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연합회,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 세미나 개최
[미디어펜=류준현 기자] 디지털 환경 변화로 다양한 금융서비스가 융합되고 핀테크·빅테크의 금융 진출이 활발한 가운데, 금융권에 적용되는 '전업주의' 규제를 철폐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핀테크·빅테크와 마찬가지로 금융권도 선도적으로 비금융권과 융합해 혁신 금융서비스를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은행연합회는 2일 은행회관에서 '디지털 시대의 금융 겸업주의'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이날 '디지털 시대의 금융업간 겸업주의 논의와 대응방안'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여은정 중앙대학교 교수는 "빅테크 금융업자의 등장으로 플랫폼을 통한 사실상의 '유니버설 뱅킹' 구현에 따라 전업주의 원칙의 의미가 퇴색될 수밖에 없다"며 빅테크에 금융권과 동일한 규제를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세미나 개최에 앞서 김광수 은행연합회장과 발표자, 토론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왼쪽부터 장성원 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 조영서 KB금융연구소 소장,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 여은정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 이동훈 금융위원회 금융정책과장, 이호형 은행연합회 전무이사. / 사진=은행연합회 제공


'금융지주회사 계열사간 정보공유 확대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박성현 신한금융지주 부사장은 "활발한 정보공유를 통해 데이터를 집적하여 ‘데이터 플랫폼’을 구축할 수 있고 이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에 일조할 수 있다"며 "데이터 플랫폼은 트렌디한 고객맞춤형 상품 공급을 가능케 하고, 데이터 유관 금융 신산업을 지탱할 수 있는 엔진 역할을 수행한다"고 밝혔다. 

또 "데이터 개방을 통해 사회적 효율성을 높이는 ESG 첨병 역할도 수행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금융업의 비금융업 겸업 필요성'을 주제로 발표를 맡은 정중호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소장은 "소비자들의 디지털 경험이 일반화됨에 따라 금융 및 비금융상품에 대한 원스톱 서비스 요구가 증가하고 있다"며 금융회사의 비금융 융복합 서비스 제공을 허용할 필요가 있음을 시사했다.

이날 세미나에는 주제발표에 대한 토론발표도 활발히 진행됐다. 조영서 KB경영연구소 소장은 은행이 금산분리 규제에 얽매여 금융산업만 영위하기 보다 비금융 산업으로의 투자를 허용해 사업영역을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소장은 "은행이 디지털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해 고객의 생애주기 자산관리와 금융·비금융 데이터 결합을 통한 초개인화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며 "투자일임업 및 부동산 이외의 투자자문업을 은행 겸영업무에 포함하고, 은행이 부동산·헬스·자동차·통신·유통관련 기업까지 투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금산분리에 가장 보수적이었던 일본도 지난 2016년 이후 은행법을 지속 개정하면서 은행 업무범위를 디지털·물류·유통 등으로 확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강혜승 미래에셋증권 애널리스트는 "주식시장에서 기존 금융그룹과 빅테크의 핀테크 자회사에 부여하고 있는 기업가치(시가총액)에 상당한 차이가 있다"며 "규제 불균형으로 인해 미래 가치 창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기대감 격차가 매우 크다"고 분석했다. 

장성원 핀테크산업협회 사무처장은 "디지털 전환 환경 하에서 앞으로 기존 금융업과 핀테크 기업이 제공하는 서비스 경계가 점차 사라져갈 것"이라며 "금융소비자 편익과 금융의 사회적·경제적 효용을 제고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전업주의 개편 논의가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제기했다. 

김영도 금융연구원 박사는 "디지털 유니버셜 뱅킹의 구현, 데이터 활용도 제고, 부수업무의 확대 등 금융권의 변화에 대한 공감대는 있다"면서도 "원칙에 맞게 구현하기 위한 심도있고 세부적인 과제 발굴이 필요하다"고 전했다.

강경훈 동국대학교 교수는 "금융·비금융 복합서비스의 확산과 금융 겸업주의 확대는 커다란 흐름으로 보인다"며 "소비자 후생을 증진하는 한편 금융안정성에 새로운 위협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새로운 리스크에 대처하기 위해 동일업무 동일규제 등 행위중심규제는 물론이고, 금융·비금융 결합 기업에 대한 기관중심규제의 재정비 필요성도 함께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날 김광수 은행연합회 회장은 "금융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욕구 또한 다양하고 복잡해지는 경향을 보이면서 과거처럼 은행·증권·보험이 분리된 개별 금융서비스보다 융합된 서비스가 중요해지고 있다"며 "논의된 사항을 바탕으로 금융당국 및 은행권과 지속적으로 소통하며 소비자 편익에 부합하는 방향으로의 디지털 금융 겸업주의 확대에 기여해 나가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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