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SLBM 등 미사일 개발…한미훈련 ‘반격 훈련’은 생략해야”
“김정은, 고르바초프 되려 나섰는데 스탈린으로 만들고 있을 수도”
김기정 “종전선언, 정치 목적 아냐…실천 동력 있을 때 실행해야”
고유환 “한중수교 모델 적용, 관계 정상화-비핵화 추동 로드맵 필요”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홍현익 국립외교원장은 30일(현지시간) 북한과 신뢰 회복을 하고 대화 기조를 이어가는 것과 관련해 “북한의 미사일 시험발사는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 한반도 핵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원장은 이날 오전 워싱턴DC 윌러드 인터콘티넨탈 호텔에서 열린 워싱턴특파원들과의 간담회에서 “우리도 SLBM 개발을 하는데 우리와 상응하는 정도의 사거리 미사일 시험발사 때에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도 그랬듯이 그것을 인정해 준다는 게 아니라 크게 문제 삼지 않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홍 원장은 이어 “그것이 안보 위협이 안 된다는 게 아니라 하나 하나 문제삼다 보면 협상 자체 안 되니까 협상을 하기 위해 상호안보 관점에서 우리도 개발하는 것 정도는 크게 문제 삼지 말아야 한다”고 부연했다.

또한 홍 원장은 “만약 내년까지 종전선언이 안 되고 이 상태가 지속되면 내년에 위기가 올 수 있다”면서 “(지금) 만약 돌파구가 마련되지 않으면 내년 4월부터 10월까지 굉장히 위험한 시기가 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베이징동계올림픽 시기까지 참을 것이고, 내년 3월 남한의 대통령선거 결과도 지켜볼 것이라고 본다”며 “11월 미국의 중간선거가 있다. 따라서 내년 여름은 위험한 여름이 될 수 있다고 우려된다. 북한은 지금 이 순간도 핵개발을 진전 중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홍 원장은 내년 한미연합훈련과 관련해서도 2부 ‘반격 훈련’은 하지 않는 것이 좋겠다고 제안했다.

그는 “한미훈련의 1부 훈련은 ‘방어 훈련’이고 2부는 ‘반격 훈련’인데, 북한 입장에서 보면 2부 훈련은 북한을 점령하는 내용이 있어서 굉장히 부담을 느낀다”며 “2부 훈련의 내용은 사실상 북한이 핵을 사용하는 것을 가정한다. 결국 우리가 하지 못할 것을 훈련하는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에 2부 훈련은 생략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홍 원장은 종전선언과 관련해선 “종전선언은 미국이 북한에게 성실한 신뢰를 회복하기 위한 첫걸음이다. 싱가포르 1차 북미정상회담 때 평화협정 체결도 약속한 바 있다. 이것을 자꾸 지연하고 망설이는 모습을 보이는 것은 북핵 문제 해결에 전혀 도움이 안 된다. 한미 간 합의해서 북한에 공동 제안해야 한다”며 미국이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홍 원장은 수령 체제인 북한의 특성상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톱다운과 바텀업 방식을 병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이 되어야 한다면서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 간 회담도 제안했다. 

그는 “최소한 톱다운 방식과 바텀업 방식을 병합하는 하이브리드 방식 정도가 되지 않으면 북핵 문제는 협상이 되더라도 타결되기 매우 어렵다”며 “김여정 북한 노동당 부부장과 카멀라 해리스 부통령간의 회담이 되지 않으면 큰 진전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북제재에 대해선 지금 북한에 벌을 주는 의미 이상 다른 기능을 찾아볼 수 없다며 제재를 조금 완화시켜 비핵화를 촉진하는 진정한 목적을 되찾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홍 원장은 “(대북)제재는 북한의 행동을 바로잡고 북한이 핵 문제에 있어 국제사회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만드는 게 목적”이라며 “지금은 오히려 북한이 대북제제를 대북 적대시정책의 상징으로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북한이 핵과 미사일을 개발하는 명분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그는 “(대북제재를) 그냥 완화시켜 주는 것은 옳지 않다”면서 “북한이 약속을 지키지 않으면 다시 제재를 가하는 스냅백(제재 복원) 제도를 통해서 해주겠다고 해야 북핵 문제가 진정 해결 국면으로 진전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홍 원장은 앞서 워싱턴 싱크탱크 우드로윌슨센터에서 개최한 ‘북·미 관계 전망’ 세미나에서 소련에 미하일 고르바초프가 있어 냉전 종식이 가능했다고 평가하면서 “지금은 김 총비서를 고르바초프로 만들어야 한다. 김 총비서가 고르바초프가 되려고 나섰는데 우리가 오히려 스탈린이 되게 만들고 있는 것은 아닌가 싶다”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에게 진정으로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줘야 하는데,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줬느냐”면서 “우리가 그 기회를 박탈하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든다. 바이든 행정부가 관용있게 전향적으로 생각해서 북한에게 핵을 포기할 기회를 줬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 (왼쪽부터) 고유환 통일연구원장, 홍현익 국립외교원장,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이 11월 30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윌슨센터 주최 포럼 및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1.12.1.사진=연합뉴스 [워싱턴특파원단]

이번 한미 세미나 및 특파원 간담회에 공동으로 참석한 김기정 국가안보전략연구원장은 종전선언에 대해 “일부에선 임기가 얼마 남지 않은 정부가 ‘무슨 드라마틱한 쇼를 하려느냐’라는 비판도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하지만) 정치적 차원의 목적이 아니다. 전략의 관점에서 볼 때 한반도에 작동 가능하고 지속가능한 매커니즘을 만드는 것은 정부의 미래세대를 위한 전략의 하나이기 때문에 대단히 중요한 어젠다”라고 말했다.

김 원장은 “지금이 좋은 타이밍인가 물어본다면 합의되고 실천 동력이 만들어질 때가 가장 좋은 타이밍이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고유환 통일연구원장은 “종전선언은 (북미 간) 장기 교착이 이뤄지면 평화-비핵화 교환 프로세스 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다는 위기인식 속에 대화로 가기 위한 하나의 돌파구로 제안됐다”면서 “종전선언 이후에도 평화협정으로 가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그래서 1992년 한중수교 모델을 적용해서 바로 관계 정상화나 수교를 추진하면서 비핵화를 추동해 내는 방식의 로드맵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밝혔다. 

고 원장은 “미국도 북한에 관여해서 대중국 전략을 활용하는 측면을 심각히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며 “북핵을 인정할 수 없다면 북한의 비핵화 개념과 최종 단계(end state)를 명확히 정의해서 그 다음 관계 정상화 시도해야 할 시점이라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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