을 관리하기 위해 고강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규제를 펼치고, 은행별 가계대출 증가율까지 관리하면서 대출금리는 간섭하지 않겠다는 의견을 내놓자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잔금대출을 앞두고 있는 한 예비차주는 "정부가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고 하지만, 고신용자들이 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틀어막음으로써 (금리가 높은) 2금융권이나 카드론을 알아봐야 해 빚부담만 늘어나게 됐다"며 "신용이 나쁜 사람에게 우대금리까지 제공하면서 신용이 좋은 사람은 철저히 외면하고 있다. 누구를 위한 정부인 것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은행권은 정부의 고강도 대출규제로 수익성이 오히려 개선되자 표정관리에 나서는 모습이다. 전날 금융감독원이 3분기 은행권 영업실적 잠정치로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산업은행을 제외한 18개 국내은행의 당기순이익은 12조 9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9조 8000억원 대비 3조 1000억원 증가했다. 

특히 이자이익은 대출 증가세에 힘입어 올해 3분기까지 32조 5000억원을 거뒀고, 순이자마진(NIM)은 0.04%포인트(p) 확대된 1.44%를 기록했다. 예대마진 차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0.4%p 확대된 1.80%로 집계됐다. 이자수익률이 2.54%로 지난해 3분기보다 0.18%p 감소했지만, 이자비용률이 0.22%p 감소하면서 마진 격차가 벌어진 것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대출이 늘어나야 수익이 나는 구조인 만큼, (은행이) 일부러 금리를 올려서 대출을 안 하거나 하진 않는다"며 "당국의 정책방향을 맞추는 여러 옵션 중 하나로 우대금리를 축소해 금리를 올리고 대출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학계에서는 부동산시장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채 당국이 총량한도만 묶으면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화된 만큼 금융권 규제로만 해결해선 안 된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허준영 서강대 경제학부 교수는 "대출쿼터제 등으로 대출을 조이면서 (수요는 있는데) 공급이 없는 상황이다. 대출이 귀해지면 가격이 오르고 금리가 오르게 될 것이다"며 "기준금리와 대출금리 사이의 갭을 발생시키는 제도적 요인이 발생한 것인데, (6% 대출금리 시대가) 생각보다 가시화될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하나의 측면만 바라보고 (정책을) 결정할 때 다른 부작용이 많이 발생한다. 실제 어떤 사람이 실수요자인지, 세대별 상환능력은 어떤지 등을 면밀히 조사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유경원 상명대 경제금융학부 교수는 "(가계부채 증가율이 상당히 빠른 만큼) 총량규제가 필요하다는 절박성은 공감하는데 (금리를 올리는 식으로) 가계부채가 해결될 것으로 보지 않는다"며 "부채총량이 늘어나는 건 결국 자산가격 상승에 따른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한국은행이 금리를) 25bp 올린다고 하더라도 자산가치가 1억~2억원씩 올라가는데 누가 부담스러워 하느냐"고 지적했다. 

덧붙여 "총량으로 규제하면 전세대출 등 진짜 필요한 사람들이 대출을 못받거나 이자상환부담이 늘어나는 만큼 거시건전성 차원의 규제만 강화하는 게 옳다"면서 "금융시장에 '메기' 역할을 할 플레이어가 나와 시장 경쟁을 촉진시킴으로써 대출금리를 낮춰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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