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낙청 최장집 바람몰이...새누리 지도부 야합 끼여

   
▲ 조우석 문화평론가
내각제 개헌론을 놓고 사람들이 자칫 오해를 할 수 있다. "개헌은 언젠가 하긴 해야 하는데, 타이밍이 좀…" 정확히 모르니까 그렇게 말한다. 청와대조차 "지금은 경제 살리기에 올인할 때"라는 읍소하는데, 딱한 노릇이다. 그런 저자세는 국회를 더 오만하게 만들 뿐이다.
 

국회발(發) 내각제 개헌론이 왜 문제일까? 무엇보다 개헌은 지금의 정치지형 전체를 갈아엎으려는 좌파의 꿍꿍이에서 시작됐다는 게 핵심이다. 이 음모의 그림을 꿰뚫는다면, 당신의 판단이 바뀔 것이고 좌파의 속셈도 모른 채 권력 나눠먹기에 정신없는 국회가 왜 야합세력인지도 쉽게 파악된다.
 

구체적으로 개헌론의 출발은 좌파의 좌장(座長)인 백낙청(77)서울대 명예교수다. 온화해 보이는 그의 얼굴에 넘어가면 안 된다. 백낙청은 몇 년 전부터 좌파모임 '희망 2013ㆍ승리 2012 원탁회의'를 주도하며, 종북세력 통진당과 민주통합당 사이의 범죄적인 야권연대를 조종하던 숨은 손이다.

좌파의 숨은 손 백낙청교수 수상쩍은 '2013년 체제론'

그런 그가 4년 전 '2013년 체제'란 용어를 만들어낸 게 직접적 도화선이다. 대선에서 승리한 이듬해 2013년부터 완전히 새 정치체제의 판을 구축하자는 뜻인데, 그래서 <2013년 체제 만들기>(창비)란 책까지 펴냈다. "2013년 이후의 세상을 별개의 체제라 일컬을 정도로 크게 바꿔보자"는 뜻(16쪽)이라고 그가 밝힌 점에 주목하자. 판을 몽땅 갈아엎자는 주문이다.
 

구체적으로 2013년 체제란 평화체제 구축, 남북간 국가연합체제 전환 두 가지로 요약된다. 지금의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바꾸고, 남북연방제를 도입하자는 북한 대남공작의 완전 복사판이다. 성장정책과 시장경제를 상당 대목 포기한 채 복지국가, 공정사회로 바꾸자는 것도 핵심 내용이다.
 

야권이 대권을 잡으면 완벽한 좌파세상을 만들자는 선동이었는데, 선거에서 깨지고 우파 박근혜 정부가 덜컥 들어서자 저들은 절망했다. 그러던 좌파들이 급기야 꺼내든 카드가 개헌론이다. 판을 흔들어 현정부를 무력화하고, 실제적인 권력교체 효과를 내려는 초대형 꼼수다. 꼼수치곤 좀 대담하달까? 

   
▲ 내각제 개헌은 좌파의 음모에서 비롯됐다. 새누리당이 이를 모른채 야합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사진 연합뉴스

여기에 개헌의 불을 붙인 건 또 다른 좌파인사 최장집(72) 전 고려대 교수다. 그는 입만 열면 '실질적 민주주의'를 외친다. '민주화 이후 민주주의'가 또 필요하다는 민주주의교(敎)의 전도사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로 절차적 민주주의가 완성됐지만 그걸론 안된다는 뜻인데, 설명인즉 이렇다.
 

"실질적 민주주의는 그동안 소외되었던 노동자를 비롯한 사회적 약자들의 권익이 증진되고, 분배적 정의에 입각한 복지정책을 통해 부와 소득의 분배구조가 개선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듯 좌파의 중진, 원로가 복지국가와 경제민주화를 통해 좌파들의 진짜 세상을 만들자고 깃발을 들자 이런 정치사회구조 창출을 위한 장치를 어떻게 만들까가 화두였다. 이때 개헌이 필수라는 데 야권 일부가 공감했다. 정치제제변혁의 깃발을 든 사람은 천정배 전 의원이다.(그가 짜깁기해 쓴 <정의로운 복지국가>(2010년)는 이런 생각을 잘 보여주는데, 오도된 방향과 잘못된 확신이 뒤섞여있다.)
 

체제전환(백낙청), 실질적 민주주의(최장집), 정치체제 변혁(천정배), 이 모든 것이 결국 지금의 개헌음모로 구체화한 것이다. 파악되시는가? 1987년 대통령 직선제 이후 정착된 절차적 민주주의 따위의 부르주아 민주주의를 걷어치우고, 좌파 세상을 구현하기 위한 체제변혁의 큰 그림이다.

복지국가 경제민주화의 '실질적 민주주의' 외치는 수상한 저들

큰 그림엔 권력구조 개편(내각제)은 물론 양당제 혁파도 포함된다. 통진당 아류인 다양한 사회적 소수세력의 목소리를 반영할 수 있는 다당제 구조로 한국정치 지형을 바꿔야 하며, 이걸 반영하기 위해 선거구제도 개혁, 비례대표제 도입 등을 저들은 외친다.
 

그렇다. 개헌이란 2012년 대선에서 실패했던 좌파가 사실상의 정치적, 경제적 헤게모니 구축을 위한 음모의 청사진이다. 권력은 빼앗겼지만, 뒤에 숨어 세상을 자기 것으로 만들려는 불장난이다. 여당의 이재오 의원처럼 뭘 모른 채 개헌에 편승한다면 무식한 것이고, 알면서도 끼어들었다면 기회주의적 세력일 뿐이다. 그런 이들이 한 둘이 아니다.
 

"새로운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서는 다수결에 의한 승자독식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하고 협의민주주의 형태인 분권형 또는 내각제 개헌이 이뤄져야 한다."
지난해 말 구성된 초당적 구성의 개헌추진국회의원모임 당시 야당 간사 우윤근의원(현 새민련 원내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그를 포함한 내각제 개헌론자들이 뭐라고 하건 분명한 건 좌파의 세상 뒤집기 음모에 저들이 편승했다는 점이다. 그래서 국민이 뽑은 대통령의 권력을 몽땅 빼앗는 판에 숟가락을 얹은 저들은 개헌 야합세력이다.
 

더 한심한 건 여당 지도부다. 야당과 좌파는 한 통속이지만, 새누리당 대표 김무성과 원내대표 유승민의 개헌 야합은 정말 곤란하다. 그들을 향해 청와대는 지금은 때가 아니라고 읍소하는 대신 "당신들이 왜 좌파 장난에 놀아나는가?"라고 압박해야 하지 않을까? 양쪽 모두의 각성을 기대한다. 이게 시정되지 않을 경우 내각제 개헌음모에 대한 고발의 내 글은 앞으로도 계속된다. /조우석 미디어펜 논설위원, 문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