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금융권 대출금리 5% 넘어서 취약차주 부담 가중
[미디어펜=백지현·김하늘 기자] 제로금리 시대가 끝나고 본격적인 금리 인상기에 접어들면서 주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도 인상되고 있다.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대출금리가 상승한 만큼 예적금 금리는 오르지 않는 등 은행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금융 소비자들의 불만이 커진 데 따른 여론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 사진=연합뉴스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최대 0.4포인트 인상된다. 다음 달 1일부터 예적금 금리를 0.25~0.4% 포인트 인상하기로 한 농협은행을 제외한 모든 시중은행은 이미 일부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전날 예적금 상품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국민은행이 정기예금 및 시장성 예금 17종과 적립식 예금 26종에 대한 금리를 인상함에 따라 비대면 전용상품인 'KB반려행복적금'의 3년 만기 기준 최고금리는 연 3.10%로 변경됐다. 'KB가맹점우대적금'과 '사업자우대적금' 금리도 각각 연 2.50%, 2.85%로 인상됐다.

신한은행은 정기예금과 적립식예금 36종의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했다. 이에 따라 신한은행의 대표 주력상품인 '안녕, 반가워 적금'은 1년 만기 최고 연 4.2%로, '신한 알·쏠 적금'은 1년 만기 최고 연 2.6%로 올랐다. 또 1년 만기 '디딤씨앗적립예금' 상품의 금리는 0.4%포인트 오른 연 2.05%로 변경됐다.

앞서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지난 26일부터 예적금 상품에 대한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금인상했다. 하나은행은 '주거래하나' 월복리적금 등 적립식예금 5종에 대한 금리를 인상했다. 이에 따라 '하나의 여행' 적금 최고금리는 종전 연 2.3%에서 연 2.7%로, '하나원큐' 적금 최고금리는 연 2.3%에서 연 2.6%로 인상됐다.

우리은행도 19개 정기예금과 28개 적금 상품의 금리를 상향 조정함에 따라 정기예금 상품인 '우리 슈퍼(Super)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는 연 1.15%에서 연 1.45%로, '우리 슈퍼(Super)' 주거래 적금의 최고금리는 연 2.55%에서 연 2.80%로, '우리 으쓱(ESG)' 적금의 최고금리는 연 1.65%에서 연 2.05%로 상향됐다. 

농협은행도 내달 1일부터 일부 예적금 상품 금리를 최대 0.4%포인트 인상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한국은행 기준금리 인상 및 시장금리 상승분을 고려해 수신금리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기준금리가 종전 0.5%에서 0.75%로 0.25%포인트 인상된 지난 8월, 주요 은행들의 수신금리 인상은 기준금리 인상 후 일주일 정도가 지나서야 관련 논의가 나왔다. 반면 이번에는 기준금리 추가 인상이 발표된 직후 수신금리 인상을 발표했다. 이처럼 은행들이 지난 8월과 다르게 신속하게 수신금리의 인상에 나선 것은 은행이 예금과 대출금리를 차이를 이용해 폭리를 취하고 있다는 소비자 비판을 받아들인 결과로 풀이된다.

여기다 소비자의 불만 여론을 의식한 당국이 "은행의 예금금리 차를 주시하고 있다"며 은행을 압박한 영향도 한몫했다. 앞서 정은보 금융감독원장은 지난 23일 증권사 최고경영자(CEO)와의 간담회 이후 기자들과 만나 "예금과 대출 금리 사이 차이가 현재 굉장히 크게 벌어져 있다"며 "합리적이고 투명한 결정 과정에 문제가 없는지, 개선의 여지는 없는지 보려고 생각 중"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한편 정부의 강력한 총량규제 여파와 기준금리 인상의 영향 등으로 시중은행에 이어 제2금융권의 대출금리가 5%를 넘어서 취약계층과 자영업자들의 타격이 크게 우려되는 상황이다. 시장에선 기준금리가 내년 최대 3차례 오를 수 있다고 전망하면서 최근 가파르게 오른 대출금리는 더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보험사의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급등하면서 한 달 사이 최저 2%대 금리 상품은 찾아보기 힘들고 최대 5% 금리를 웃도는 상품이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금리 인상기에 진입하면서 향후 6%대까지 금리가 오를 것으로 전망한다.

삼성생명·한화생명·교보생명·신한라이프·삼성화재·현대해상 등 주요 보험사 공시에 따르면 '보편적 차주'에 대한 변동금리형(30년 만기, 분할상환방식) 아파트 주택담보대출 금리는 연 3.47∼5.33%다. 지난달 이들 보험사의 같은 조건의 주담대 금리는 연 2.84~5.20%였다. 

한 달 사이 금리 하단과 상단이 각각 0.63%포인트와 0.13%포인트 오른 것이다. 보편적 차주는 나이스평가정보 신용평점 840∼880점 또는 코리아크레딧뷰로 신용평점 796∼845점에 해당하는 대출자를 의미한다.

서지용 상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보험사의 주담대 금리 인상은 공급자 위주의 대출 시장으로 바뀌었다는 것을 시사한다"며 "보험사들도 기준금리 인상 영향에 따라 대출 부문에서 수익을 내기 위해 금리를 올릴 가능성이 커 향후 6%대까지 금리가 치솟을 것으로 예상되면서 특히 변동금리 대출자의 이자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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