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석명 기자] kt 위즈의 우승으로 막을 내린 2021 한국시리즈. KBO리그에 막내로 참가한 10구단 kt가 정규시즌 1위에 이은 통합우승을 차지했다.

2015년부터 1군리그에 뛰어든 kt가 2015년부터 7년 연속 한국시리즈에 오른 두산 베어스를 4연승으로 간단히 누르고 창단 첫 우승을 차지하면서 진한 여운을 남겼다.

특히 본의 아니게 '목발 세리머니'를 펼치게 된 베테랑 내야수 박경수(37)의 한국시리즈 MVP 수상은 큰 감동을 안겼다.

박경수는 이번 한국시리즈 MVP로 선정됐으나 정작 우승이 결정난 18일 4차전에는 경기에 나서지 못했다. 전날 3차전에서 수비 도중 종아리 부상을 당해 목발에 의지한 채 우승 확정 순간 덕아웃을 지켰다.

   
▲ 사진=kt 위즈 SNS, 더팩트 제공


4차전을 8-4 승리로 이끌며 우승이 확정되자 kt 선수들은 마운드 주위에 모여 기쁨을 만끽했다. 그라운드에서 뛴 선수들은 물론 덕아웃에 있던 선수들도 뛰어나와 한데 어울렸다. 한바탕 환호하던 kt 선수들은 목발을 짚고 눈물을 흘리며 그라운드로 나온 박경수가 합류하자 그를 둘러싸고 진정한 '완전체'가 돼 더 뜨거운 함성을 내지르며 우승을 자축했다.

이어진 시상식에서 한국시리즈 MVP로 박경수가 호명됐다. 박경수는 4차전을 뛰지도 못했고 1~3차전에서 타율 0.250(8타수 2안타)에 1홈런 1타점 2득점을 기록했다. 그렇게 돋보이는 타격 성적은 못냈다. 하지만 1~3차전에서 고비마다 호수비를 펼쳤고, 2차전에서는 1회 무사 1, 2루 위기서 페르난데스의 총알같은 타구를 동물적 감각으로 잡아내는 결정적 수비로 데일리 MVP를 차지했다. 3차전에서는 결승타가 된 선제 홈런포를 쏘아올리는 등 임팩트 있는 활약을 펼쳤다.

박경수가 3차전에서 빗맞은 플라이볼을 잡기 위해 사력을 다하는 수비를 펼치다가 부상으로 쓰러진 것은 오히려 극적인 스토리가 돼 그에게 MVP 투표에서 몰표(90표 중 67표)를 안겨줬다.

박경수는 이렇게 2021시즌 한 편의 드라마를 썼다. 

정규시즌 성적은 최악이었다. 허벅지와 허리 부상 여파로 타율이 0.192(239타수 46안타)밖에 안됐고 홈런은 9개에 그쳤다. 1할대 타율은 박경수가 프로 입단 초창기 LG 트윈스에서 주전으로 자리잡지 못하고 있던 2005년(타율 0.171) 이후 처음이고, 두자릿수 홈런을 못 친 것도 kt 창단 멤버로 뛰기 시작한 2015년 이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데뷔 19년 만에 처음 한국시리즈 무대를 밟은 박경수는 일생의 꿈이었던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누구보다 집중력을 발휘했다. 부상을 당한 것도 어떻게든 타구를 잡아보겠다며 열심히 쫓아가다 입은 '영광의 부상'이었다.

박경수와 kt의 2021시즌은 완벽한 해피엔딩으로 마무리됐다. 박경수의 '목발 세리머니'는 너무나 감동적이었다.

   
▲ 사진=더팩트 제공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팀은 NC 다이노스였다. kt의 바로 위 형님구단인 제 9구단 NC가 우승을 한 후 펼친 '집행검 세리머니'는 크게 화제가 되며 감동을 안긴 바 있다. 무엇보다 창의성이 돋보인 세리머니였다.

NC의 집행검 세리머니도 좋았지만, 박경수의 목발 세리머니가 더욱 감동적이었다. 의도치 않았기에, 20년 가까이 프로 생활을 하면서 오직 한 곳만을 바라보고 달려온 베테랑 선수의 그동안 흘린 땀의 양을 알기에, 다쳐서 우승 순간을 함께 하지 못하는 박경수의 마음을 헤아린 동료들이 더 열심히 뛰며 함께 일궈낸 우승이기에, 감동은 배가됐다.   

KBO리그는 2년 연속 막내 팀들인 NC, kt가 정상에 올랐다. 내년 시즌에는 어느 팀이 정상에 오를지 알 수 없다. 다만, 올해처럼 '술자리 파문'과 같은 불미스러운 일은 없어야 할 것이다. 코로나 시대가 청산돼 한국시리즈에 오른 팀들의 홈 구장에서 관중이 꽉 들어찬 가운데 가을야구 축제가 벌어지고, 팬들과 함께 하는 또 다른 신선하고 감동적인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졌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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