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두산 베어스 외국인 에이스 아리엘 미란다(32)가 잘 던졌지만 구세주가 되지는 못했다. 두산 타선이 도와주지 않았고, kt 위즈의 노련한 외국인 투수 오드리사머 데스파이네(34)가 더 잘 던졌기 때문이다.

17일 고척스카이돔에서 두산-kt의 한국시리즈 3차전이 열렸다. 1, 2차전에서 kt가 모두 이겨 두산은 반격의 승리가 필요했고, kt는 내친김에 3연승을 노렸다.

선발 투수 맞대결이 볼 만했다. 두산은 정규시즌 최고 활약을 했던 미란다(14승5패 평균자책점 2.33 225탈삼진)가 어깨 부상에서 회복해 이번 포스트시즌 첫 등판했다. kt는 시즌 팀 최다승(13승10 평균자책점 3.39)에 21번이나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한 데스파이네를 선발로 내세웠다. 두 투수 모두 쿠바 출신이라는 공통점이 있었다.

   
▲ 한국시리즈 3차전에서 선발 맞대결을 벌인 두산 미란다, kt 데스파이네. /사진=더팩트 제공


두산의 희망이 되어줘야 할 미란다는 나름 제 몫은 해낸 편이다. 5이닝을 던지며 5안타 2볼넷을 내줬고 삼진 6개를 잡아냈다. 위기가 있었지만 연타를 맞지는 않고 4회까지는 무실점으로 버텼다. 5회초 박경수에게 솔로홈런 한 방을 맞고 1실점한 것은 아쉬웠다.

어깨 통증에서 갓 벗어나 긴 이닝을 소화할 수 없었던 미란다는 5회까지 82개의 공을 던지고 물러났다. 실전 피칭 공백이 길었던 점을 감안하면 미란다는 역시 에이스다운 투구를 했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한국시리즈 들어 강력한 kt 선발진을 만나며 가라앉은 두산 타선이 3차전에서도 살아나지 않았다. 미란다가 마운드를 지키는 동안 전혀 지원사격을 해주지 않아 미란다는 0-1로 뒤진 상황에서 교체됐다.

미란다의 5이닝 1실점을 능가한 것이 데스파이네의 5⅔이닝 2피안타 2볼넷 4탈삼진 무실점 역투였다.

데스파이네는 제구가 뒷받침된 다양한 구종으로 두산 타선을 요리하며 1, 3, 4, 5회를 삼자범퇴로 간단히 막았다. 2회말 2사 후 양석환에게 안타, 허경민에게 볼넷을 허용해 1, 2루로 몰린 위기가 있었지만 박세혁을 1루수 직선타로 잡아내 실점하지 않았다.

6회말 1사 후 정수빈에게 두번째 안타를 맞은 다음에는 수비 도움을 받았다. 박건우가 친 1-2루간 깊숙한 타구를 2루수 박경수가 기가 막히게 걷어내 1루주자 정수빈을 2루에서 아웃시켜줬다. 이후 페르난데스에게 볼넷을 내줘 2사 1, 2루 위기가 이어지자 데스파이네는 이날 임무를 다하고 조현우와 교체돼 물러났다.

조현우가 김재환을 헛스윙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이닝을 끝내줘 데스파이네는 실점 없이 승리투수 요건을 갖출 수 있었다.

미란다와 데스파이네의 맞대결은 데스파이네의 우세승이었다. 그리고 그 결과는 그대로 경기 승패로 이어졌다. kt가 7회초 두산의 정예 불펜 이영하-홍건희를 상대로 2점을 추가해 3-0으로 달아나며 승부를 결정지었다. 두산이 8회말 박건우의 적시타로 한 점을 만회하긴 했으나 더 추격하지 못했다.

미란다가 패전을 떠안으며 두산은 3연패를 당해 벼랑 끝으로 몰렸다. 데스파이네가 승리투수가 된 kt는 3연승 질주를 이어가 대망의 창단 첫 한국시리즈 우승에 1승만 남겨두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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