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경찰청장 독도 시찰 관련 ‘공동회견 보이콧’ 이어 대응 조치 검토 중
전문가들 “韓정부 정밀한 대처 필요”…왕선택 “국제무대서 자극할 수도”
호사카 “영토주권전시관에 샌프란시스코 강화조약 관련 허위 증거 제시”
이원덕 “징용 판결 문제부터 해결 급선무…문재인정부가 실마리 풀어야”
[미디어펜=김소정 기자]일본 집권당인 자민당이 김창룡 경찰청장의 독도 시찰과 관련해 한국에 보복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아사히신문 등은 사토 마사히사 참의원이 회장을 맡고 있는 자민당 외교부회와 외교조사회가 24일 한국에 대한 제재를 포함하는 대응 조치 등을 검토하는 팀을 신설하기로 결정했다고 보도했다. 이들은 ICJ 제소를 포함한 조치를 검토해서 하야시 요시마사 외무상에게 공식 제안할 예정이다.

사실 일본의 ICJ 제소 움직임은 상대국인 우리나라의 동의가 없으면 판결 대상이 될 수 없다는 점에서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일본이 늘 독도를 분쟁지역화하기 위해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데다 현재 자민당과 기시다 내각 중요 위치에 포진한 강경 우파 인사들이 주도하는 것이어서 우리정부의 대처가 필요하다는 전문가 주장이 제기됐다.

호사카 유지 세종대 교수는 이번 도쿄올림픽을 계기로 일본정부가 도쿄에 확장 건립한 영토주권전시관을 언급하며 ICJ에 단독 제소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관측했다. “일본정부는 ICJ를 통해 독도 문제를 논쟁거리로 만드는 것만으로도 얻는게 있다”는 것이다. 호사카 교수는 “일본은 2012년 8월 이명박 전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했을 때에도 당시 민주당 정권이었는데도 ICJ 단독 제소를 검토했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일본이 도쿄올림픽을 대비해 올해 6월 도쿄에 확장 건립한 영토주권전시관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전시관에는 독도를 비롯해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쿠릴열도(일본명 북방영토)를 자신들이 영토라고 주장하는 다양한 자료가 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은 이번에 샌프란시스코 강화 조약에서 미국과 영국이 독도를 일본 영토라고 인정했다는 새로운 자료를 전시했다”며 “말장난에 불과한 허위 주장이지만 일본은 꾸준하게 독도에 대한 영유권을 주장하는 조치를 포기하지 않고 있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1951년 9월 한국전쟁이 한창이던 시기 연합국과 일본이 체결한 평화조약으로 미국은 전략적 요충지를 확보했고, 일본은 피점령 상태에서 벗어나 서방세계의 일원이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일본의 주장은 이 센프란시스코 조약 체결 때 미국과 영국이 독도를 자신들의 영토로 인정했다는 것이다.

   
▲ 독도에 함정·항공기·해병대 등이 투입돼 진행된 '동해 영토수호훈련' 모습. 군은 지난 6월 실시하려던 독도방어훈련을 7월 단행된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를 계기로 파장을 우려해 미뤄왔다가 동해 기상 상황 및 후반기 한미연합연습 일정 등을 고려해 훈련 일정을 재조정했다. 2019.8.25./사진=연합뉴스

호사카 교수는 “당시 조약에 일본 영토에서 분리되는 섬으로 제주도, 거문도, 울릉도를 명시했는데 일본은 독도를 명시하지 않았으니 한국 영토가 아니라는 주장을 한다. 하지만 조약에는 대표성이 있는 큰 섬만 명시한 것이므로 일본 측 주장이 맞다고 볼 수 없다”고 했다. 또 “일본이 당시 조약의 첨부자료인 지도에서 독도 주변에 그어진 선을 빼달라고 미국에 요구한 사실이 있었는데 이 선이 빠진 것만으로 미국과 영국이 독도를 일본 영토로 인정했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

호사카 교수는 “무엇보다 현재 자민당 외교부회장인 사토 아사히로를 비롯해 자민당 정책조사회장을 맡고 있는 다카이치 시나이와 마쓰노 히로카즈 관방장관은 대표적인 강경 우파 인물들”이라며 “이들이 독도와 위안부, 징용 문제를 일본이 주도하는 방향으로 바꿔놓으려고 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사토 회장은 2011년 울릉도와 독도를 방문하겠다며 한국에 왔던 3인방 중 한명이다. 
    
왕선택 한평정책연구소 글로벌외교센터장도 “일본 정부가 한일관계를 더욱 악화시켜서 미국 정부가 우려할 ICJ 제소를 결행할지는 향후 관찰 대상”이라면서도 “국내 여론 일각에서 감정적으로 맞대응하거나 일본이 각종 국제무대에서 한국정부를 자극할 경우 한국이 외교적으로 어려움을 당할 수 있는 만큼 정밀한 대응책을 준비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문재인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한일관계에서 뇌관이 된 강제징용 배상판결 문제부터 해결해 남아 있는 갈등도 지혜롭게 풀 수 있는 여지를 만들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전문가 지적도 나왔다. 

이원덕 국민대 일본학과 교수는 “징용 판결은 인권 문제이기도 하지만 일본기업 자산을 강제집행하는 문제와 연결돼 있다는 점에서 외교 문제이다. 대일 외교의 한 과제로 설정하고 문제를 풀어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가장 중요한 것은 당분간 가해 일본기업의 자산 현금화를 막아서 한일관계가 더 이상 악화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며 “한국 정부와 한일청구권협정 수혜 기업 등이 기금을 조성해 강제징용 피해자들에게 배상금을 지원하고, 일본 정부에 법적 구상권을 청구하는 방법, 즉 ‘대위변제’ 방식이 지금 시점에서 가장 합리적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교수는 “한일 간 과거사 문제는 진보 쪽 어젠다라고 할 수 있고, 따라서 문재인정부가 남은 임기 동안 실마리를 풀어주는 것이 좋다”면서 “특히 대선 국면에서 대선후보나 정당은 지지율에 영향을 미칠 행동을 안 하려고 할 것이므로 현직 대통령이 나서서 외교력을 발휘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미디어펜=김소정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