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수자 “집값 고점” 매도자 “그래도 오른다” 입장차…주춤한 상승세 지속 전망
[미디어펜=이동은 기자]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이 4주 연속 하락했다. 정부의 강력한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에 대한 우려로 매수심리가 낮아진 가운데 매물 부족에 따른 거래 절벽 현상까지 겹치면서다. 거래 위축에 따른 주춤한 아파트값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19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달 셋째 주 서울 아파트값은 지난주보다 0.13% 상승했다. 아파트값 상승폭은 0.17%를 기록했던 10월 셋째 주부터 4주 연속 0.01%포인트씩 감소했다.

한국부동산원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 기조, 금리 인상 우려, 계절적 비수기 등 다양한 하방압력으로 매수심리가 낮아지는 가운데 거래 활동이 감소하면서 상승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 서울 시내 아파트 전경./사진=미디어펜


금융당국은 가파르게 증가하는 가계부채를 억제하기 위해 가계부채 관리 강화방안을 시행하고 있다. 시중은행을 비롯한 인터넷전문은행도 기준금리 인상에 따라 대출 금리를 대폭 인상하고 나선 상태다. 

대출이 어려워진 데다 매물 잠김 현상이 지속되면서 매수자들의 관망세는 짙어지고 있다. 정부는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소득세 등 부동산 세금을 강화하면서 다주택자가 매물을 내놓을 것을 기대했다. 그러나 세금 부담으로 오히려 파는 대신 버티거나 증여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국 아파트 증여 건수는 6만3054건으로 역대 두 번째로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매물 출회를 유도하기 위한 정책이 오히려 거래 절벽을 부른 모순적인 상황이 발생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추가 아파트값 상승 동력은 크지 않다고 전망했다. 매도자와 매수자가 극명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거래 위축에 따른 주춤한 상승세가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양준모 연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매수자는 집값이 지나치게 올랐다고 보는 반면 매도자는 공급 부족으로 인한 주택가격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하는 등 의견을 서로 달리하고 있기 때문에 거래량이 줄어들고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며 “앞으로 상당 기간 아파트값 상승률은 떨어지더라도 가격 자체는 하락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도 “다주택자를 중심으로 세금 중과에 대한 우려가 크지만, 예상했던 상황인 만큼 다주택자 보유 주택이 매물로 쏟아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며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과 대통령 후보들의 공약 이슈 등과 맞물리면서 매수·매도자의 줄다리기 흐름이 이어질 전망이다”라고 내다봤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금리 정상화, 주택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공급 방안과 함께 세재 조정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양 교수는 “금리가 인상되고 정상화되면 현재 아파트·오피스텔·빌라 등 전방위적으로 오른 주택 가격이 일부 하락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제자리를 찾아갈 것”이라며 “현재 규제 중심의 대책으로는 부동산 가격이 하락하지 않을 것이고, 공급 확대와 함께 징벌적 성격이 강한 양도소득세 등 세재 정상화 방안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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