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대 143만원 인하에 내성 생긴 소비자…정부 정책 신뢰 바닥
시대착오 적 개소세, 폐지의견도
[미디어펜=김태우 기자]정부가 내년 6월까지 승용차의 개별소비세 인하 혜택을 연장하기로 했다.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한 출고지연 등의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행정보다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을 위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침체된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방법으로 개소세 인하 혜택을 적용하고 있다.  

   
▲ 수출을 위해 평택항에 대기중인 자동차들(기사내용과 무관)./사진=미디어펜


하지만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 업체들의 판매절벽 현상을 보이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어 해결책 마련이 필요해 보인다. 

23일 정부는 올해 말 종료 예정이었던 승용차 개별소비세(개소세) 인하 조치를 내년 6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정부서울청사에서 제48차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회의를 주재하고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조치를 내년 6월까지 6개월 연장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는 코로나19가 확산한 지난해 3월 개소세를 70%(5→1.5%) 낮춰주다가 같은해 7월 인하 폭을 30%(5→3.5%)로 축소해 인하조치를 이어왔다.

올해 들어서도 두 차례 개소세를 연장해 올해 말 일몰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내 승용차 판매 진작을 통한 소비회복 지원을 위해 내년 6월까지 또다시 개소세 인하 연장을 결정한 것이다.

홍 부총리는 "올해 차량을 구입했으나 내년 상반기에 차량이 출고되는 소비자들도 그 구입비용을 절감토록 조치하고자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개소세 인하 혜택이 지속되며 소비자들이 느끼는 체감 가격이 낮아져 혜택종료이후 뚜렷한 판매절벽현상을 보인다는 것이다. 

지난 2016년 하반기 정부가 개소세 인하 혜택을 종료하자 완성차 업체들의 판매가 급감했고, 이를 회복하는데 오랜 시간이 필요했다. 2018년 경기부양책의 일환으로 다시 개소세 인하를 단행하자 혜택이 없이 구매한 소비자들은 불만을 드러내기도 햇다.

더욱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글로벌 자동차 산업이 침체기에 접어든 상황에서 국내 자동차 업체들은 개소세 인하 혜택을 적용받으며 판매량 증가라는 결과를 만들었다. 

지난 2018년 7월부터 2019년말까지 내수 진작 차원에서 개소세를 3.5%로 낮췄다가 작년 1월 5%로 올리자 완성차 판매실적은 전년 동월 대비 15.2%나 급감했다. 연말 특수에다 개소세 인하 막판 수요까지 몰렸던 2018년 12월과 비교하면 무려 31.2%나 폭락했다.

내년 7월부터 개소세가 5%로 오를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이미 2년가까이 진행됐던 인하 혜택이 종료되면 앞서 보였던 변화에 느끼는 채감이 올라갈 것이기 때문이다. 정부의 오락가락 정책으로 소비자들이 개소세 정책에 대한 신뢰 자체를 잃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는 2018년 12월까지 1년 6개월간 3.5%였던 개소세를 지난해 1~2월 5%로 환원한 뒤 3월부터 다시 1.5%로 낮춰 버렸다. 코로나19에 따른 긴급 처방이었다고는 하지만 소급 적용 없이 등록일 기준으로 적용하면서 단 하루 차이로 수백만원을 손해 보는 소비자들까지 생겨났다.

지난해 3~6월 1.5%였던 개소세는 7월부터 3.5%로 올랐고, 현재까지 적용돼 내수시장 약진에 큰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 변화가 없다면 오는 7월부터 다시 5%로 바뀐다. 불과 1~2년여 사이에 무려 네 번의 개소세율 변동이 이뤄지는 것이다.

정부가 정책 일관성이나 형평성은 전혀 고려치 않고 개소세율을 올리고 내린다는 '학습효과'가 생겨났으니 시장 혼란도 그만큼 더 커질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주먹구구식 행정에 개소세가 다시 인하될 것이라는 기대심리가 다분한 만큼 5%로 환원시 이를 쉽게 수긍 할 수 있는 소비자들이 얼마나 될지 의심스럽다"며 "자연스럽게 소비절벽현상이 나타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지적했다. 

일부에서는 개소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한시적인 개소세 인하가 끝나더라도 또 인하될 수 있다는 사회인식이 형성된다면 정상적인 소비행위가 일어나기 어렵다"며 "우리나라는 자동차의 취득에 대해 부가가치세 10%에 개소세까지 이중 과세되고 있어 세금이 과도하다"고 전했다. 

세계적인 코로나19 재확산으로 해외 시장이 언제 정상화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그나마 받쳐주던 내수 시장까지 무너질 경우 국내 완성차 업체들은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업계는 내수 활성화를 위해 개소세율 감면폭을 더 확대하거나 아예 취지에 맞게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개소세는 특정한 물품·특정한 장소에의 입장행위, 특정한 장소에서의 유흥음식행위 및 특정한 장소에서의 영업행위에 대하여 부과되는 소비세를 말한다. 과거 사치품으로 분류됐던 물품에 붙이던 항목으로 1977년 1월부터 적용돼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당시에는 자동차가 흔하지 않았기 때문에 적용됐던 세금이지만 현재는 대중화되며 필수품목이  된 상황에서 과거와 같은 세율적용은 것에 문제가 있다는 지적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동차를 사치품으로 바라보는 구시대적인 발상은 전환이 필요해 보인다"며 "서민들에게도 필수가 된 자동차에 사치품에 붙이는 개소세를 부과하는 것은 정상적인 과세제도라고 보기는 힘들다"고 전했다.

[미디어펜=김태우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