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결정·운영,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시장주의 기조는 유지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가계대출 금리 폭등, 은행권의 예대마진(예금과 대출 금리 차이에 따른 이익) 확대 등으로 차주들의 빚부담이 극심해지자,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여신담당자를 불러 구두개입에 나섰다. 당초 "금리는 시장에서 결정돼야 하는 문제"라며 은행권에 개입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당국을 향한 비판이 거세지면서 한 발 물러서는 형국이다. 

19일 금융감독원은 이찬우 수석부원장 주재로 주요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긴급 소집해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이 주요 은행 여신담당 부행장을 긴급 소집해 '은행 가계대출 금리 운영현황 점검회의'를 가졌다.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이 부원장은 이날 회의에서 "금리는 시장원리에 따라 결정되는 가격인 만큼 은행들이 예대금리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해야 한다"며 "은행의 가격 결정 및 운영은 투명하고 합리적이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국내은행이 자금중개기능의 핵심인 여·수신 업무 영위시 예대금리를 보다 투명하고 합리적으로 운영함으로써 국민들과 함께 상생해 나가는 지혜를 발휘해주길 당부드린다"고 말했다.

이를 위해 은행권이 지난 2012년 마련한 '대출금리 체계의 합리성 제고를 위한 모범규준'이 실제 영업현장에서 대출금리 산정·운영에 충실히 이뤄지고 있는지 살펴볼 것을 주문했다. 당초 금리는 시장 수급에 따라 결정되는 문제라며 개입하지 않겠다고 밝힌 것과 대비되는 행보다. 사실상 여·수신 금리 결정체계를 점검하겠다는 신호다. 

이 수석부원장은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금리는 시장 자금 수급 상황에 따라 결정된다는 대원칙은 바뀌지 않는다"면서도 "대출 금리가 시장에서 합리적으로 결정되고 있는지를 모니터링 하겠다"고 말했다. 

사실상 당국이 개입하는 것 아니냐는 의견에는 "개입이라기 보다 예대금리차가 커지면서 국민들의 불편함이 높아진 상황에서 금리 결정 과정이 투명하고 합리적인 것인지 보는 것"이라며 "제도적인 측면으로 이해해달라"고 말했다.

금감원은 회의에 참석한 은행 부행장들도 이자부담 증가에 따른 차주들의 우려가 크다는 점에 공감했다고 전했다. 이를 위해 은행 자체적으로도 예대금리 산정·운영에 대하여 살펴보고, 개선이 필요한 부문에 대해선 고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감원은 연내 각 은행으로부터 금리 결정 과정에 대한 자료를 요청·확보해 분석에 나설 예정이다. 

이 부원장은 "가급적 빠른 시일 내 (회의 결과물을) 적용토록 하겠다"며 구체적인 시기는 밝히지 않았다. 다만 당국이 불합리하다고 보이는 부분에 대해서는 개선을 요구할 것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 이찬우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 사진=금융감독원 제공


간담회에서는 대출금리 인상에 따른 차주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도 함께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부원장은 “금리인하요구권을 활성화해 금리상승기에 금융소비자의 금리부담이 조금이라도 완화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며 “실제 운영상으로 여전히 미흡하다”고 지적했다. 

은행 부행장들은 △신청·심사절차 등 자체 시스템 개선 △고객 안내·홍보 강화 등 금리인하요구권 활성화 방안을 조속히 이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 외에도 금감원과 은행권은 마이데이터 서비스 시행, 리보금리 산출 중단 등의 현안에 대해서도 긴밀히 협력하기로 했다. 특히 마이데이터 서비스 마케팅 과정에서 은행 간 과도한 경품 제공 및 실적 할당 등 불건전 관행이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를 요구했다. 

이날 회의에는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NH농협은행, IBK기업은행, SC제일은행, 씨티은행 등 8개 은행의 여신담당 부행장과 은행연합회 상무 등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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