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배출 EU 최소국인 기후 청적 지역이지만 '툰베리의 분노'
청소년들 앞장 서 "선진국, 기후 변화 책임 서로에게 미루고 있어"
"기후 변화 해결 위해선 정부와 기업, 소비자 삼각관계 균형 중요"
   
기후 변화가 세상을 바꾸고 있다. 인류의 미래에 대한 경고음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지는 상황이다. 강대국과 글로벌 리더, 기업들은 기후 재앙을 피하자는 대원칙 속에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다. 문제는 세상이 다양한 이해관계로 얽혀 있다는 점이다. 기업 전략도 시시각각 바뀌고 있다. 한국 역시 기후 변화에서 자유롭지 않다.

한국언론진흥재단(이사장 표완수)의 지원으로 제작된 이번 연재보도의 목적은 팩트체크를 통해 탄소중립의 현실을 짚어보고, 도약 방안을 모색하는 것이다. 기후 대응에 선도적인 국내·해외 사례를 담고자 했다. 미디어펜은 국내 사례에서 울산·포항·부산·제주 지역을 방문했고, 해외의 경우 스웨덴·스위스·프랑스에 코로나19 위험을 무릅쓰고 기자가 직접 찾아가 각국의 탄소제로 환경정책 성과와 현지 목소리에 대해 심층 취재했다. 연재 순서는 다음과 같다. [편집자주]

[시리즈 싣는 순서]

⑤기후강국 스웨덴에 '그레타 툰베리'가 나오는 이유
⑩우등생 프랑스도 이상기온엔 '속수무책'

[스웨덴 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저도 집에서 컴퓨터 게임이나 하고 싶죠. 하지만 미래가 걱정돼서 거리로 나올 수밖에 없었어요"

영하의 기온과 매서운 칼바람에도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FFF)' 운동을 위해 거리로 나온 15살 소녀 빌리아미 라티넨(Villjami Lahtinen)이 한 말이다. 

스웨덴은 기후 변화를 가장 경계하는 국가 중 하나로 손꼽힌다. 왕이 전기자동차를 운전해 왕궁으로 출근하고, 왕비가 직접 쓰레기를 분리수거 하는 스웨덴은 국제적 수치에서도 친환경 국가의 면모를 엿볼 수 있다. 

EU 통계기구인 유로스타트에 따르면, EU 27 회원국이 모두 저탄소 국가를 지향하는 가운데 스웨덴의 연간 1인당 탄소 배출량은 5.2톤으로 EU 최저치를 기록하고 있다.

그럼에도 10대 청소년 빌리아미의 이 같은 우려와 그레타 툰베리의 분노가 유독 스웨덴에서 불거져 나오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스웨덴 국회 의사당 앞에서 '미래를 위한 금요일(Fridays for future·FFF)' 운동에 참여하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 빌리아미 라티넨(Villjami Lahtinen), 에밀리아 티드블라드(Emilia Tidblad), 안톤 웨르텔(Anton Örtell)의 모습/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스웨덴 사람들은 날씨에 민감하다. 겨울에는 잔뜩 흐리고 차가운 날씨에 북쪽에는 하루종일 해가 뜨지 않는 '극야', 여름에는 반대로 하루종일 해가 지지않는 '백야'의 지속으로 '한여름 밤의 꿈'을 보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많은 인구가 모여 사는 수도 스톡홀름의 경우에도 12월과 1월, 2월 등 겨울에는 하루에 해가 떠 있는 시간이 6시간 남짓이고, 이마저도 흐리고 궂은 날씨 때문에 실제는 해를 볼 수 있는 시간이 극히 적다. 백야에는 하늘에 해가 없는 시간이 서너 시간에 불과하다.

날씨에 민감하다는 것은 자연이 주는 기회에 감사하고, 자연이 보내는 경고의 시그널을 빨리 알아차릴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후 활동가인 그레타 툰베리는 2018년 8월부터 금요일마다 학교를 결석하고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기후 변화 대책을 촉구하는 1인 시위를 시작했다. 스웨덴의 국회의사당 앞에선 지금 매주 금요일마다 '크고 작은', '나이들고 젊은' '그레타 툰베리'가 모인다. 이름과 성별, 나이가 모두 다르지만, 그레타 툰베리와 같이 기후 변화를 걱정하는 사람들의 모임이다. 

본보는 스웨덴 국회 의사당 앞에서 FFF 단체 소속 청소년들을 만났다. 이들은 단순히 기후 변화에 대한 우려뿐만 아니라 미래 세대 등에 대한 책임감까지 함께 안고 거리로 나왔다.

17살 소년 안톤 외르텔(Anton Örtell)은 "기후위기 역시 불평등하게 찾아오고 있다"며 "선진국의 무분별한 개발로 인해 발생한 기후위기가 후진국 등에서도 발생하고 있어 책임감을 느낄 수밖에 없다"고 안타까워했다. 

그는 "선진국의 정치인들은 기후 변화에 대한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고 있다"며 "개인의 변화보단 사회적 변화를 통해 기후위기를 더 빨리 극복할 수 있는데 이를 위해선 정치인들이 시급히 나서 빨리 행동해야 한다"고 말했다. 

   
▲ 스웨덴 국회의사당 앞에서 청소년들에게 기후 변화에 대해 강연 중인 키스 라슨(Keith Larson) 스웨덴 우메오 대학교의 생태 환경 및 지구 과학 교수/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특히 현장에선 기후위기에 대한 자세하고 전문적인 강연을 하는 석학들도 자리해 청소년들의 궁금증과 문제들에 대한 해법도 제시했다.

스웨덴 북쪽에 있는 우메오 대학교에서 생태 환경 및 지구 과학을 가르치는 케이스 라르손(Keith Larsson) 교수는 "(나는) 그레타 툰베리가 처음 시위를 시작했을 때 국가적으로나 세계적으로 큰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고 무시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내가 틀렸다는 사실이 굉장히 기쁘다"고 말했다.

그는 강연을 통해 청소년들에게 기후 변화의 통계치에 속지 말라고 조언했다. 

라르손 교수는 "뉴스 등에선 지구 온도가 평균적으로 1도 올랐다고 하지만 이는 단순한 평균치에 불과하다"며 "북극 등 극지방에선 지구적 평균보다 훨씬 많은 기온이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또한 "지구의 기온은 지속적으로 오르내림을 반복하지만 최근의 현상은 과거의 현상과 전혀 다른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미래 세대에서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아닌 지금 바로 우리가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강조했다. 

   
▲ 스웨덴 국회의사당에서 미디어펜 인터뷰 중인 크리스티나 잉웨(Kristina Yngwe) 스웨덴 의회 환경농업위원회 사무국장/스톡홀름=미디어펜 김하늘 기자
스웨덴 국회의원들 역시 수많은 시민들의 목소리를 무겁게 여기며 다양한 기후 변화 대응 방식을 고민하고 있다. 스웨덴 의회는 2017년 기후 관련 법을 제정해 정부가 예산을 편성할 때 기후 변화를 늦추기 위한 예산이 매년 포함될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예산 집행 사항을 4년마다 공개해 목표치에 도달했는지 밝히도록 했다. 

스웨덴은 2030년까지는 1990년 대비 온실가스를 63% 줄이는 것을, 2045년엔 온실가스 배출 제로를 목표로 하고 있다. 

스웨덴 의회 환경농업위원회 크리스티나 잉웨(Kristina Yngwe) 사무국장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기 위해선 정부와 기업, 소비자의 삼각관계가 균형을 잡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는 기후 변화와 관련한 법률과 목표, 규칙을 정하고 실행을 위한 예산 지원을 해야하고, 이를 통해 기업이 환경친화적 생산을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와 기업은 소비자들이 환경친화적인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분위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이를 위해 스웨덴에선 중학교 교과 과정 속 지속 가능한 발전에 대한 교육도 이뤄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잉웨 사무국장은 "스웨덴에선 법 규정을 통해 '알레만스래텐(Allemansrätten. 모든 사람들의 권리)'을 보장하고 있다"며 "이는 누구나 자연을 마음껏 누릴 권리라는 의미로 모든 시민이 자연을 잘 관리해야 한다는 의식을 법에도 명시해 놓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확한 문제 의식을 깨닫기 위해선 문제가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알고 있는 사회적 분위기가 필요했을지도 모른다. 정부와 기업, 시민들의 잘 맞는 톱니바퀴는 '그레타 툰베리의 분노'가 세상에 들릴 수 있었던 이유일 것이다. 

결국 세계 각국의 무책임한 '어른들'에게 분노하는 제2, 제3의 그레타 툰베리가 스웨덴 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계속해서 나오지 않을 수 없는 현실에 우리는 놓여 있는 것이 아닐까? 그 심각한 고민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 이 기사는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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