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대통령 중동세일즈외교 성과물, 악영향없게 해야

포스코가 잔뜩 뒤숭숭하다. 검찰이 포스코건설 등 일부 계열사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였기 때문이다. 검찰은 해외 비자금조성, 탈세, 부실기업 인수에 따른 배임혐의 등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핵심관계자들은 주말인 14일에도 출근해 수사동향을 체크하는 등 촉각을 곤두세웠다.
지난해 출범한 권오준호가 대형 악재에 휘말려 난파위기에 몰린 것이다. 권회장은 취임이후 대대적인 사업재편과 재무구조 개선, 수익성위주의 경영, 본업인 철강경쟁력 강화등에 전력투구했다. 개혁의 성과가 가시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투자자들의 신뢰도 회복되고 있다. 영업이익이 대폭 개선되고 있다. 주가도 회복세를 타고 있다.

수사당국의 전격적인 압수수색은 포스코의 상승기류에 먹구름을 던져주고 있다.
가장 우려되는 대목은 사우디아라비아와 추진중인 사우디국민차 프로젝트가 차질을 빚을 수 있다는 점. 포스코는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10억달러규모의 합작사를 만들기로 합의하고, 내달중 서명할 예정이다.

권오준 회장은 지난해 6월 압둘 라흐만 알모파드 PIF 총재와 만나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사우디국민차 프로젝트는 박근혜대통령이 최근 중동순방중 사우디 아라비아를 방문할 때 핵심 경제협력 사업이었다.

사우디프로젝트는 박대통령의 중동순방에서 가장 빛나는 세일즈외교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우디정부도 이 사업에 강한 관심을 갖고 있다.
사우디국민차 프로젝트에는 포스코계열사들이 대거 참여하는 점이 특징이다. 포스코는 자동차 강판을 공급하고, 종합상사인 대우인터내셔널이 부품 조달을 맡게 된다. 포스코건설은 국민차공장을 짓게 된다.

사우디는 이번 프로젝트를 국가적 숙원사업인 국민차공장을 갖게 된다. 공장이 완성될 경우 2000~2400cc급 중형자동차를 연간 15만대를 생산하게 된다.

권오준회장은 주총이 열린 13일 사우디프로젝트에 대해서 낙관했다. 포스코와 사우디가 윈윈 관계를 만들 수 있다고 했다. 사우디가 포스코 기술을 이용해서 자동차사업을 하고, 포스코는 계열사들이 대거 진출해 매출과 수익을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사우디 국부펀드는 포스코건설의 지분 40%를 인수하는 방안도 협상중이다.

포스코는 전방위 수사가 장기화할 경우 사우디국민차 협상이 차질을 빚을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사우디측이 협상을 중단할 수도 있다. 박근혜대통령의 중동순방 핵심성과가 자칫 물거품이 될 수도 있다.

   
▲ 권오준회장의 포스코호가 검찰의 대대적인 사정기류에 휩쓸렸다. 전임 정준양 회장 시절 이루어진 해외사업및 인수합병 과정에서의 비자금, 탈세, 부실기업 고가 매입 등이 중점 수사대상이 되고 있다. 포스코는 고강도 수사가 자칫 박근혜대통령의 중동순방 최대 성과물인 사우디국민차합작사업이 차질을 빚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권오준회장이 13일 주총에서 향후 경영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사진 연합뉴스

사정당국이 겨냥하는 것은 정준양 전회장 시절 이뤄진 각종 인수합병과 해외투자사업들이다. 현 권오준회장을 타깃으로 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MB쪽 동아줄을 잡고 회장에 취임했던 정준양 전회장과 MB측근들과의 유착관계를 정조준하고 있다는 이야기가 검찰주변에서 파다하게 들린다.

정준양 전회장은 본업인 철강보다는 사업다각화에 몰두했다. 계열사를 30여여개사에서 70개사로 대폭 늘렸다. 공격적인 인수합병과 사업다각화로 내부유보금도 6조~7조원에서 3조~4조원이하로 대폭 감소했다. 때마침 불어닥친 글로벌 철강시황 불황으로 포스코 재무구조도 악화했다. 매출은 감소하고,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부채비율이 증가했다. 포스코 신용등급도 A급에서 B급대로 하락했다.

정 전회장은 사업다각화를 통해 포스코의 장기성장기반을 마련한다는 포부를 가졌다. 철강외에 해외 자원개발과 신소재, 플랜트 등에 잇따라 진출했다. 외부에선 그의 무리한 사업다각화에 대해 우려했다. 부실기업 인수합병 문제도 구설수에 올랐다.

포스코건설의 베트남사업에서 100억원대 비자금을 조성했다는 의혹도 포스코를 긴장시키고 있다. 건설 임직원들의 자택이 압수수색당했다. 포스코P&S와 포스코플랜텍도 각각 탈세와 부실기업 고가인수 문제가 쟁점이 되고 있다.

정 전회장은 2010년 플랜트 기자재업체인 성진지오텍 지분 40.4%를 인수한 후 2013년 포스코플랜텍과 합쳤다. 성진지오텍 인수당시에도 부실기업을 비싼 가격을 주고 인수했다며 모종의 커넥션이 있는 것 아니냐는 루머가 창궐하기도 했다.

검찰은 박근혜정부 초기 포스코 계열사들에 대한 대대적인 수사를 벌였다. 비자금 조성및 관련임직원 횡령, 배임여부를 파헤친 바 있다. 검찰이 이번에 다시금 작심하고 포스코 계열사들을 겨냥해 고강도 수사에 나선 것이다.

포스코 전방위 수사는 박근혜대통령의 부정부패 척결의지를 구체화하는 수순으로 풀이된다. 이완구 국무총리도 12일 대국민담화에서 “부정부패 척결은 국가적 명운이 걸린 과업”이라고 역설했다. 당분간 사정정국이 조성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박근혜정부의 수사는 ‘사자방’에 집중되고 있다. 이명박정부의 초대형 프로젝트(22조원)인 4대강 사업과 무분별한 해외자원개발사업, 방산비리를 말한다. 이명박 정부시절에 추진된 사업들이다. 현정부가 전정권 손보기에 나섰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박근혜정부로선 민심이반을 맞고, 민생및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기위해선 대대적인 사정정국 조성이 불가피하다는 판단을 한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사정정국이 장기화할 경우 재계가 유탄을 맞을 수 있다. 전경련 등 경제단체와 주요그룹들이 박근혜정부의 사정방향을 예의주시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재계는 사정과 부정부패 척결에는 성역이 없다고 강조하고 있다. 비리가 있는 곳엔 법치로 다스려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지 않고 있다.

문제는 경제가 위축되고, 실물경제가 부동산을 제외하곤 심각하게 얼어붙은 상황이라는 점이다. 투자와 소비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고 있다. 전자 자동차 철강 화학 조선 등 주력업종은 경영환경이 극히 불투명하다. 내수도 엉망이다. 부동산만 저금리와 규제완화에 힘입어 다소 꿈틀대고 있다.

박근혜정부는 경제활성화에 올인하고 있다. 민생살리기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각종 규제혁파에 적극 나서고 있다. 규제 기요틴을 거론하면서 비합리적인 규제를 일괄적으로 단두대에 올려놓아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박대통령과 최경환 부총리는 연일 대기업에 대해 투자확대와 일자리창출, 배당확대및 임금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은 대기업들과 시각차가 크다. 대기업들은 지금 마른수건도 다시 짜고 있다. 삼성전자는 임금을 동결하고, 경비를 대폭 줄이는 등 구조조정에 나서고 있다. 전례없이 위기를 맞고 있다. 경영실적이 호전돼야 임금인상 여력이 생길 판이다.

사정은 양날의 칼이다. 부정부패 척결은 필요하다. 상시적으로 해야 한다. 어느날 갑자기 진행되면 재계가 움추러든다. 포스코의 경우 사우디국민차 프로젝트가 심각한 차질을 빚을 수 있다. 한국에서 벌어지는 대대적인 포스코 전방위 수사에 대해 사우디측이 예의주시할 것이다. 국민차프로젝트를 유보하거나, 합작선을 다른 나라 기업으로 돌릴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는 사우디국민차 프로젝트가 물거품되지 않게 해야 한다. 사우디측에 이 문제에 대해 설명할 필요가 있다. 사정과 국민차합작사업은 별개라는 점을 주지시킬 필요가 있다. 포스코 혼자서 이를 해명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모처럼 박대통령의 중동 세일즈외교 최대 성과물이 차질을 빚는 것은 막아야 한다. 베트남 비자금 조성문제도 신중히 봐야 한다. 해외비즈니스에선 커미션관행이 있다. 후진국이나 개도국일수록 이 문제는 수주와 인수합병을 결정짓는 숨은 요인이다. 베트남 비자금 문제가 불거질수록 국내기업들의 베트남 사업과 수주가 어려워질 수 있다. 해외사업의 경우 현지사업관행도 감안할 필요가 있다.

포스코는 뉴욕증시에 상장돼 있다. 이번 고강도 수사가 뉴욕투자자들에게 악영향을 줄 수도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포스코가 사정칼날에 움추러드는 모양새를 보이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포스코 임원들이 매번 새정권 실세를 향해 줄서기경쟁을 하는 것은 심각한 모럴해저드다. 정권도 포스코를 전리품으로 여기고, 전정권 손보기 차원에서 속죄양삼는 듯한 양상을 보이는 것도 온당치 못하다. 포스코는 100% 민영회사다. 공기업이 아니다.

포스코는 현대제철이 가동된 후 심각한 경쟁압력에 직면해있다. 영업이익률은 과거 독점고로시절 20%이상 됐으나, 지금은 10%미만으로 뚝 떨어졌다. 과거엔 앉아서 영업했다. 지금은 영업팀에서 수요가를 찾아가 사정사정해서 철강재를 팔아야 한다. 격세지감이다. 포스코가 민간기업으로 변신하는 과정에서 이같은 변화는 불가피하다. 포스코는 세계최강의 철강기업이다. 한국제조업을 상징하고 있다.

포스코가 외압에 흔들리지 않게해야 한다. 글로벌 경쟁력강화에 집중하도록 해야 한다. 자율경영이 정착되도록 해야 한다. 검찰의 스마트한 수사가 절실하다. [미디어펜=이서영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