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소비자금융 청산 조치명령 허가반대 결의대회 개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한국씨티은행이 소비자금융 청산을 위한 준비작업을 밟고 있는 가운데, 이 은행 노조가 금융감독원으로 집결해 소비자금융 청산 조치명령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당국이 새해부터 본격적인 청산작업에 들어갈 것이라는 예측이 나오면서, 노조는 행원과 금융소비자 보호를 내걸어 당국에 구조조정의 '소프트랜딩'을 요구하고 나섰다.

2일 씨티은행 노조는 금감원 앞에서 '소비자금융 청산 조치명령에 대한 금감원의 졸속허가 반대 결의대회'를 열고 당국에 신중한 구조조정을 요구했다.

이날 진창근 씨티은행 노조위원장은 금융위원회가 소비자금융 청산에 대해 '인가권 없음'을 결정하면서 '조치명령'을 언급한 데 대해 "금융위원회가 제대로 짜고 쳤다"고 지적했다. 

   
▲ 한국씨티은행 노조가 금융감독원으로 집결해 소비자금융 청산 조치명령을 반대하는 결의대회를 열었다. / 사진=류준현 기자


씨티은행과 금융위는 지난 10월 25일 청산계획을 동시에 발표했고, 이틀 뒤 금융위가 인가권 없음 및 조치명령을 발표했다. 이어 씨티은행은 희망퇴직 접수를 개시해 청산작업을 위한 수순을 밟고 있다. 

노조에 따르면, 전 직원의 70%에 달하는 2300명이 희망퇴직을 신청했고, 지난주 1차로 약 1130명이 퇴직을 통보받았다. 노조는 추후 월 단위로 2·3차 통보가 이어지는 만큼, 이번달부터 내년 4월까지 행원들이 씨티은행을 떠날 것으로 보고 있다.

노조는 청산절차를 진행하다 최근 주춤해진 금감원에 대해서도 목소리를 높였다. 노조가 금감원 면담에 이어 소비자 피해 우려사례를 공개하자, 금감원이 청산안을 거부했다는 후문이다. 

대표적으로 만기가 도래하는 개인신용대출은 소비자 부담이 가중될 전망이다. 가령 1억원을 빌린 차주는 씨티은행의 평균금리 4.34% 적용시 기존 만기일시상환 방식에서는 월 36만원만 부담하면 됐지만, 개편시 103만원을 부담해야 한다. 빚부담이 약 60만~70만원 늘어난 셈이다. 

노조에 따르면, 개인신용대출은 약 16만명이 이용하고 있으며, 대출공급액은 약 9조원에 달한다. 특히 대출한도가 차주 연봉의 최대 2.25배를 부여해 타행보다 높고, 신용 7등급의 저신용자용 대출상품도 취급하고 있어 부실위험이 큰 것으로 알려졌다. 

진 위원장은 "시간에 쫓긴 은행과 금융당국이 철저하게 검증되지도 않은, 소비자피해를 대량으로 양산할 수 있는 이행안을 가지고 빠른 시일 내에 금융위 본회의 상정을 시도하지 않을까 매우 우려스럽다"고 주장했다. 

이어 "금융기관이 허가받은 사업을 마음대로 폐지하고, 금융당국이 이에 발맞춰 금융주권을 포기하는 행위를 하지 못하도록 여야 국회를 통해 은행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며 "작금의 상황은 당국에 철저한 감시를 통해 엄중히 대응하고, 미래의 상황은 은행법 개정을 통해 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홍배 금융노조 위원장은 △조치명령 이행계획 졸속인가 반대 △금감원-은행 간 조치명령 이행계획 공개 및 노조와의 대화 등을 내걸고 청산작업 반대에 힘쓸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 위원장은 2013년 HSBC의 한국 철수를 언급하며 "HSBC가 소매금융을 철수할 때 점포 수가 10여개에 불과했다. 현재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점포수가 34개로 3배가 넘는다. HSBC 자산규모에 비해 씨티은행은 10배가 넘는다"며 "HSBC가 (청산) 인가를 받을때 6개월이 걸렸다. 최소 씨티은행의 조치명령 허가에 대해서는 적어도 3배에서 10배의 기간은 늘려야 하는 게 상식적이지 않느냐"고 말했다.  

이어 "소비자의 거래질서유지 뿐만 아니라 고용유지·근로조건을 유지하는 계획에 대해서도 금감원이 보고받고 이행을 점검해야 하는 것이 상식적이지 않느냐"라며 "금융노조는 제2의 제3의 씨티은행 사태가 재발하지 않도록 모든 총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김득의 금융정의연대 대표는 소비자의 은행별 신용도가 제각각인 점을 언급하며 잘못된 자산매각이 소비자 피해를 초래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씨티은행이) 산정한 (고객) 신용평점이 씨티은행 철수로 없어진다고 생각해봐라. 대출자산이 매각된다고 한들 타 은행이 그 고객의 신용도를 씨티은행만큼 인정해주겠느냐"며 "(당국이)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금융소비자 불편이 예상되는 것들에 대해 철저한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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