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대선 출마 기자회견서 "개헌으로 87년 체제 청산하고 7공화국 열겠다.
제3지대 단일화 관련 "선거 진행되면 양상이 바뀔 수도...아직은 검토 안해"
[미디어펜=이희연 기자]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는 29일 "무한 권력의 제왕적 대통령제를 폐지할 대통령이 되겠다"며 대선 출마를 공식 선언했다. 손 전 대표의 도전은 17·18·19대 대선에 이어 이번이 네 번째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의 한 카페에서 대선 출마 기자회견을 갖고 "개헌으로 87년 체제를 청산하고 7공화국을 열겠다. 증오와 분열의 정치를 치유와 화합의 정치로 만들겠다"며 이같이 밝혔다.

손 전 대표는 "지금 이 시점에서 대한민국 대선의 현실은 어떤가"라며 "대통령 선거가 나라를 이끌 비전은 보여주지 못한 채 상대를 헐뜯고 조롱하는 네거티브 캠페인에 몰두하고 있다"며 "누구 한 명이 대통령이 되면 나머지 한 명은 감옥에 갈 것이라는 말이 나도는 선거를 치르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 손학규 전 바른미래당 대표가 29일 오후 서울 여의도 한 카페에서 제20대 대통령 출마 선언을 하고 있다./사진=미디어펜 김상문 기자

이어 그는 "승자가 모든 것을 차지하고 패자는 모든 것을 잃어버리는 승자독식 패자전몰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그 주범"이라며 "대통령제를 폐지하고 의회 중심의 연합정치라는 새로운 길을 열겠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저는 돈도 조직도 없다. 화려한 공약도 없다. 캠프도 없이 광야에서 홀로 외치는 심정으로 국민에게 직접 호소하는 '나 홀로 대선'"이라며 "제가 국민 속으로 들어가서 직접 호소할 때 국민들이 반응하고, 실천을 보여줄 때 호응이 커지고, 드디어 커다란 외침으로 함성이 되고, 마침내 기적을 이룰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 전 대표는 선언문 낭독을 마친 후 기자들이 대통령제 폐지가 의회 내각제 개헌을 뜻하는 것인지 묻자, "제가 바라는 것은 독일식의 연합정치"라며 "여러 당이 연립 정부를 구성해 정책을 교환하고 정책을 연결하고 그것이 의회에 의해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제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국민은 오랫동안 대통령제에 익숙해졌고 내 손으로 대통령을 뽑는 게 1987년 6월 민주항쟁의 목표였다는 사정은 충분히 안다"며 "내각제를 해야겠다고 주장은 못 하지만 내각제든 분권형 대통령제든 무소불위의 대통령제가 폐지돼야 하고 대통령의 권력이 각계기관으로 분산되는 게 맞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안철수 국민의당 대선 후보, 심상정 정의당 후보 등 제3지대 후보들과의 단일화 가능성과 관련해서는 "앞으로 선거가 진행되면 양상이 바뀔 수 있다"면서도 "87년 체제를 청산하는 것이 목표인 만큼 이에 대한 검토는 하지 않고 있다"고 했다.

손 전 대표는 이날 오전 서울 종로구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사무실에서 김 전 위원장을 만난 것과 관련해서는 "그동안 우리나라 국가 원로 몇 분을 만나 뵙고 상의를 드렸다"며 "이런 뜻으로 대선에 나가게 됐다고 이해해주시고 많은 도움 부탁드린다고 (김 전 위원장에게) 말씀을 드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최근 사망한 고(故) 전두환 전 대통령의 빈소 방문과 관련해서는 "전 전 대통령이 5.18 항쟁 학살에 대해 사과를 하지 않은 것은 대단히 유감이지만, 대통령 후보의 위치에 있는 사람이 (전 전 대통령을) 비난하는 것은 국론 분열에 앞장서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통합하고 용서하는 길로 나가야 한다. 야당 후보도 간다고 했다가 당에서 가지 말라고 해서 안 가는 것은 정치지도자의 자세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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