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소머리국밥, 호남 콩나물국밥, 영남 따로국밥.돼지국밥...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본래 우리 한식 상차림에서는 국과 밥을 따로 담아 차려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러나 국밥은 이러한 규칙을 깨고, 국에 밥을 말아 한 그릇에 담아낸 음식이다.

겨울철, 따뜻한 국물에 밥을 말아 훌훌 마시듯 먹는 국밥은 한국인의 ‘소울 푸드’라 할 수 있다.

한식진흥원에 따르면, 국밥은 전국에 5일장이 정착되면서 주막과 함께 확산됐다.

주로 장터 어귀에서 사람들과 밥상을 나누어 쓰며 기다림 없이 먹을 수 있던 국밥은 부담 없는 가격으로 추위와 허기를 동시에 달랠 수 있는, 서민들의 단골 외식 메뉴였다.

   
▲ 따로국밥/사진=한식진흥원 제공

서울과 경기 지역을 대표하는 국밥으로는 ‘소머리국밥’과 ‘양평해장국’을 꼽는다.

조선시대 한양 도성은 상류층 사대부들의 소고기 수요가 가장 많은 지역이었다. 따라서 이 일대에는 도축장도 많았고, 여기서 나온 다양한 부산물을 활용해 국밥을 파는 '탕반가'도 즐비했다.

탕반가에서는 특히 소의 머리고기와 뼈, 껍질, 우족을 가마솥에 넣고 오랜 시간 끓여낸 소머리국밥을 많이 팔았다. 간장으로 간을 하고 고춧가루로 얼큰하게 맛을 낸 소머리국밥은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한 그릇으로 든든하게 배를 채울 수 있는 일품 요리였다.

경기도 양평은 조선시대 때부터 한우로 유명한 고장이었다. 

고기 만큼이나 소의 내장과 선지를 주재료로 한 해장국 역시 맛있기로 소문이 자자해, 한양에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양평해장국은 매운 고추기름과 고추씨로 얼큰한 맛을 내고, 선지와 각종 내장, 콩나물, 우거지 등을 넣어 깊고 개운한 맛을 더한다는 평가다.

전라도의 국밥은 맑은 국물의 '나주곰탕'과 시원한 맛의 '전주 콩나물국밥'이 유명하다. 

곰국에 밥을 말아 국밥 식으로 낸 것이 곰탕인데, 나주곰탕은 다른 지역과 달리 소 뼈와 파 뿌리, 양파, 마늘을 넣고 하루 종일 삶아낸 육수에 사태와 양지머리 부위만을 넣고 끓여, 국물이 맑고 담백한 것이 특징이다. 

나주곰탕은 전라남도 나주 지역의 향토 음식으로, 장터에서 상인과 서민들이 사 먹던 국밥 요리가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다.

전북의 대표 도시 전주는 물이 맑아, 특산물인 콩나물이 유난히 맛있기로 유명하다. 

그 맛이 진가를 발휘하는 음식이 콩나물 특유의 시원함을 느낄 수 있는 콩나물국밥이다. 콩나물을 삶아 뚝배기에 반 쯤 채우고 밥을 넣어 한소끔 끓인 뒤 고춧가루와 깨소금을 뿌려 내놓으면, 먹는 이는 여기에 달걀을 풀어 넣고 새우젓 국으로 간을 맞춘다. 

전주 남부시장에서는 뚝배기에 밥을 넣어 끓이는 대신 밥이 든 뚝배기에 뜨거운 국물을 부어 내며, 별도의 용기에 수란을 제공한다.

경상도 지역에서 흔히 맛볼 수 있는 국밥 요리는 '따로국밥'과 '돼지국밥'이다. 

경북 지역에서는 소 뼈와 도가니를 푹 곤 국물에 소고기를 넣고 재차 끓인 뒤, 삶은 고기를 썰어 올리고 고춧가루 등으로 빨갛게 양념하여 끓인 국을 밥과 따로 내어준다. 국밥이면서도 밥과 국을 따로 준다고 해서 생긴 이름이 따로국밥이다. 

국에 밥을 말아서 내놓으면 국물 맛을 방해하므로, 따로 담아낸 것이라 한다. 밥을 말기 전에 국부터 한 술 뜨면, 얼큰하고 걸쭉한 국물이 감칠맛을 더한다.

부산 등 경남 지역에서는 돼지 뼈로 진하게 우려낸 육수에 수육을 넣고 밥을 말아 먹는 돼지국밥이 유명하다. 한국전쟁 중 피난민들이 비교적 구하기 쉬운 돼지 부산물로 설렁탕을 만들어 먹은 것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돼지국밥은 다시 향신료와 내장을 풍성하게 넣는 대구식, 설렁탕을 닮은 뽀얀 국물의 밀양식, 곰탕처럼 맑은 국물의 부산식 등으로 나뉘는데, 돼지 육수 특유의 향이 소고기국밥과는 또 다른 매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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