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 기업결합 1월까지 기다려야" 유보적 입장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이동걸 한국산업은행장이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현대중공업-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심사를 언급하며 공정거래위원회에 조속한 승인을 요구했다. '작은' 요건에 치중하기보다 '국익(國益)'이라는 큰 관점에서 기업결합을 승인해 국가 기간산업의 경쟁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 회장은 지난 30일 온라인으로 진행된 주요이슈 브리핑에서 "(양대 항공사의) 기업결합 심사가 마무리되지 않아 본격적인 통합을 하지 못해 안타깝다"며 "(기업결합은) 경쟁당국 소관으로 예상하긴 어렵고, 국내 항공산업 정상화를 위해 관련 산업 종사자들의 고통 감내를 위해 조속한 결합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 이동걸 산업은행장 / 사진=산업은행 제공


코로나19 여파로 여객사업이 전면 중단된 두 항공사에 재무부담이 가중되고 있는 점에 대해서도 우려를 표했다. 이 회장은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이익이 발생하지만 부정적인 상황 발생시 자본잠식 가능성이 있다"며 "3분기 부분자본잠식 11%나 된다. 부채비율이 3668%에 달하는 등 대한항공 인수대금 투입이 시급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대한항공이 안심할 수준이라고 할 수 없다. 화물(운송) 등으로 기민하게 대처하면서 훨씬 사정이 좋지만 대한항공도 사정이 안 좋기는 마찬가지다"라며 조속한 기업결합을 요구했다. 

특히 양대 항공사가 통합하는 과정에서 독과점 우려노선에 공정위가 '조건부 승인'을 언급하면서 항공업계 관계자들이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중복노선 통합과정에서 운수권 축소, 슬롯(slot) 회수, 일자리 감축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이 회장은 "회사의 미래경쟁력을 훼손할 정도의 과도한 운수권 축소 및 슬롯 회수 등의 조치가 취해지면 인력 운영 및 통합 시너지 창출 계획에 차질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며 "지금 전 세계 항공산업은 국가 간 경쟁이 굉장히 치열하다. (기업결합을 미루면) 공정위가 추구하는 소비자이익 증진은 어디서 찾느냐"고 일갈했다. 

또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의 '교각살우(矯角殺牛)'를 언급하며, 숲을 바라보지 못하고 나무만 바라보는 공정위의 행태에 간접적인 비판을 내놨다. 이 회장은 "(공정위가) 소 뿌리를 수정한다고 소를 죽여버리면 그 이상의 피해가 어디 있겠나. 대한민국의 국익을 위해 나무를 보고 숲을 보지못하는 우를 범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지적했다.

지난 취임 4주년 간담회에서 이 회장이 공정위의 심사지연에 '섭섭함'을 드러낸 데 대해서는 "당시 발언은 심사가 늦춰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안타까움이었지, 공정위에 대한 섭섭함은 아니었다"면서도 "조성욱 위원장께서 언론을 통해 대한항공, 대우조선 기업결합 건에 대해 신속한 심사 진행 계획을 밝혀주신 점에 다행스럽게 생각하며, 긍정적 심사 결론 도출을 희망한다"고 말했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에 대해서는 해외 경쟁당국의 심사까지 기다려야 한다는 유보적 의견을 내놨다. EU는 지난 23일 두 조선사의 기업결합 심사를 재개했지만 이를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시각도 상존한다. 

이 회장은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무산될 것에 대비한 플랜을 고민하고 있다"며 "기업결합이 무산될 경우에는 이해관계자와 긴밀히 협의하여 후속 조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은 기업결합 심사 중이기에 결과를 예단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내년 1월까지는 기다려달라"고 당부했다. EU는 기업결합 심사기한을 내년 1월 20일까지로 밝힌 상태다.  

이날 이 회장은 과거 산은이 정치권·지역시민단체·노조 등의 등살에 못 이겨 기업 구조조정이 지연된 점을 두고 "산은이 '밑 빠진 독에 물 붙기'식으로 공적자금을 투입했다"며 작심발언도 내놨다. 

이 회장은 "(취임 후 산은이 관리 중인 기업들의) 구조조정 손실액이 14조 1000억원에 달해 (산은) 도산론까지 나왔다"며 "이 금액은 산은만의 잘못이 아니라 (정치권·지역사회 등의 요구로) 구조조정이 지연되고 밑빠진 독에 물붓기하고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돈 넣고 한 게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산은이 (관리하던) 구조조정 기업(을) 6개월, 길면 1년이면 정리할 수 있는데 10년 넘게 지원하고 있다"며 "합심해서 구조조정을 마무리하는 게 중요하지 구조조정을 막고 반대만 하고 국유화해라는 건 정답이 아니라 본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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