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여권 결집으로 부진한 지지율 만회 하려는 전략
일각선 중도층 확장에 걸림돌 되는 것 아니냐 우려
합당 카드, 지지율 반등의 기회로 이어질 지 관심
[미디어펜=이희연 기자]더불어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늦어도 올해 안에 하나가 될 전망이다. 고용진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지난 18일 기자회견을 열고 “전날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회동해 당 대 당 통합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민주당이 이재명 대선 후보의 답답한 지지율을 반등시키려는 전략으로 보이지만 급작스러운 합당 소식에 당 내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흘러나오고 있다. 친문(친문재인) 강성 지지층으로 분류되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중도 확장에는 오히려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다.  

열린민주당은 지난해 4월 15일 제21대 총선을 앞두고 민주당 공천에서 탈락한 정봉주 전 통합민주당 의원 등의 주도로 설립된 비례대표 정당이다. 친문 지지층 가운데 강성층이 주요 지지기반이다. 현재 의석 수는 민주당이 169석, 열린민주당이 3석이다.

민주당은 합당 협상 대표로 우상호 의원을, 열린민주당은 정봉주 전 의원을 내세우는 등 양쪽 모두 당 대 당 합당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또한 열린민주당 지지층을 최대한 끌어안기 위해 당명 개정 논의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올해 안에 합당하기로 합의했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이재명 후보의 지지율 정체는 물론, 민주당의 정당 지지율도 답보 또는 하향 곡선을 타는 것을 타개하려는 고육지책으로 보인다. 다만 두 정당의 합당이 시너지 효과를 보일 지는 두고 봐야 할 듯하다. 사진은 지난 5월 민주당 송영길 대표와 열린민주당 최강욱 대표가 만났을 때 모습./사진=연합뉴스
고 수석대변인은 “흡수 통합이라면 기존 당명을 쓸 수도 있으나 지금은 당대 당 통합인 만큼 당명 등까지도 논의를 할 것”이라며 “통합에 속도를 내는 게 좋다고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같은 가치를 가진 정당이라 통합하는 것은 자연스럽다”며 “충분히 융화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169석의 민주당이 원내 의원 3명에 불과한 열린민주당과의 합당 카드를 꺼낸 배경에는 30%대에 갇혀 옴짝달싹 못하는 이재명 민주당 후보의 지지율이 자리한다. 

여론조사 전문기업 한국갤럽이 지난 16~18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0명을 대상으로 윤석열-이재명-심상정-안철수 4명 중에서 누가 대통령으로 더 좋다고 생각하는지 조사한 결과 윤석열 후보가 42%를 차지해 31%를 기록한 이재명 후보를 11%포인트 차로 오차범위내에서 앞섰다고 19일 밝혔다. 이어 안 후보 7%, 심 후보 5% 순이었다.(표본오차 95% 신뢰수준에 ±3.1%p)

이 후보의 지지율은 10월 10일 민주당 대선 후보로 최종 선출된 이후부터 줄곧 30%대 박스권에 갇혀 답답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이 후보가 답보 상태인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 '매타버스', '청년 공약', '전국민 재난지원금' 등 정책 공약들을 대거 내놓으며 지지율을 끌어올리려 전력을 다하는 모습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민주당은 합당 카드를 통해 여권 지지 세력을 규합하고 이를 통해 이 후보의 지지율을 반등시켜 보려는 전략이다. 하지만 민주당 안팎에서는 친문 강성 성향을 띠고 있는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이 오히려 중도층 지지율 확장에 걸림돌이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민주당 관계자는 “합당이 된다고 지지율이 반등할지는 의문"이라며 "이 후보의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중도층의 표심을 가져올 수 있는 정책과 전략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번 대선에서 승리하려면 중도층 표심을 선점하는 것이 승리 전략 중 하나"라며 "확실한 전략이 없다면 합당만으로는 실익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우려에도 민주당은 합당을 속도감 있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우상호 의원은 “지지층 통합과 중도 확장은 다른 문제가 아니다”라며 “그간의 선거를 보면 지지층을 먼저 결집하고 외연 확장에 나선 사례가 반복돼 왔다”고 반박했다.

   
▲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당 협상 대표를 맡은 민주당 우상호 의원(왼쪽)과 열린민주당 정봉주 전 의원. 사진은 지난 2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범여권 후보 단일화에 합의할 당시 모습./사진=연합뉴스

이어 “열린민주당의 지지율이 낮지 않다”며 “대선 중 2~3%를 작은 지지율이라고 볼 수 없다. 두 당의 통합이 갖는 시너지가 이 후보에 대한 지지를 활성화하는 효과로 나타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은 사실 정책 노선과 이념에 있어서 차이가 없다”며 “이 후보 지지율이 답보 상태에 있고 지금은 구도를 개편해야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김의겸 열린민주당 의원도 19일 오전 CBS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진행자가 "이른바 강성 지지자들이 따로 만든 당이라는 우려가 있다"고 묻자 "열린민주당과만의 통합으로 그친다면 그런 우려를 하실 수도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만 열린민주당과의 합당은 이재명 후보라는 더 큰 눈사람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이해해 달라"고 우려를 일축했다.

그러면서 "민주당이 큰 당이기는 한데 뭔가 굼뜨고 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이 떨어지고 하지 않나"라며 "열린민주당이 좀 역동성을 키우고 활력을 불어넣는 역할을 해낼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의 합당 결정이 정치권의 관심을 불러모으는 데에는 일단 성공한듯 보이지만 합당카드가 이 후보의 지지율 상승으로 이어질지는 좀 더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와 관련된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미디어펜=이희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