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펜=김민서 기자] "다 잘할 수 있어요. 진짜로요." 10대에 시작해 40대에 빛을 봤다. 배우 강성훈이 어떤 역할이든 자신있다고 장담하는 이유다. 그는 오랜 기간 쌓은 내공이 '적재적소'에 쓰이길 기다리고 있다. 

강성훈은 웹드라마 '좋좋소'의 악덕 사장 정필돈 역으로 수많은 팬들을 사로잡았다. 거리에 나가면 그를 알아보는 이들도 부쩍 늘었다. 그는 최근 미디어펜과 만나 "'좋좋소'를 시작할 때만 해도 슬럼프였다"고 고백했다. 

"어느 순간 여기서 더 올라가지 못하겠단 생각이 들었어요. 단역에서 벗어나지 못했고, 생각할 거리조차 없었죠. 그런 생활이 반복되니 연기를 계속 이어갈 수 없겠다 싶었어요. '좋좋소'도 재능기부처럼 시작했었고요." 

   
▲ 사진=컴퍼니합 제공


슬럼프는 꽤 길었다. 길고양이들을 돌봐주며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연기와 잠시 멀어졌던 때도 있었다. 음식점을 하며 자영업자의 쓴맛도 봤다. 

그러다 우연히 시작한 '좋좋소'가 소위 '대박'이 났다. '꼰대 사장', '악덕 사장'이란 수식어가 뒤따를 만큼 강성훈의 생활 연기도 빛을 봤다. 

물론 하루아침에 나온 결과물은 아니다. 그는 고등학교 때 선배였던 유지태의 제안으로 연극 판에 발을 들인 이후 지금껏 쭉 배우로 살아왔다. 단역, 조연 가리지 않고 출연한 작품만 130여 편이 넘는다. 

그는 "요즘 드라마는 정극톤보다 현실톤으로 많이 간다. 시청자들의 더 깊은 공감을 이끌기 위해서 배우들의 연기도 더 자연스러워져야 한다"며 "젊은 층이 OTT나 유튜브를 많이 이용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제 연기에서도 그런 면을 잘 봐주신 것 같다"고 말했다. 

"과거엔 관객과 호흡이 연기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이라 생각했는데, 지금은 배우들간 호흡이 더 중요하다고 봐요. 상대 배우와 어떻게 주고 받느냐에 따라 설득력이 달라지고 결국 보는 사람, 관객도 공감의 폭이 달라지니까요."

'좋좋소' 이후 강성훈은 배우로서 한층 단단해졌다. 그는 "연기에 대한 열정과 자신감이 전보다 더 강해졌다. 나이가 들기 전에 더 다양한 역할을 해보고 싶다"며 "로맨스도, 스릴러도 자신있다"고 말했다. 

   
▲ 사진=컴퍼니합 제공


강성훈을 둘러싼 주변 상황도 많이 달라졌다. 그에겐 최근 소속사라는 든든한 울타리가 생겼다. 지난 7월 컴퍼니합에 새 둥지를 튼 그는 "소속사가 있기 전까진 몰랐다. 그런데 배우 활동을 하기 위한 외부적 환경부터 내면까지 챙겨주더라"며 "대표님과 대화하면서 '이래서 소속사가 있어야 하는구나' 싶었다. 이 관계가 오랫동안 이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잘 버틴 끝에 여기까지 왔다. 그래서 그가 후배들에게 해주고픈 말도 "잘 버티라"는 것이다. 강성훈은 "제가 얼굴이 잘 생겨서, 재능이 뛰어나서 배우를 하고 있는 게 아니다. 그저 계속 해왔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재능이 뛰어났던 친구들은 저와 같이 시작했지만 지금 다른 일을 하고 있다. 기대치가 커서 더 힘든 게 아닐까"라며 "어른들이, 소위 '꼰대'들이 가장 많이 하는 말 중에 '강한 사람이 아니라 오래 버티는 사람이 이긴다'는 말이 있다. 배우뿐만 아니라 모든 사회, 어떤 위치든 다 통용되는 말이다"라고 했다. 

"꿈을 이루는 건 대단한 게 아니에요. 내가 생각한 걸 행동으로 옮기는 것이거든요. 저 역시 연기를 그만두려 했지만 그때마다 또 다시 시작했어요. 그렇게 '좋좋소'를 만나 이젠 조폭, 사채업자 아닌 다른 역할도 도전해볼 수 있게 됐어요. 저와 같은 후배들이 길을 놓지 말고, 꿈을 놓지 말고 포기하지 않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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