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구독료 인상에도 '지옥' 덕분에 승승장구
디즈니 플러스, 18일간 유료 결제 회원 31만명 유치
외국 OTT 기업들, 국내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나서
국내 OTT 업계 축소 우려…"정부 당국, 육성책 내놔야"
[미디어펜=박규빈 기자]글로벌 OTT 업체들이 인터넷 서비스 사업자(ISP)들과 손잡고 국내 진출을 가속화하고 있다. 음악 저작권 단체와 적정 음원 사용료를 두고 법정 다툼까지 벌어지고 있어 K-OTT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 OTT 업체 로고./사진=각 사

7일 업계에 따르면 넷플릭스는 지난달 18일부터 월 이용료를 요금제에 따라 12.5~17.2% 인상했다. 이에 따라 기존 1만2000원, 1만3500원이던 스탠다드·프리미엄 요금제는 각각 1만4500원, 1만7000원으로 올랐다.

넷플릭스 측은 "한국 내 서비스 개시 5년이 지났음에도 단 한 차례도 이용료 인상을 하지 않아 조정을 검토해왔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요금 인상에도 넷플릭스는 오히려 승승장구하는 모습이다. 요금 인상 다음날 개봉한 신작 '지옥' 덕분이다. 넷플릭스 순위 집계 사이트 '플릭스 패트롤' 자료에 따르면 '지옥'은 공개 첫날 국내 인기 드라마 부문 1위에 올랐다.

디즈니·마블·스타워즈·픽사·내셔널 지오그래픽 등 자체 브랜드를 보유한 디즈니 플러스는 지난달 12일 국내에 상륙했다. 어플리케이션 분석 서비스 업체 와이즈앱·리테일·굿즈는 11월 디즈니 결제 금액과 유료 결제자 수를 추정한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에 따르면 유료 가입자는 31만명이고 지난 30일까지 디즈니 플러스는 172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국내 협력 업체들을 통한 간접 결제는 제외한 수치로, 실제 이용자 수는 더욱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와 관련, 디즈니 플러스는 국내 진출에 있어 통신사들과 제휴 관계를 맺었다.

디즈니 플러스는 LG유플러스와 IPTV 독점 공급을 체결했고, 모바일 기기를 통해서도 콘텐츠를 제공한다. KT 이용자들도 디즈니 플러스의 모바일 콘텐츠를 이용할 수 있다.

HBO는 현재 웨이브를 통해 유포리아·언두잉·트루 블러드 등 일부 콘텐츠를 유통하면서도 국내 법인을 설립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실제 타임 워너는 HBO 한국 지사에서 근무할 콘텐츠 마케팅 매니저와 편집 감독 등 각 분야 직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의 채용 공고문을 링크드인에 게시해둔 상태다.

이 같이 해외 OTT 기업들이 잇따라 국내에 진출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콘텐츠가 부족한 토종 OTT들의 부담이 커지고 잇다. 글로벌 OTT들이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워 국내에서 오리지널 콘텐츠까지 만들고 있어 K-OTT 기업들의 입지가 줄어드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웨이브·티빙·왓챠 등으로 구성된 한국OTT협의회는 관계 당국에 "한국 OTT 산업 경쟁력 제고 차원에서 관계 당국이 규제는 최소화 하고, 육성 정책을 조속히 이행해달라"는 입장을 내기도 했다.

K-OTT의 고민은 외국 경쟁사들 뿐만이 아니다. 이들은 문화체육관광부·한국음악저작권협회(음저협)와 음악 저작권을 둘러싸고 오랜 싸움을 이어오고 있다. 지난해 7월 음저협은 영상물에 들어있는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매출 기준 기존 0.625%에서 2~4배 올린 수준으로 책정해 문화체육관광부에 제출했다. OTT 음악저작권대책협의체(음대협)는 음저협의 징수가 부당한 것은 아니나, 지나치다는 입장이다.

이에 문체부는 음저협의 요구안에 대해 연차 계수를 적용해 2026년까지 요율 상한선을 1.9995%로 정해 수정 가결했다. 그러자 음대협은 음저협이 제출한 안을 통과시킨 건 부당하다며 문체부를 상대로 행정 소송을 제기했고, 현재 진행형이다.

또한 지난 6일 국내 작사·작곡가 3500여명은 "OTT 4개사들이 올해 개정돼 시행된 징수 규정을 준수하지 않는다"며 수사 기관에 '엄벌 탄원서'를 내기도 했다. 앞서 음저협은 지난 10월 국내 OTT 회사들이 음악 사용료 징수 규정을 수용하지 않고 불법으로 음원을 사용한다며 고소한 바 있다.

이로써 K-OTT는 밖으로는 외국 업체들과, 안으로는 문체부·음저협과 싸워야 하는 난국에 빠진 모양새라는 평가가 나온다.

국내 OTT 업계의 한 관계자는 "방송 환경이 옛날과 한참 달라졌는데 방송통신위원회·과학기술정보통신부·문체부 등 관계 부처들은 밥그릇 싸움에만 치중해 OTT에 대한 관리·감독 기관 조차 불분명한 실정"이라며 "우선 주무 기관 교통 정리부터 이뤄져야 육성책도 내놓을 수 있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넷플릭스의 투자비가 늘어 국내 제작 비용도 덩달아 늘어났다"며 "하루빨리 정부는 K-OTT에 대한 제작 정책·세제 지원 장치를 마련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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