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훈-양제츠 회담 이후 靑 “中, 종전선언 지지”…中 발표엔 빠져
美 ‘선언’ 사용하다 ‘성명’으로 전환 ‘정전협정’ 염두 차별화 분석
이종주 대변인, ‘文친서’ 보도에 “추측성 기사에 답변 적절치 않아”
[미디어펜=김소정 기자]한미 간 종전선언 협의가 마무리 국면인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서훈 국가안보실장이 중국을 방문, 종전선언 지지를 받았다는 청와대의 발표가 3일 있었다. 하지만 미국과 중국 모두 종전선언에 미적지근한 입장을 보이고 있는데다 북한은 여전히 묵묵부답인 상황이다.

앞서 청와대는 3일 서훈 실장이 전날 중국 텐진에서 양제츠 중국 중앙정치국 위원과 회담한 결과에 대해 보도자료를 내고 “양 위원이 한국정부의 종전선언 추진을 지지하며, 종전선언이 한반도의 평화와 안정을 증진시키는데 기여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중국 외교부가 같은 회담 결과를 알리는 자료에는 종전선언이 빠져있었다. 청와대의 설명은 사실 그대로겠지만 중국 정부가 우리정부만큼 종전선언의 시급성에 공감하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번 서훈 실장의 방중은 양제츠 위원의 지난 2020년 8월 부산 방문의 답방 형식으로 이뤄졌다. 우리정부로서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방한 및 한한령 해제 등도 중요하지만 당장 종전선언을 위한 중국의 역할이 필요한 입장이다. 하지만 중국은 미국의 중국 견제 포위망을 저지하고, 베이징올림픽 보이콧 움직임이 확산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시급해보인다. 

그동안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 발언을 봐도 중국은 정전협정 당사국으로서 종전선언이 논의되고 추진되는 과정에 반드시 참여해야 하는 입장인 것으로 보인다. 싱하이밍 대사는 지난달 22일 국내 언론과 인터뷰에서 “(종전선언에 대해) 뭔가를 하더라도 중국하고 상의해서 하는 게 맞다”고 말해 중국 역할론을 강조했다.

   
▲ 남북미중 종전선언 (PG) 박은주 제작 사진합성·일러스트.사진=연합뉴스

이와 함께 미국은 한국과 종전선언을 협의하면서 ‘선언’(declaration)이 아닌 ‘성명’(statement)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달 16일(현지시간) 미 워싱턴DC에서 열린 한·미·일 외교차관회담 이후 웬디 셔먼 미 국무부 부장관이 단독으로 열었던 기자회견에서 종전선언(end of war declaration)이 아니라 ‘종전성명’(end of war statement)이라고 언급한 사실이 있다.

‘선언’과 ‘성명’이 사실상 같은 의미라고 하지만 앞서 지난 9월 21일 문재인 대통령이 유엔 총회 연설에서 종전선언을 제안한 직후 존 커비 미 국방부 대변인은 22일 정례 브리핑에서 ‘end of war declaration’이라고 표현한 적이 있어 기존 정전협정 체제에 영향을 주지 않으려고 차별화한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결국 종전선언 당사국들의 입장은 제각각인 것으로 드러나면서 종전선언 추진이 시기상조라는 것이 냉철한 분석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문재인정부는 종전선언을 한반도 문제에 있어서 대화 국면을 다시 열고, 다음 정부가 좀 순조롭게 한반도 문제에 접근할 수 있는 계기로 만들려는 목표와 기대를 갖고 있어 최종 결론이 주목된다.

한편, 문 대통령이 종전선언 추진 마지막 단계로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에게 종전선언 구상을 담은 ‘친서’를 전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왔다. 종전선언 추진에 있어서 한미 간 조율이 가장 중요하고, 중국이 반대할 의사가 없는 상황에서 북한의 태도가 관건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부는 이와 관련해 일단 선을 긋고 나섰다.

‘청와대가 새해를 맞아 김정은 총비서에게 문 대통령 명의의 친서를 전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국민일보의 5일 보도에 대해 통일부는 6일 “추측성 보도”라는 입장을 보였다. 

이종주 통일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추측성 기사에 대해 답변을 드리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 본다”면서 “종전선언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로 가는 입구이자 한반도 평화프로세스 재가동에 중요한 모멘텀을 제공하는 유용한 조치라는 것이 정부의 기본적인 입장이다. 종전선언 추진 문제에 대해 미국을 비롯한 유관국들과 긴밀히 협의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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