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슬럼프를 겪으며 연기를 포기하려 했을 때 '좋좋소'를 만났어요. 배우 인생의 터닝 포인트를 만났으니 앞으로 더 열심히 해볼 생각이에요."

배우 강성훈은 온라인에서 일명 '악덕 사장'으로 불린다. 그는 유튜브 화제작 '좋좋소'를 통해 전에 없던 인기를 누리며 '욕 먹어도 행복한' 요즘을 보내고 있다. 

최근 서울 용산구 컴퍼니합 사옥에서 미디어펜과 만난 강성훈은 "'좋좋소' 이후 알아보는 분들이 많아졌다. 감사할 따름이다"라고 말했다. 

   
▲ 사진=컴퍼니합 제공


'좋좋소'는 사회초년생 조충범이 중소기업 정승 네트워크에 취업한 뒤 겪는 이야기를 그린 웹드라마다. 유튜버 빠니보틀과 이과장의 기획으로 제작된 이 작품은 현실에 기반한 다큐멘터리적 묘사와 입체적 캐릭터 등에 힘입어 많은 이들의 공감을 이끌어냈다. 

강성훈은 "'좋좋소' 대본을 보고 잘 될 것 같았다. 보자마자 정말 재밌다고 느꼈다"고 했다. 

"빠니보틀 영상을 즐겨 봤어요. 그래서 출연 제안을 받았을 때 '이 친구라면 다르게 만들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학생 단편작보다 적은 스태프들과 촬영을 시작했지만, 그럼에도 성공할 거라 직감했던 건 대본이 정말 재밌었기 때문이에요. 처음에 제가 조회수 100만 얘기했을 때만 해도 다들 비웃었는데 1회가 벌써 300만을 넘었네요. 하하."

강성훈은 '좋좋소'에서 정승 네트워크의 사장 정필돈 역으로 분해 현실감 가득한 연기를 펼쳤다. 무심하게 툭툭 던지는 '꼰대'의 면면은 그의 실제 성격까지 의심케 할 정도로 생생하다. 

하지만 실제 강성훈은 꼰대와 거리가 먼 인물이라고. 그는 "저는 꼰대가 아니다. 꼰대를 오히려 싫어한다"고 손사래를 쳐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강성훈 표 정필돈 사장'의 탄생 비화에 대해 그는 "오히려 캐릭터를 연구하지 않았다. 환경이 자연스레 도와줬다"고 말했다. 

"최대한 인물 관계에 대해 집중했어요. 정 사장이 조충범, 이 대리, 이 과장을 대할 때 온도 차가 있거든요. 그런 부분에 대해 생각을 많이 했죠. 또 이 과장이 실제 일반인이고 직장인이라는 점이 촬영 환경에 많은 도움을 줬어요. 또 다른 영감이요? 낚시 유튜브 속 선장님들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해야할까요.(웃음)"

   
▲ 사진=컴퍼니합 제공

정필돈 사장은 꼰대 중의 꼰대이자 회사 내 무소불위 권력자다. 면접에선 질문보다 자기 자랑을 해대고, 직원 연봉 협상 때는 치사하기까지 하다. 그럼에도 때때로 짠한 마음이 드는 것은 그가 현실적 인물이기 때문일 테다.

강성훈 역시 정 사장이 가진 양면성에 깊이 공감했다. 그는 "시즌2때까지 정필돈이 나쁜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사장으로서 회사를 운영하며 고충이 있을 테니까"라며 "직원들은 그만두면 되지만 사장은 끌고 가야하지 않나. 회사의 이윤을 위해 어쩔 수 없이 악독해져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정 사장은 회사 내 인물들과 각기 다른 이유로 부딪힌다. 사장보다 더 유능한 백진상 차장과의 갈등은 필연적 요소였다. 

강성훈은 백 차장이란 역할에 대해 "굉장히 불편한 인물"이라고 표현했다. 그는 "정 사장의 입장에서 본다면 내가 회사를 만들었는데 어떤 면에선 나보다 더 힘을 가진 인물이 있다는 게 불편했을 것"이라며 "백 차장은 회사의 이윤을 높이는 데 일조하는 인물이지만, 일은 누구라도 잘할 수 있다. 하지만 조직을 와해시키기에 나쁜 인물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극 중 백 차장은 정 사장에게 반기를 들고 회사를 차려 나간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은 몸싸움을 벌이고, 정 사장은 뒤로 넘어지기까지 한다. 

강성훈은 "당시 멱살을 잡으려 했는데 제가 덩치가 있어서 균형이 안 맞더라"며 "코믹하게 풀려고 했다"고 회상했다. 

"백 차장 역의 김경민 형과는 좋은 형, 동생이에요. 백 차장이 등장하기 전까진 사장으로서 일방적으로 지시하는 느낌이었다면, 등장 후엔 주고 받는 호흡이 많아졌어요. 그래서 형과 정말 많은 이야기를 나눴고, 덕분에 어려운 부분을 잘 풀 수 있었죠." 

가장 합이 잘 맞는 배우로는 조충범 역의 남현우를 꼽았다. 그는 "현우는 저와 정말 비슷하다. 전날 촬영이 있으면 2~3일 정도 대본만 집중해서 파고드는데 현우도 그렇다. 굉장히 섬세하고, 생각지 못한 부분까지 만들어 온다"며 "같은 대사도 어떻게 연기하냐에 따라 시청자들에게 다르게 다가간다. 현우와 저의 호흡이 잘 맞아서 의도와 다르게 표현된 바도 있었을 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현우랑 부산 숙소에서 맥주 한 잔 하면서 대본 얘기를 하던 게 기억에 남아요. 큰 역할은 아니었지만 기존에 단역을 많이 해왔기에 그런 얘기를 나눌 기회가 별로 없었거든요. 예전엔 내 것만 했다면 '좋좋소'를 통해 배우들 그리고 감독과 충분히 의논할 수 있다는 점이 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금 불러일으킨 것 같아요."

   
▲ 사진=컴퍼니합 제공


강성훈은 '좋좋소' 팀을 만난 것이 행운이라고 했다. 그는 "이태동 촬영 감독은 배우들을 프레임 안에 가두려 하지 않으려 애썼다. 원하는 대로 연기하면 카메라가 쫓아왔다. 굉장히 편하게 연기했고, 그런 점이 배우들을 더 끈끈하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이어 "시즌3부터는 배우들이 자기 역할을 가장 잘 알기 때문에 서로 저절로 융합됐다. 1년 가까이 '좋좋소'를 촬영하다보니 상대의 숨소리만 들어도 건강 상태를 알 정도로 배우들끼리 가까워졌다"며 만족감을 보였다. 

"애드리브를 쳐야겠다고 생각하고 친 적은 없어요. 현장에서 테이크 끝날 때쯤 아쉬워서 한 두마디 던지는 게 있었는데 감독님이 그런 부분을 많이 열어두셨어요. 이 과장이 사내 비품을 훔치는 장면에서 제가 '쪽팔리게 살지 말자'라고 하는 장면도 그렇게 탄생했어요." 

'좋좋소'가 극사실주의 드라마로 주목 받으면서 중소기업 문화 개선의 여지가 생겼다는 평도 나온다. 강성훈은 "중소기업 사장님들한테 연락이 많이 온다. '대표를 나쁘게 만드냐', '그들의 고충도 있다' 이런 얘기들을 하신다"면서 "그럼에도 '좋좋소'는 개선의 기준점을 던지는 역할을 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좋좋소'는 왓챠의 제작 투자에 힘입어 새 시즌 제작에 들어간 상태다. 한창 촬영 중인 만큼 시청자들의 기대도 크다. 

내년 1월 공개 예정인 '좋좋소' 시즌4는 차장에서 사장이 된 백 사장과 정 사장의 이야기가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정승 네트워크 내부의 변화와 이미나 대리(김태영 분)에 대한 시각 등도 지켜볼 부분이다. 

"기존 드라마는 신입사원의 성장기를 많이 다뤘다면 우리는 있는 그대로를 보여줘요. '이렇게 한 번쯤 생각해봐야 하지 않겠어요?'라고 제시한 것만으로도 엄청난 역할을 했다고 생각해요. 비단 중소기업만의 문제는 아니거든요. 얼마 전에 모 대기업 분들을 만났는데 그들 역시 공감하는 지점이 있었어요. 긍정적 역할을 한 거죠. 만족스럽습니다."
[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