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 경기둔화, 고유가 등 변동성 확대 가능성
[미디어펜=윤광원 기자] 과거 외환위기, 글로벌 금융위기 등 ‘외풍’에 대해 원화가치는 ‘추풍낙엽’ 신세였다. 

원화 약세 폭은 지난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최대 57%, 2008년 금융위기 때는 42%로 세계 4~5번째 수준이었고, 회복 기간도 1~2년이 걸렸다.

하지만 이후 점차 내성이 생기면서, 과거 전 세계 31개 주요 통화 중 가장 큰 편이었던 원.달러 환율의 세계 주가에 대한 '탄력성'이 점차 축소, 현재는 중간 수준이다.

   
▲ 국제금융시장/사진=연합뉴스


1997년 당시 원화의 주가 대비 탄력성은 인도네시아 1.48에 이어 0.73으로 세계 2위로 높았으나, 2008년에는 0.47로 8번째였고,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세계적 유행) 때는 0.18로 18번째로 내려갔다.

작년 코로나19 충격 당시 다수 통화의 가치가 사상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지만, 한국 원화는 안정적 흐름을 보였다.

코로나19 초기인 2020년 3월 예기치 못한 증권사 주가연계증권(ELS) 헷지 관련 증거금 납입 수요가 폭주, 환율이 일시적으로 90%까지 급등한 적이 있으나, 6개월 만에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이는 인도, 브라질 등의 통화가치가 아직도 역대 최하 근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과 대비된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원화의 민감도 하락은 원화 약세 여건이 조성돼도 탄탄한 경상수지 흑자, 외국인 채권자금 유입, 거주자 외화예금 등이 그 압력을 흡수하면서 통화가치를 떠받쳐주기 때문으로 분석한다.

현재 누적 경상 흑자는 701억 달러에 달하고, 유출입 변동성이 적은 외국인 채권자금이 주요 미 달러화 공급원이 됐으며, 기업들의 외화예금이 환율 급등 시 매도 물량으로 나올 수 있다는 것.

하지만 내년에 도사리고 있는 불안요인도 간과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상원 국제금융센터 부전문위원은 "그동안 원화의 회복력을 높인 요인들이 지속될 것임을 감안하면, 장기적으로 글로벌 리스크에 대한 민감도는 크지 않은 수준을 유지할 수 있으나, 2022년에는 대외 여건이 원화의 변동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변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정상화, 중국의 경기 둔화, 고유가 지속 등이 원화의 변동성을 확대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3일(현지시간) 미국 정부가 발표한 환율보고서에서, 한국은 지난 4월에 이어 '관찰대상국' 지위를 유지했다.

특히 기존에는 검토대상 교역국과 대미 무역흑자 기준이 모두 상품 무역에 한정됐는데, 이번 보고서부터 서비스교역이 포함됐고, 외환시장 개입 관련 기간 요건도 6개월에서 8개월로 늘었다.

이는 정부의 '인위적 통화가치 평가절하'에 대한 부담이 줄어든 것으로 평가된다.

권아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미국은 통상 상품수지에서 적자를, 서비스수지에서 흑자를 기록하는데, 평가 기준에 서비스교역이 반영되면서 국가별 대미 서비스교역 규모를 고려하면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등 아시아 주요국의 요건이 완화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권 연구원은 "조 바이든 정부의 유화적인 스탠스를 엿볼 수 있다"면서 "도널드 트럼프 정권 때와 달리, 환율보고서에 따른 외환시장에의 영향력은 차츰 옅어질 전망"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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